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재미있는 과학] 95%가 백신 맞으면 '집단면역' 생겨 전염병 없어져요

Shawn Chase 2019. 3. 27. 17:04


입력 : 2019.02.21 03:00

[백신과 면역]
2007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 홍역
'백신이 자폐 유발한다'는 괴담 돌자 예방접종 거부… 무서운 속도로 유행

전 세계에 '홍역 비상'이 걸렸어요.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부터 홍역 환자가 58명 발생했어요. 2001년 2만3060명이었던 국내 홍역 환자 수는 2017년 7명까지 줄어들었는데 갑자기 벌어진 일이죠. 홍역은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해 일으키는 전염성 질병으로 온몸에 돋는 붉은 발진이 특징이에요.

홍역은 세계적으로 90%가 넘는 백신 접종률 덕분에 2007년쯤 소멸하리라 예상됐던 병이었어요. 홍역의 새로운 유행은 바로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거랍니다. 집단면역이 깨진 상태라고도 표현하지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95% 이상 백신 맞아야 '집단면역'

우리 몸은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오면, 이들을 물리치는 한편 그 특징을 '기억'하고 다음에도 이들을 물리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놔요. 그리고 다시 같은 종류의 적이 들어오면 예전에 만든 무기를 이용해 아예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초반부터 방어하지요. 이 방어 체계를 '면역', 들어온 적을 '항원', 무기를 '항체'라고 한답니다.

백신 괴담이 가져온 '홍역 대란'
▲ /그래픽=안병현
백신, 즉 '예방접종'은 힘을 다 빼서 위험하지 않게 한 항원을 몸 안에 미리 넣어서, 몸이 이 항원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하는 과정이에요. 그러면 이후 같은 항원이 들어와도 병에 걸리지 않게 되지요. 이번에 문제가 된 홍역은 어릴 때 두 차례 백신을 맞으면 거의 확실한 면역력이 생겨요.

백신이 중요한 이유는 '집단면역' 때문이에요. 백신은 한 사람에게 면역력을 주죠. 그런데 집단 구성원 대다수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 차원에서 면역이 생겨납니다. 이렇게 되면 전염병이 퍼지기 어렵죠. 어떤 사람들은 "나는 예방접종 안 하였는데 건강하다"고 합니다. 그건 본인이 건강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집단면역'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집단면역이 강하게 유지되면 질병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어요. 백신의 탄생을 이끈 천연두는 백신 개발로부터 약 200년 만인 1977년 완전히 소멸됐고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등도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답니다.

집단면역은 한 집단 내에서 백신을 맞는 사람의 수가 95% 이상이어야 만들어져요.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 시절에 17가지 예방접종을 받도록 하고 있죠. 이 질병에 대해서는 국가 전체적으로 집단면역을 만드는 거지요. 하지만 여기 포함돼 있던 홍역에 대한 집단면역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지요.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근거 없는 논문이 만든 '백신 괴담(怪談)'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발표한 논문이 원인이 됐어요. 그는 11명의 아이를 관찰한 결과 홍역, 이하선염(볼거리), 풍진을 함께 예방하는 백신 MMR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유명한 의학 학술지에 실었어요. 하지만 이 논문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어요. MMR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었던 거죠. 논문을 실은 학술지도 실수였다며 논문을 철회했지요.

문제는 이 논문 내용을 믿고 MMR을 아이들에게 맞히지 않은 사람의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거예요. 한 번 생긴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인터넷 등에서 잘못된 정보와 백신 괴담이 퍼졌어요.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백신 접종률이 10%까지 내려간 경우도 있어요. 이 때문에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디즈니랜드에서 홍역이 무서운 속도로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2018년에는 세계적으로 홍역 환자가 30%가량 늘어났지요.

이 밖에도 기술 발전을 거부하고 자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나 매우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백신을 거부하고 있어요.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아이들 건강을 위한다며 백신을 맞히지 않는 단체가 있지요. 하지만, 홍역이나 수두처럼 가볍게 여겨지는 질병들도 아직 면역력이 갖춰지지 않은 영·유아나 합병증을 일으킨 성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어요.

2015년 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어린이 약 150만 명이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 탓에 병에 걸려 죽고 있답니다. 게다가 백신을 맞지 않은 이가 늘어나면 집단면역이 뚫리고, 이렇게 되면 타고난 신체적인 문제 등으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게 되지요. 백신 거부 운동이 세계보건기구에서 올해 초 발표한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10가지' 중 8위를 차지한 이유지요.


['우유 짜는 사람'은 천연두에 멀쩡… 이유 알아보다 첫 백신 개발했죠]

백신은 18세기 영국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가 만들었어요. 제너는 당시 치사율이 75%까지 이르렀던 위험한 병이었던 천연두를 막을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리고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소젖 짜는 사람들에게 주목했어요. 이들은 소가 걸린 '약한 천연두'(우두·소가 걸리는 천연두와 비슷한 질병)를 앓은 뒤로 진짜 천연두에 걸리지 않게 됐다는 걸 알았죠.

제너는 이 약한 천연두에 걸린 사람 물집에서 뽑아낸 바이러스를 어린이에게 주사했어요. 그리고 이 아이가 약한 천연두를 앓을 때 다시 액체를 뽑아내 다른 사람에게 주사하는 방식으로 천연두 항원을 퍼뜨렸지요. 그는 이런 식으로 23번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고, 결국 천연두를 막는 백신의 힘을 인정받게 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