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자극 없는 안정, 쉐보레 신형 스파크[74] 2015/07/02 21:58
【카미디어】 김성환 기자 = 어떻게 보면 심심히다. 도로에 널려 있는 (구형) 스파크들이 오히려 발랄해 보일 정도다. 신형 스파크의 느낌은 자극적이고 짜릿한 쪽은 아니다. 성숙하고 숙성되고, 그래서 안정적이고 진중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기량 998cc 짜리 경차에서 이런 안정감을 느낀다는 게 사뭇 놀라울 정도다.
예전 스파크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통통튀는 발랄함이 무기였다. 반면 신형 스파크는 한 층 차분해진 모습과 안정적인 주행성능으로 차의 완성도가 승부수다. 경차 규격 안에서 크기를 최대한 키우고,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안정된 조형을 주로 쓰면서 '자극'을 줄였다. 무게를 줄여 효율을 높이고, 중형 세단에나 있을 법한 안전장치도 가득 넣었다. 늠름하고 어른스러워진 스파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천방지축 막내가 아니다. 형들보다 듬직한 막내랄까? 쉐보레의 막내 역할을 넘어 든든한 효자가 될 것 같다.
겉모습
신형 스파크를 요리조리 살펴봐도 예전 모델에서 느꼈던 발랄함이 없다. 필러에 뒷문짝 손잡이를 숨겨 놓은 것 정도를 물려 받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단정한 스타일에 실제보다 커보이도록 디자인된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테일램프를 최대한 바깥으로 밀면서 < > 이런 모양으로 집어 넣어 특히 뒷모습이 안정돼 보인다. 이전보다 3.6cm 낮아진 지붕 역시 신형 스파크를 안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측면에는 굵고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이 여러 개 지나간다. 헤드램프에서 시작하는 짧은 선과, 문 손잡이를 통과하는 가운데 선, 뒷 문짝에서 시작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두툼한 선 이렇게 총 3개다. 날렵하게 그려 넣은 선들이 사진으로 봤을 때는 유치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꽤 괜찮다. 힘주어 접혔다가 풀어지는 3개의 주름이 신형 스파크만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이런 '위트'가 없었다면 매우 밋밋한 경차가 될 뻔했다.
속모습
실내는 양쪽 끝을 넓게 벌린 센터페시아가 눈에 띈다. 맨 위에 자리 잡은 7인치 모니터는 개선된 ‘마이링크’ 시스템을 통해 터치로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 국산 완성차 처음으로 사용된 ‘애플 카플레이’는 아이폰을 유선으로 연결해 휴대폰 속 어플을 사용할 수 있다. 음악, 메시지, 내비게이션 등을 자유자재로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터치감은 조금 아쉽다. 마이링크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애플 카플레이만 연결하면 터치감이 '살짝' 느리게 반응한다. 휴대폰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느낌을 기대했다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계기반은 정말 잘 바꿨다. 고성능 바이크에서 가져왔다던 구형 스파크의 계기반은 젊고 역동적이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불편했다. 신형 스파크의 계기반에선 젊거나 역동적인 건 보이지 않지만, 일단 보기 편하다. 곳곳에는 운전자를 배려한 편의장치가 많이 보인다. 룸미러에 붙은 하이패스를 비롯, 크루즈 컨트롤과 열선핸들, 사이드 미러 끝에 불빛으로 표시해주는 사각지대 경고 장치,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불빛과 소리로 경고해주는 장치도 들어 있다. 전반적으로 '저렴한 경차' 느낌은 거의 지웠다. 곳곳에 한 등급 위에서나 봤던 장치들이 적잖이 뿌듯하다.
달리는 느낌
차세대 스파크에 들어가는 3기통 1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75마력, 최대토크 9.7kg.m를 낸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기통 수는 하나 줄었지만 마력과 토크의 차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실린더 수를 줄이고 파워트레인 곳곳을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기존 엔진대비 무게를 9kg 줄였고 전체 차의 무게도 총 45kg 빠졌다.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범위, ‘토크밴드(Torque Band)’도 넓어졌다. 덕분에 엔진이 무리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쉐보레가 주로 쓰는 중저음 배기음도 잘 조율됐다.
