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공무원 연금 부채 곧 1000조원, 공무원 17만 증원하면 어찌 되나

Shawn Chase 2019. 4. 3. 17:59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2/2019040203427.html


입력 2019.04.03 03:20


지난해 세금이 계획보다 25조원 더 걷혔지만 국가부채는 1년 새 127조원 증가해 총 1700조원에 육박했다. 무엇보다 공무원·군인연금의 예상 부족분이 급속하게 늘어 전체 부채 증가액의 74%(94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공무원·군인연금 부채는 무려 940조원으로, 국가부채의 56%에 달한다. 나랏빚의 절반 이상이 퇴직 공무원과 군인들 연금을 메워주느라 생긴 것이다. 남유럽·남미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공무원·군인연금을 국민 세금으로 메울 몫은 앞으로 더 커지고 국가부채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무원 17만명 증원 공약을 밀어붙여 지난 2년간 4만2000명이나 더 뽑았고, 올해도 3만6000명을 증원키로 했다. 공무원을 늘리려면 지금 인원에서 부족한 부분과 넘치는 부분을 조정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데 무작정 늘리기만 한다. 이것으로 일자리 창출했다고 선전하려 국가 살림을 도외시한다.

그러면서도 지속 불가능한 두 연금의 지출 구조를 고치는 문제는 손조차 대지 않고 있다. 공무원 17만명을 증원하면 향후 30년간 지급해야 할 급여가 327조원에 이르고, 그들이 퇴직 후 받아갈 연금이 92조원에 달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추락한 나라에서 이 돈을 누가 내나. 도저히 불가능하다. 5년 정권이 포퓰리즘으로 미래 세대를 약탈하고 있다.

공무원 묻지 마 증원은 수많은 청년 공시족(公試族)을 양산해 거대한 국가적 낭비도 만들고 있다. 공시족이 41만명에 이르지만 이들의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98%의 청년 노동력은 낭비되고 있다. 공시생 양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17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가장 생산성이 왕성할 청년층을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나라에 미래가 있나.

한번 늘린 공무원을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방만 재정과 공공 일자리 포퓰리즘 탓에 국가 부도에 이른 그리스·아르헨티나 등은 뒤늦게 공무원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저항이 거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악순환에 빠지기 전에 지금 당장 공무원 증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 안팎의 양호한 수준이라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재정부실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안 그래도 나랏빚이 급속히 늘어나는데 정부의 재정중독 증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올해 예산이 작년보다 9.5%나 늘어난 초팽창 예산으로 편성됐는데도 정부·여당은 그 것도 모자란다며 조기 추경예산 편성 방침을 공식화했다. 새해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세금 더 쓰겠다는 정부가 어디에 있나. 작년에 남은 세수는 다른 용도로 다 써버려 추경을 하자면 적자 국채를 찍어야 한다. 적자 국채는 지금 청년 세대가 갚아야 하는 빚이다. 정부는 "청년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들을 불행의 나락으로 모는 길로 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2/20190402034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