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재미있는 과학] 심해 새우 10마리 중 7마리, 몸에서 미세 플라스틱 나왔죠

Shawn Chase 2019. 3. 27. 17:02


입력 : 2019.03.14 03:00

[미세 플라스틱]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
파도 맞아 분해된 플라스틱이거나 화장품·치약에 쓰인 작은 알갱이예요

지난 2월 말 영국 뉴캐슬대 과학자들이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전했어요. 세계 곳곳의 심해에서 잡은 새우를 표본 조사했더니 10마리 중 7마리꼴(72%)로 몸속에서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이 나왔다는 겁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꼽히는 '마리아나 해구'(최대 수심 1만1000m)에 사는 심해 새우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어요. 얕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뿐만 아니라, 태양 빛조차 들어오지 않은 깊은 바닷속도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예요.

옷에서도 떨어지는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은 최근 10여 년 동안 새롭게 등장한 환경 문제예요. 문자 그대로 5㎜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지요. 주로 강이나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파도에 맞아 부서지고, 태양 빛을 받아 조각조각 분해되면서 생겨요.

[재미있는 과학] 심해 새우 10마리 중 7마리, 몸에서 미세 플라스틱 나왔죠
▲ /그래픽=안병현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화장품, 세제, 치약 속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피부나 치아를 문질러 때를 제거할 때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으면 잘 지워지거든요. 또 옷을 세탁하는 도중 떨어져 나온 화학섬유나 실 조각들도 미세 플라스틱이지요.

이런 미세 플라스틱 대부분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로 바다를 떠돌고 있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의 몸속에 쉽게 쏙 들어갑니다. 바다 생태계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플랑크톤이 먹이인 줄 알고 미세 플라스틱을 꿀꺽 삼키죠. 작은 새우나 물고기는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 플랑크톤을 먹어요. 더 큰 동물이 그런 새우나 물고기를 잡아먹으면, 그 동물의 몸속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쌓이겠지요.

이런 식으로 해양 생태계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플랑크톤부터 가장 위쪽에 있는 포식자들까지 몸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되고 있어요. 지난 2월 영국 엑시터대 연구팀이 영국 해안에서 발견된 돌고래, 바다표범 같은 해양 포유류 50마리의 내장을 검사했을 때도 모두 배 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답니다.

한 번 해양동물의 배 속에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썩거나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요. 동물은 위가 비었을 때 공복감을 느껴 먹을 것을 찾아나서요. 위 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잔뜩 들어 있는 물고기가 다른 먹이를 먹지 않고 배 속에 미세 플라스틱만 그득하게 담은 채 굶어 죽는 경우가 생기죠.

최근 우리나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세포 기능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들이 작은 열대어인 '제브라 피시' 배아로 연구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배아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렸지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호흡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에요. 여기가 망가지면 세포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요.

플라스틱으로 덮인, 그리고 덮일 바다

2000년대 중반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이 알려진 뒤로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인간이 지금 당장 플라스틱 제조를 멈춘다 해도 해양생물은 앞으로도 수십 년, 수백 년간 미세 플라스틱을 계속 삼켜야 해요. 이미 버린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를 끊임없이 이동하며 물속 깊은 곳까지 퍼져나가고 있거든요.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서 생기는 게 미세 플라스틱인데, 태평양에는 해류를 타고 모인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이미 여럿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은 면적이 무려 160만㎢에 달한답니다. 남한 면적(10만㎢)의 16배지요. 이곳에 쌓인 쓰레기양은 8000만t에 달해요. 그중 8%가 미세 플라스틱이죠. 나머지 92%도 반 이상이 50㎝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나 그물 등이에요.

지난해 영국 왕립통계학회가 뽑은 2018년의 숫자는 '90.5'였어요. 1950년부터 2015년까지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의 비율이지요. 약 65년간 인간이 사용한 플라스틱 중 90.5%가 그대로 자연에 버려졌어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나 비닐을 사용하기 전, 한 번만 생각해 봤으면 해요. 여기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은 결국 누구를 공격하게 될까요?


[바다 소금 1년간 먹으면 몸속엔 미세 플라스틱 2000개]

바다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다는데, 그럼 우리가 먹는 소금은 안전할까요?

지난해 10월, 김승규 인천대 교수팀이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함께 21개국 천연 소금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천연 소금 중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만드는 '해염'은 바닷물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요.

연구팀이 세계 28곳에서 생산된 해염을 분석한 결과, 26곳 해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어요. 유럽, 아시아,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5대륙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고요.

연구팀은 이런 소금을 먹으면 1년에 미세 플라스틱 약 2000조각을 섭취한다고 분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