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터키, 노벨상 과학분야 첫 수상자 배출에 환호

Shawn Chase 2015. 10. 7. 23:32

 

산자르, 축구선수 꿈 접고 의대 진학..미국 건너가 생화학자로 명성

연합뉴스 | 입력 2015.10.07. 20:53 | 수정 2015.10.07. 21:47

 

 

산자르, 축구선수 꿈 접고 의대 진학…미국 건너가 생화학자로 명성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아지즈 산자르(69)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가 7일(현지시간) 터키인으로서 첫 노벨상 과학분야 수상자로 발표되자 터키 언론들이 긴급 보도를 쏟아내는 등 환호를 보냈다.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산자르 교수는 터키 동부 마르딘 주 사부르 출신으로 미국 국적도 가졌다.

터키는 지난 2006년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63)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올해 수상자를 2명으로 늘렸다.

터키 언론들과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등에 따르면 1946년 사부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산자르 교수는 8남매 중 일곱째다.

산자르 교수는 "부모님 모두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교육이 중요하다며 온 힘을 다해 8자녀 모두 학교를 보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는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7살 때부터 키웠던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꿈을 버리지 않고 축구에도 열중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골키퍼로 활약한 그는 18세 미만 국가대표 선발 제의를 받았지만 뛰어난 골키퍼가 될 정도로 키가 크지 않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학업에 전념했다고 한다.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스탄불 의대에 진학했으며 2학년 때 생화학 수업을 듣고선 생화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기초 과학인 생화학자가 되려면 의사 경험이 필요하다는 교수의 조언에 따라 의대를 마치고 고향 사부르 인근에서 2년 동안 의사로 활동했다.

그는 1971년 생화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 갔고 텍사스대학 등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DNA(유전자) 복구 연구에 헌신했다.

산자르 교수는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 2005년 과학자의 영예인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돼 노벨상에 한 걸음 다가섰다.

산자르 교수의 부인은 텍사스대학 박사학위 동기인 그웬 볼스 산자르 교수로 역시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생화학을 가르친다.

산자르 교수 부부는 노스캐롤라이나대 인근에 '투르크 에비'(터키의 집)를 세워 터키 학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justdust@yna.co.kr

 

노벨화학상 'DNA 복구과정' 규명한 3명…암 치료법 개발에 기여

매일 일어나는 유전자 손상 복구하는 메커니즘 발견

 

스웨덴 린달·미국 모드리치·터키 출신 산자르 공동수상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해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손상된 DNA(유전자)가 회복되는 원리를 밝혀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한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토마스 린달(77·스웨덴)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명예교수, 폴 모드리치(69·미국)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 겸 하워드 휴스 연구소 연구원, 아지즈 산자르(69·터키·미국 이중국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뽑았다고 7일 밝혔다.

왕립과학원은 "이들의 연구는 세포가 어떻게 손상된 DNA를 복구하고 유전자 정보를 보호하는지를 밝혀 살아있는 세포 기능에 대한 근본적 지식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DNA의 이런 속성 때문에 DNA가 매우 안정된 분자일 거라고 믿었다. 실상은 정반대였다.

이번 수상자 중 한 명인 토마스 린달은 1974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DNA가 매우 빠른 속도로 붕괴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붕괴의 속도에 대해 "지구상에 생명체가 생겨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라고 표현했다.

DNA 손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자연적으로 손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방사선, 자외선, 독성물질, 담배 등에 의해 손상되기도 한다. 사람 몸에서 하루 수백만번 일어나는 체세포 복제 과정에서도 손상이 발생한다.

이런 DNA 손상이 누적된 결과가 노화, 질병, 암 등이다.

이처럼 우리 몸의 DNA는 매일, 매 순간 손상되지만 그럼에도 건강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이런 손상을 고쳐주는 복구 메커니즘이 우리 몸에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이런 복구 시스템 중 대표적인 것들을 상세한 분자 수준에서 발견해낸 선구자들이다.

린달은 '염기(base) 절제 복구'란 복구 방법을 발견했다. 주로 자발적으로 생기는 DNA의 손상을 복구하는 방법으로, DNA에서 손상된 염기만을 떼어내고 해당 부위를 복원시킨다.

폴 모드리치는 '부정합(mismatch) 복구'를 발견했다. 세포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손상을 복구하는 방법으로, 쌍을 이뤄야 할 염기서열끼리 맞붙지 않고 엉뚱한 염기끼리 결합했을 때 이를 고쳐주는 작용이다.

아지즈 산자르는 '뉴클리오타이드 절제 복구'란 메커니즘을 찾아냈다. 염기, 당, 인산 등이 결합한 뉴클리오타이드 전체를 뜯어내 고쳐주는 방식으로 자외선 등에 의한 DNA 손상을 치료할 때 쓰인다.

조규봉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런 복구 작업은 엔자임이란 효소가 DNA를 만져보다 손상된 부분을 발견하면 이를 떼어내는 방식으로 수행된다"며 "이렇게 떨어져 나간 부위에는 DNA 중합효소가 와서 빈 부분을 복구시킨다"고 말했다.

이현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피부암이나 대장암 등은 이런 복구 작용과 관련된 질병인데, 그전까지는 질환의 원인을 몰랐지만 이들 과학자의 발견으로 질병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피부암에 잘 걸리는 사람들의 경우 자외선으로 인한 손상을 복구하는 UVRA, UVRB 등의 엔자임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더란 것이다.

이덕환 교수는 "이런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70살쯤 되면 정상적인 사람도 세포 1개 내에 있는 30억개의 염기서열 중 2천개 정도는 손상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복구 과정은 효소에 의해 관리되는데 이런 효소가 잘못 만들어지거나 수가 부족해지면 암이 생기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는 생리학·의학 분야에서 질병의 원인이나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 활용된다.

조 교수는 "이번 수상 대상은 분자생물학 교과서에 잘 나와 있는 생물학 분야의 기초적인 내용으로, 이를 발견한 연구자들에게 상이 돌아간 것"이라고 이번 노벨화학상의 의미를 평가했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