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논설실장 입력 2018-12-10 03:00수정 2018-12-10 09:07
대개 취임 1년 반쯤부터 변화… 文, 권위적으로 변하는 징후
설명도 없이 뒤바뀐 정책들… 조국 경질론 비등에 어깃장
권위적 변화, 지지율 하락 맞물려… 직언 수용 여부에 成敗 갈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의 대통령은 다들 처음 해보는 자리다. 그것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그 시기의 대통령은 뭘 해도 진솔하고 소탈해 보인다. 실제로도 소탈하다. 아직 민간인 물이 덜 빠졌고 권위적인 청와대 의전에도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 국정 수행도 처음이라 겸허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개 취임 1년 반 전후가 되면 대통령이 변하기 시작한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 가장 고민 많은 사람이 오너이듯이, 한 정권의 오너 격인 대통령만큼 정권의 성공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도 없다. 여기에 최고급 정보까지 쌓이면 안 보이던 국정의 디테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밑에서 하는 일처리가 못마땅해지고,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국정이 굴러가지 않는 데 짜증이 늘어가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다. 대통령이 권위적으로 변하는 시기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세상이 달라지는 권력의 경험은 그런 변화에 기름을 붓는다. 한국 대통령들은 이렇게 비슷한 길을 걸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소탈과 겸손으로 어필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그런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손바닥처럼 뒤집힌 정책이 적지 않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의 입법 문제가 그렇고 편의점 과밀 규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도 있다. 정책이든 공약이든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정책도 일종의 국민과의 약속인데, 약속을 바꾸려면 바꾸는 사람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 설명이 불편하고 때론 귀찮을지라도. 충분한 설명 없이 하루아침에 바꿔버리면 권위적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입법은 지난달 5일 대통령 자신도 참석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합의문까지 발표한 사안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논의를 미뤄 달라’고 하자 단번에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의 입장 번복은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설혹 설명하기가 껄끄럽더라도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기자들의 말문을 막은 기내 간담회는 발언록을 들여다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질의응답을 시작할 때부터 “사전에 무슨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빗장을 건 뒤 이어진 국내 문제 질문에는 “더 말씀 안 하셔도 될 것 같고요” “짧게라도 질문 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습니다” “외교로 돌아가시죠”라며 셔터 문까지 내렸다. 과거의 취재 경험으로 볼 때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그랬으니 그 자리가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문제는 대통령이 권위적으로 변할 때가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일 한국갤럽 발표에서 49%를 기록했다. 9월 7일 발표에서 취임 이후 최저치인 49%였던 데 이어 다시 40%대로 떨어졌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통령은 초조해진다. 밤낮을 국가만 생각하는데, 이렇게 몰라주나 하는 서운한 마음도 든다. 그럴수록 더 권위적으로 변한다. 지지율이 더 떨어진 대통령은 급기야 사정의 칼을 빼기도 한다. 사정 정국이 조성되면 대통령은 더욱 두려운 존재가 되고, 그러면서 더 고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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