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셋 중 둘이 가자는 쪽으로 따라 가는 게 세상 이치다. 다른 두 명의 의견을 무시하고 김치찌개를 박박 우긴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고 왕따되기 십상이다. 지지율 30%대란 셋 중 두 명은 험한 말을 쏟아낸다는 뜻이다. 남은 한 사람의 변호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방어가 무너졌다는 의미다. 지지율 40%는 국정동력의 마지노선이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야당의 저항이 본격화되고, 여당조차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한다.
집권 초 80%를 웃돌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어봤다. 종합하면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민심은 이제 전 정부 청산에서 현 정부 평가로 옮겨가고 있다.
박근혜 청산, 보수야당 심판은 끝났다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
선거에서도 전 정권 청산과 야당 심판 프레임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빨리 시대적 과제를 한 단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는 실망이 크다.
촛불혁명 때 탄핵을 추진했던 세력을 묶어 강력한 개혁연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
2018년 지방선거 압승 이후 개혁을 열망하는 시민의 에너지를 정치에 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지율 80%대에 편입했던 중도보수를 새로운 지지층으로 만들지도 못했다.
금쪽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강물처럼 흘려보냈다.
그 결과 국면은 거짓말처럼 탄핵 전으로 되돌아갔다.
4·19혁명과 6·10항쟁처럼 시민의 뜨거운 열망이 아스팔트 위에서 멈추는 일이 반복되는 건 아닌지 시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셋째, 청와대와 여당은 유능하고 겸손하게 비치지 않았다.
여당 대표의 20년 집권, 50년 집권론은 혀는 짧은데 침만 멀리 뱉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청와대 소통수석은 “뭐가 문제냐”고 해 시민들의 부아만 돋았다.
대통령비서실장은 “창원성산 지역구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41% (득표율을) 얻은 곳인데 이번에는 45%를 얻어 4%포인트 지지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핀트가 어긋난 얘기였다.
선거는 누가 더 잘하느냐 싸움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누구를 더 싫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트리플 크라운’을 이뤄낸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박근혜 정부, 자유한국당, 홍준표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금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 민주당, 그 주변 인사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에서 오류나 실수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이런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고 극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청와대는 지금 무슨 전략을 갖고 있을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물어봤다.
- 인사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선은 다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그만한 나이에 그 정도 기준을 맞춘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좋은 사람 10명을 접촉하면 6~7명은 처음부터 안 한다고 한다. 핑계라 하면 할 말 없다.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 개혁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통령에게 개혁 의지나 철학이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고 이를 제도적으로 완수하는 데 우리 정치 환경에 근본적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럼에도 압축적으로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라는 건 여당에 주어진 운명이고 책임이다. 때로는 여론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나라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라 생각한다.”
- 진보정권의 도덕성도 비판받고 있다.
“어떻게 이쪽이라고 완벽하겠는가. 나는 아직도 이쪽이 상식적·개혁적·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집권을 하면 상대비교하는 것 같지 않다.”
-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언제나 어려울 때는 상황을 진솔하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청와대와 여당이 지금 당면한 상황이 이렇고, 우리 사회 숙제가 무엇이라고 솔직히 제시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다른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 내년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정부·여당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실망감은 당분간 더 쌓일 것 같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면 그렇다고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한번 더 비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이란 말을 여러 번 했다. 답답한 마음은 시민들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더 일신하고, 맹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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