신형 스파크는 한 층 성숙한 주행감을 보여준다. 물론 배기량의 한계는 있지만, 크게 부족함 없는 주행과 여유로운 가속, (비교적) 사뿐히 차를 끌고 나가는 능력이 경차 이상이다. 다만, 추월가속 및 고속주행에서 힘이 모자른 건 어쩔 수 없다. 998cc에 터보나 슈퍼차저 같은 걸 달지 않고 이 정도 달리기를 뽑아냈다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주행안정감이 기대 이상이다. 스파크의 탄탄한 골격은 고속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속도를 올려도 느긋하기만 하다. 떨리거나 들썩거리거나 흔들림 같은 건 전혀 없다. 진득하게 바닥을 누르며 갈 길을 간다. 깊은 코너를 돌아 나갈 때도 차가 가볍거나 불안한 느낌이 없다. 잔뜩 힘을 준 엉덩이와 핸들을 꽉 쥔 손이 괜히 민망해진다. 연속 코너가 굽이치는 길을 달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시승 코스는 고속도로 위주의 평지구간이었다. 골격 좋기로 소문난 쉐보레의 진가를 못 느껴봐서 아쉬울 뿐이다. 다음 시승엔 꼭 서킷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명산 정도는 여러 번 달려봐야 겠다.
경차 같지 않은 안정적인 주행에는 스파크에 달려있는 각종 안전장치가 큰 역할을 했다. 전후방 센서, 후방 카메라, 차체 자세 제어 장치는 기본, 앞 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눈과 귀로 경고해 주는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및 차선 이탈 경고,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등을 넣었다. 언덕길 밀림 현상을 방지하는 HSA 기능도 넣어 오르막길에서 멈춰도 당황할 일이 없어졌다. 차체 곳곳에 붙은 안전장비를 보고 있으면 웬만한 중형 세단 부럽지 않다. 그 만큼 더욱더 믿음이 가고 운전에 자신감이 생긴다.
놓치지 말아야 할 특징
스파크는 젊은 소비층을 고려해 총 10종류의 차체 색깔과 4종류의 실내 인테리어를 고를 수 있게 준비했다. 기본적인 조합만 40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에 안 찬다 싶으면 쉐보레가 준비한 순정 액세서리 튜닝 파츠가 마련되어 있다.
그릴과 범퍼 몰딩, 스포일러, 휠은 물론 실내 센터페시아 색깔과 알루미늄 페달, 바닥 매트까지 모두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색깔도 빨간색, 연두색, 파란색, 하얀색 등 강렬한 원색 컬러다.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액세서리 들로만 가득 채워 놓았기 때문에 '나만의 스파크 만들기'가 가능하다. 액세서리를 달고 다니다 깨지거나 손상이 가도 문제없다. 쉐보레에서 직접 품질을 보장해주고 보증기간도 있다. 스파크만 갖고 있는 이런 유쾌한 특징이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딱’ 좋다.
기억해야 할 숫자
가격을 빼 놓을 수 없다. 저렴한 가격을 갖고 있는 경차는 몇십만원 차이도 꽤 크다. 때문에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쉐보레는 신형 스파크 하위 트림의 가격은 약간 올랐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LT, LT플러스 모델은 오히려 가격이 9~23만원 정도 낮아졌다. 신차가 출시되면 보통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쉐보레는 오히려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국내 경차 시장 1위를 탈환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가격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최고급 모델인 LTZ는 각종 안정장치를 더하면서 가격이 13만원 올랐다.
스파크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모델은 승용밴 수동기어 모델로 가격은 1,015만 원이다. 이후 수동변속기 기준 LS 1,036만 원, LT 1,136만 원, LT플러스 1,209만 원, LTZ 1,308만 원이며, 자동변속기는 각 트림별 136만원이 추가된다. 또한, 효율을 강조한 에코 모델은 자동변속기만 출시되며 에코 LS 1,227만 원, 에코LTZ 1,499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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