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재미있는 과학] 24시간 햇빛 받으며… 적도에서보다 전기 7배 더 만들죠

Shawn Chase 2019. 3. 27. 17:04


입력 : 2019.02.28 03:00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에 태양광 패널 달아 전기 생산… 지구로 전송할 땐 마이크로파로 전환
대기 저항 받지않아 전송 효율 90%…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할 부분

지난 2월 13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한국형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 계획안을 발표했어요. 우주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에 달린 태양광 패널에 햇빛을 모아 생산한 전기를 지구로 전송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에요.

마치 공상 과학 소설에 나올 법한 우주 태양광발전 개념은 1968년 미국 피터 글레이저(Glaser) 박사가 처음 구체화했어요. 하지만 우주에서 태양광발전을 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인지 의문이 커지면서 1980년대 중반 연구 지원이 중단됐어요.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장거리 전력 전송 실험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으로 우주 태양광발전 경쟁이 불붙고 있어요. 일본은 내년 10㎿(메가와트)급 태양광발전 위성을 시험 발사한대요.

우주에서 수십 배 더 많은 전기 만들어

인류는 왜 먼 우주에서 태양광발전을 하려고 할까요? 우주에서는 지표면보다 최소 7배에서 20배 이상까지 높은 효율로 전기를 만들 수 있거든요.

[재미있는 과학] 24시간 햇빛 받으며… 적도에서보다 전기 7배 더 만들죠
▲ /그래픽=안병현
지상에서는 지구의 공전으로 태양 위치가 계절에 따라 바뀌고, 지구의 자전으로 낮과 밤이 생기므로 하루 평균 8시간 남짓만 태양광발전이 가능해요. 이와 달리 우주에선 밤낮없이 거의 24시간 발전이 가능해요. 발전기 가동 시간이 3배 늘어나죠. 날씨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요.

또 우주 공간에서 받는 태양빛의 에너지 밀도는 지상보다 4~10배가량 높아요. 태양광 에너지는 우주에서 1㎡당 1360W 수준인데, 지표면에서는 1㎡에 도달하는 에너지는 150~300W로 줄어들죠. 태양빛이 대기에서 30%는 반사되고, 대기권에 들어온 태양광도 구름과 먼지 등 때문에 산란하는 탓입니다. 또 적도를 중심으로 위도가 높아질수록 받는 태양광이 줄어들어 지역에 따라 발전 효율이 몇 배까지 차이가 나죠. 그래서 우주 발전이 적도보다 7배, 우리나라보다는 수십 배 효율적이라고 해요.

전문가들은 면적 4㎢ 판이 달린 태양광발전소를 우주에 지으면 원자력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100㎿에서 1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원전 수준 전기를 공해 없이 만들어내는 방법이죠.

'마이크로파'로 지구로 전기 보내요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지구로 보낼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무선으로 전력을 지상에 전송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덥힐 때 쓰는 '마이크로파'가 꼽힙니다.

마이크로파는 직진하려는 성질이 강하고 대기 저항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전송 효율이 90% 수준으로 높아요. 이를 지상에 설치된 접시 모양 안테나가 받아 다시 전기로 바꾸는 방식이에요. 무선으로 지상에 전기를 전달하는 거죠. 다만 이 마이크로파가 인간이나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우주 태양광발전 걸림돌은 '돈'

2007년 미국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우주청은 "우주 태양광발전에 기술적 문제는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아직 우주 태양광발전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문제는 '돈'입니다.

각국이 추진하는 1GW급 우주 태양광발전을 위해선 태양광 패널 길이가 최소한 가로 1㎞, 세로 4.2㎞는 돼야 해요. 이것만 무게가 6000t이 넘어요. 현재 정지궤도에 5t 규모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평균 1800억원이 들어요. 1GW급 우주 태양광발전기를 지으려면 재료를 우주로 올리는 데만 220조원가량이 필요한 거죠.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 수준이에요.

그렇지만 우주에서 발전하면 입지 문제가 없고 효율이 수십 배 높다 보니 앞으로도 태양광발전소 건설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에요. 2035년 즈음에는 우주 태양광발전소가 원전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리라는 추정도 나와요.


['우주 태양광발전소' 아이디어 처음 낸 사람은 SF 소설가였죠]

미국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우주 태양광발전소'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으로 꼽힙니다. 그는 우주정거장에서 태양광 발전을 한 뒤 지구로 전기를 전송하는 개념을 1941년 낸 단편소설 '리즌(Reason)'에서 소개합니다.

아시모프는 1984년에는 캐나다 일간지 '더 스타'에 보낸 기고문에서 "이르면 2019년에 달에 태양광발전소가 만들어져서 지구로 전기를 보내올 것"이라고 썼어요. 마이크로파로 에너지를 전송할 것이라고도 예측합니다. 지금 우주 태양광발전소 개념과 대부분 일치하지요. 2019년 태양광발전이 시작될 거라고 전망한 것은 좀 빗나갔지만요.

이 글에서 그는 우주에서 오는 태양광에너지 덕분에 세계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희망합니다. 달에서 만든 전기를 세계가 나눠 쓰면서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되고 전쟁이 사라질 거라 생각한 거죠. 그러나 지금 국가별로 각자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예측은 절반만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