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논란
황교안, 대국민 사과 요구 총공세
차명진 “문재인 빨갱이” 또 막말
이낙연 총리 “철학 차이” 언급
등당·정·청 “통합 취지” 적극 방어
자유한국당이 7일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두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해치는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념전’을 통해 최근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청와대와 여권은 “추념사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메시지는 애국 앞에서 보수·진보가 없고,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라며 반박했다.
남측과 북측 모두에서 외면당한 ‘비운의 독립운동가’인 김원봉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한국당 “대통령 사과해야”
황교안 대표(62)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6·25 희생자들을 기리는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어야 할 이름을 언급했다”며 “독립운동을 한 것은 귀한 일이지만, 독립운동 한 분들이 잘못했으면 그것은 별도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6·25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에 남침을 주도한 김원봉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 부분에 마땅히 사과문을 내야 한다”며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기 위해 보수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분노와 비난을 유도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현충일에 6·25를 일으킨 장본인 김원봉을 우리 국군의 뿌리에 끼워 맞추다니,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 했고, 김진태 의원은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허무는 일에 골몰하더니 이제 아주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냐”라고 밝혔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북한 정권 수립과 6·25 전쟁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전향적 평가는 수용할 수 없는 ‘낙동강 전선’이다. 한국당의 ‘이념전’은 보수세력 결집을 통한 지지율 제고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5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39%, 한국당은 23%였다.
문제는 김원봉을 둘러싼 ‘역사전쟁’을 빌미 삼아 일부 인사들이 막말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막말’을 한 차명진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입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남겼다.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참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던 황 대표가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목된다. 황 대표는 이날 차 전 의원 막말을 두고 “내용을 좀 알아보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 6일 토크콘서트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막말이 지속되는 한 한국당이 중도를 파고들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원봉의 진정한 재평가는 편향된 대통령, 공동체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잊은 대통령의 ‘오발탄’에 의해 더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당·정·청 “이념 갈라치지 마라”
여권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정·청은 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색깔론’만을 꺼내 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67)는 이날 총리실 일일점검회의에서 “무엇이 진정한 통합이냐에 대한 철학의 차이가 이런 문제(논쟁)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보수의 통합은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소위 ‘고인물 통합’”이라고 말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임시정부도 이념·정파를 뛰어넘어 구성됐고, 백범일지를 보더라도 김구 선생께서 임정에서 모두 함께하는 대동단결을 주창했고 거기에 김원봉 선생이 호응했다”며 “통합을 통해 임시정부가 구성된 점, 임정이 이념·정파를 뛰어넘어 통합을 주창하고 노력한 점 등을 강조하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우리 역사의 통합, 국민과 사회의 통합을 향한 메시지였는지, 한국당이 억지로 생채기를 내며 분열의 메시지로 만들어내는 것인지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문 대통령 추념사를) 이념 갈라치기로 활용해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퍼부은 차명진 전 의원의 입장은 자유한국당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반박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이 기품과 위엄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차 전 의원의 이러한 분별없는 행보에 대해 가중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한국당 등이 반발하는 것은 김원봉과 같은 이들을 때려잡던 노덕술류 친일파들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항변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뿌리가 친일파에 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문 대통령, 정체성 커밍아웃했다···김원봉 언급 해명해야”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다”며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이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다. 자유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하고 북한편에 있는 것(에 대해서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하며 그가 만든 독립무장부대를 대한민국 국군의 기원 중 하나로 평가했다.
이 의원은 “김원봉은 독립 이후 좌파 혁명운동을 하며 6ㆍ25 전쟁 공으로 북한 김일성에게 훈장까지 받고 북한에서 상당기간 주요한 자리를 거친 자”라며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목숨 바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감히 가해자인 김원봉을 떠받들다니,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들과 그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피눈물을 흘리게 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김원봉이 김일성의 배신으로 숙청을 당했다고 해도 그의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 행적, 6ㆍ25 전쟁 당시 100만명이 넘는 우리 국민들의 희생이 정당화 되는가”라고 했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은 지금 자유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구나. 지금 누구를 대표하고 어느 나라를 수호하는 대통령인가 싶었다”며 “그의 역사관이 얼마나 반체제적인지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잘못 세워진 나라고, 북한에 정통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갑자기 북한과 연방제를 선언할 수 있겠다 싶어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은 이 발언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며 “입장 변화가 없다면 스스로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 제기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반헌법적 역사관, 반체제적 혹은 반역적 역사관을 갖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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