70여일 동안 닫혀 있던 국회의 문이 어렵사리 열리게 됐으나, 자유한국당의 끝없는 몽니 때문에 일단 ‘반쪽’ 정상화에 머물 판이다. 여야의 막판 협상이 접점 찾기에 실패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만으로 국회 소집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바른미래당 주도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17일 국회에 접수했다. 소집요구서 제출 이후 3일이 걸리는 만큼 6월 임기국회는 오는 20일 개회된다. 여야 4당만의 국회 소집을 불러온 것은 전적으로 한국당의 책임이다. 한국당은 여당과 협상하며 이견이 좁혀질 때마다 새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절충 기회를 차단해왔다. 지난주엔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재구성을 등원 조건으로 내걸더니, 이번엔 난데없이 ‘경제실정 청문회 개최’를 새로 내세웠다. 추가경정예산안을 50일 넘도록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기 위한 경제청문회를 열자는 건 국회 정상화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공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힘들다. 경제위기와 실정 등을 따지고 싶으면 해당 상임위와 대정부질문, 예산결산특위에서 현안 질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경제 청문회 개최와 함께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와 사과’를 등원 조건으로 못 박았다. 한국당이 정쟁에만 골몰하는 상황에서 여야 4당만의 국회 소집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국회가 열리더라도 한국당이 반발할 경우 추경안과 민생법안 처리에 난항이 불가피하다. 자칫 국회를 소집해놓고도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한 4월 임시국회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국당의 어깃장으로 6월 국회에서마저 추경안 처리가 불발되면, 추경 효과는 급속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야 4당은 국회를 열어 놓지만 말고 상임위와 특위 활동을 통해 민생 현안을 보살피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의총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투쟁을 쉽게 양보할 수 없다”고 강경 노선을 주도했다. 사사건건 반대와 강경으로 일관해 정부·여당을 궁지로 내몰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이다. 정략적 이해에 매몰되어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고 국회를 방치한다면 심판의 화살은 한국당을 향하게 될 터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지지할 정도로 들끓는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정녕 황 대표 말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투쟁정치를 접고 이제라도 ‘개문발차’한 국회에 동승해야 한다. 민주당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고 한국당을 설득해 국회를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