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재미있는 과학] '구름씨앗' 뿌려봐야… 고작 비 1㎜ 내려 미세먼지 못 잡죠

Shawn Chase 2019. 3. 27. 17:03


입력 : 2019.03.07 03:00

[인공강우]
응결핵 뿌려 '구름입자'를 모으면 무거워진 빗방울이 떨어지게 돼요
구름 없이 맑은 날엔 무용지물이죠

오늘(6일)로 엿새 연속 미세 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어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랍니다. 지금까지는 지난 2월 나흘 연속 미세 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게 가장 나쁜 기록이었어요.

그래서 기상청은 지난 1월 서해에서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대기 중 초미세 먼지 농도가 떨어진다는 데 착안한 거죠. 날개에 기다란 막대 모양의 분사장치를 붙인 기상 항공기가 전라북도 군산 인근 해상에 구름 씨앗을 뿌렸지만, 실험 자체는 실패했어요. 비가 내리지 않았거든요.

구름아 모여라, 비가 되도록

우선 비가 내리는 원리부터 알아볼게요. 비가 내리려면 일단 구름이 필요해요. 구름은 아주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방울인 '구름 입자'로 이뤄집니다. 구름 입자를 아래로 잡아끄는 중력과, 구름 입자를 떠받치는 공기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 구름이 생기죠.

[재미있는 과학] '구름씨앗' 뿌려봐야… 고작 비 1㎜ 내려 미세먼지 못 잡죠
▲ /그래픽=안병현
구름 입자가 100만개쯤 뭉치면 빗방울이나 눈송이가 되어 땅으로 떨어져요. 다만 입자가 이 정도로 뭉치려면 구름 속 습도가 400%쯤 돼야 하지요.

인공강우는 구름 속 습도가 100% 정도일 때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비가 내릴 정도로 입자가 모인 상태가 아닌데, 인간이 공중에 구름 입자를 잡아당기는 미세한 물질을 뿌려 구름 입자가 뭉치도록 유도하는 거예요.

이때 구름 입자를 모으는 물질을 '응결핵' 또는 '구름 씨앗'이라고 해요. 지난 1월 실험에서 기상청은 구름 씨앗으로 요오드화은(AgI)을 썼어요. 요오드화은 외에 드라이아이스, 염화칼슘, 액화 질소 등도 구름 씨앗으로 쓰인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맞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쨍쨍 나는 날은 아무리 구름 속에 구름 씨앗을 뿌려도 인공강우가 불가능하답니다. 구름이 없거나 구름 속 습도가 낮을 땐 인공강우 기술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가뭄 대책으로는 별로 효과가 없어요.

그래도 하늘에 구름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비가 오게 유도해, 흐린 하늘이 맑아지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어요.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인공강우를 이용했어요. 대회 시작 전 구름 씨앗을 실은 로켓을 수십 발 쏴서 하늘에 있는 구름을 비로 만들어 없애버렸습니다. 덕분에 올림픽 기간 내내 맑았답니다.

지금 인공강우로는 미세 먼지 해결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실험에 앞서 "초미세 먼지 대책으로 인공강우, 고압분사 등 새로운 방안도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연구팀의 2012년 논문을 보면, 비가 시간당 3㎜ 이상 꾸준히 내리지 않으면 초미세 먼지 제거 효과가 거의 없었어요.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 비가 3시간 동안 시간당 3.3㎜씩 내렸을 때도, 대기 중 미세 먼지는 8.7%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인공강우 실험을 50여 차례 해왔습니다. 성공률은 40% 정도. 그나마도 평균 강수량이 1㎜에 불과했어요. 성공하더라도 이슬비 수준의 비만 내린 거죠. 인공강우로 미세 먼지를 줄이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입니다.

중국은 인공강우 기술을 60~70년 연구한 이 분야 선진국이지만, 중국이 우리보다 기술이 앞서 있는데, 그런 중국도 초미세 먼지를 인공강우로 잡지는 못하고 있어요.

미세 먼지를 없애는 데는 비가 아니라 바람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앞서 중국 연구진은 비 온 뒤 날씨가 청명해지는 이유가 미세 먼지가 비에 씻겨 없어졌기 때문이라기보다, 바람 때문에 흩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미세 먼지가 심할 때에는 대부분 고기압 영향을 받아 하늘에 구름이 많지 않아요. 지금 인공강우 기술로는 구름의 양이 부족해 비를 내리게 하기도 어렵고, 강수량이 미미해요. 인공강우가 미세 먼지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도전! 구름 없이 비 만들기]

과학자들은 구름 없이도 가능한 인공강우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어요. 지금 기술이 유(有)에서 유(有)를 창조하려고 한다면, 앞으로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겠다는 거지요.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대기에 떠 있는 수많은 입자를 전기장으로 교란시켜 수증기를 끌어모으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원리는 사실 100년도 더 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물리학자 윌슨(Wilson·1869 ~1959)이 1911년 만든 '안개상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죠. 안개상자는 방사선이나 전기를 띤 입자가 공간을 지나갈 때, 수증기가 그 입자가 지나간 궤적을 따라 맺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이 방법을 발전시켜 전기장을 띤 입자들이 공기 중의 수증기들을 자유자재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가 강수량을 인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안개상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입자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게 해 원자의 구조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윌슨은 1927년 이 안개상자를 만든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