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김순덕 칼럼]‘내로남불 정권’ 민정수석…조국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

Shawn Chase 2019. 4. 3. 20:59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19-04-03 20:26수정 2019-04-03 20:35


인사 검증 실패한 민정수석
공직기강 확립도 제대로 못해
정부를 ‘내로남불 정권’ 각인시켜

有勸無罪 無勸有罪의 이중 잣대
정부신뢰 추락시킨 책임 무겁다

사진 동아DB
김순덕 대기자

이제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안 쓸 작정이다. 내로남불, 내로남불 해주니까 자기들이 진짜 로맨스의 주인공인 줄 아는 듯해서다.

국민의 재산인 관사(官舍)를 활용해 부동산 ‘갭투자’에 몰입한 청와대 대변인은 물러나는 날도 “대통령이 어디서 살 건지 물으며 걱정하더라”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전세 끼고 투기하는 갭투자를 막겠다고 서민 대출을 거의 막아버린 문재인 정부였다. ‘대통령의 입’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었는데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책은커녕 대통령과의 고별오찬까지 잡아주었다. 로맨스를 넘어 아주 비련의 드라마를 연출한 청와대다.

내로남불이라는 줄임말의 남용은 그 발랄한 어감으로 인해 사안의 심각성을 증발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본래 문장이 희비극 같은 인간 본성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이 저지르면 비난할 행위지만 내가, 우리 편이 같은 짓을 하면 괜찮다고 자기합리화 하는 이중 잣대와 편 가르기는 본능적일 수 있다.

그러나 공인과 국가조직의 행위가 사인(私人), 사적(私的)집단 간의 행위와 같을 수 없다. 그런 본능적 행위의 한계를 국가 공동체 안에서 정한 것이 법과 규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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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진보세력은 법과 규범을 우습게 여기는 기득권 세력의 반칙과 특권을 없애겠다며 촛불시위에 앞장섰다. 공사구분 못한 채 국정을 사사화(私事化) 했던 대통령이 탄핵되고 뒤를 이은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리틀 문재인’으로 불리는 조국 민정수석은 특권과 반칙의 과거 적폐청산을 내걸고 검경개혁의 칼을 움켜쥔 채 사정기관을 장악한 상태다.  


조국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이다. 국민소통수석이 “인사라인은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니 백번 양보해서 무균무때라고 해주자. 그러나 민정수석의 인사 검증을 청와대가 극구 옹호할 만큼 공직기강이 문란해지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를 ‘내로남불 정권’으로 각인시킨 조국의 책임은 어쩔 것인가.

발칙한 신조어 내로남불에 내장된 깊은 속뜻이 유권무죄(有勸無罪) 무권유죄(無勸有罪)다.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권유죄(無錢有罪)를 절규할 때만 해도 보통사람들은 유무죄를 좌우하는 게 돈이라고 믿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병헌 최고위원이 2015년 당 공식회의에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놓고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라고 할 때만 해도 이른바 진보가 집권하면 이중 잣대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제는 권력이 죄와 벌을 좌지우지하는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불의의 세상이 됐음을 내로남불의 시대정신이 말해준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동남아 순방을 마치자마자 대통령은 첫 공개발언에서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을 콕 찍어 재수사를 지시함으로써 권력이 법치 위에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조국을 비롯한 강남좌파가 외국어고 반대하며 자기 아이는 외국어고 보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심정이라고 이해한다. 청와대 관사에 사는 대변인도 갭투자에 몰빵할 만큼 이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었다. 그렇다면 정부도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좋은 학교, 좋은 집 만드는 데 전력투구해야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그런데도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이중 잣대를 휘두르니 설에 먹었던 떡국이 올라올 판이다.

집권세력의 이중 잣대는 그들만 권력의 단맛을 누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히 사회지도층이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지닐수록 신뢰, 즉 사회자본은 더 떨어진다고 강철희 연세대 교수는 논문에서 지적한 바 있다. 도덕성을 코에 건 좌파의 이중 잣대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곤두박질시키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사회자본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재·보선 패배로 사퇴 위기를 맞았을 때 조국이 곁을 지켜줬다는 고마움에 내치지를 못한다고 한다. 결코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족적으로 볼 때 내년 총선이나 다음 대선에 꽃가마를 태워 내보낼 작정인 듯하다.

개인적 은혜는 개인적으로 갚으면 될 일이다. 대통령이 공사구분 못하고 국정을 사사화 했다는 비난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조국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