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노벨물리학상 2년째 일본 품에…日, 의학상 이어 이틀연속 수상

Shawn Chase 2015. 10. 6. 21:54

송고시간 | 2015/10/06 20:51

 

 

 

일본 가지타 다카아키·캐나다 아서 맥도널드 교수…중성미자 질량발견 공로
일본은 올해 생리의학상이어 벌써 노벨상 2관왕

(도쿄·서울=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백나리 기자 = 일본이 2년 연속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은 이미 올해 첫 노벨상인 생리의학상까지 거머쥔 상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일본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72) 캐나다 퀸스대 명예교수를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중성미자 진동실험으로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이들을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달빛이 창문을 통과하는 것처럼 우리 몸을 통과하며 떠다니는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가지타 교수는 1998년 대기의 중성미자가 일본의 슈퍼카미온칸데 검출기에 도달하기 전 진동을 일으켜 또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01년 캐나다 서드베리중성미자관측소에서의 실험을 통해 태양에서 방출된 중성미자가 지구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또다른 중성미자로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두 실험을 통해 중성미자가 종류를 바꾼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중성미자가 미미하게나마 질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돼 입자물리학에서는 역사적인 발견이 이뤄졌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이같은 발견은 우주과학에서 우주의 진화와 태양의 작동 원리 등을 규명하는 데는 물론 핵융합로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수상자 2명은 노벨상 상금 800만 크로나(약 11억2천만원)를 나눠받게 된다.

맥도널드 교수는 노벨상 발표 기자회견 중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벅찬 경험"이라면서 "중성미자가 태양에서 지구로 이동하면서 종류를 바꾼다는 것을 높은 정확도로 실험에서 확인했을 때가 '유레카'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가지타 교수의 수상으로 2년 연속 노벨물리학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아카사키 이사무(85) 메이조대 종신교수 등 일본 출신 과학자 3명이 고효율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로 상을 받았다.

일본은 앞서 5일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도 오무라 사토시(80) 기타사토대 특별영예교수가 다른 2명과 함께 공동 수상, 이틀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5일과 6일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이 발표된 데 이어 7일 화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된다. 문학상은 8일로 예상된다.

노벨상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일본 가지타 교수(교도=연합뉴스)
일본 가지타 교수(교도=연합뉴스)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AFP=연합뉴스)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AFP=연합뉴스)

 

nari@yna.co.kr

 

 

24명 중 21명이 과학 분야..일본 '과학 강국' 배경은?

JTBC | 이승녕 | 입력 2015.10.06. 20:44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24명이나 됐습니다. 과학 분야가 21명이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과학분야가 한 명도 없는 우리나라는 어제(5일) 첫 수상자가 나온 중국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 되는데요.

오늘은 공동 수상자인 가지타 교수의 업적이 어떤 건지 간략히 살펴보고, 무엇보다 일본이 어떻게 이런 과학 성적을 거뒀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과학 분야에 가장 설명을 잘 해드리는 이승녕 경제산업부장이 지금 옆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가지타 교수가 수상하게 된 업적이 뭔가요. 좀 어렵긴 하던데…

[기자]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뉴트리노라는 게 있습니다. 뉴트리노를 한자어로 번역하면 중성미자라고 하는데요. '미' 자는 '아주 작다'는 '미세하다'라는 뜻인데요.

중성미자라는 것은 우주, 그리고 물질을 구성하는 여러 소립자 중에 아주 중요한 한 가지인데요.

그런데 이 중성미자를 처음 학자들이 생각할 때 '질량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입자들과 교류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가정을 했었는데, 그렇지 않다라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이 모든 연구들이 시작이 된 건데요.

한 마디로 쉽게 얘기하면 이 중성미자에 질량이라는 게 있고, 그게 어떻게 해서 다른 입자들에 영향을 주느냐 하는 분야를 연구해서 업적으로 상을 받게 된 겁니다.

[앵커]

그럼 우주와 관련된 이론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그런…

[기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후속 연구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걸 다 실험으로 찾아냈단 얘기잖아요? (그렇습니다.) 여전히 쉬운 얘기는 아니긴 합니다만, 대단한 업적임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특히 이 노벨상에서 24명 중 21명이 과학 쪽인데, 상당히 놀랍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성과라는 게 우리가 생각할 때 그냥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만큼 오랜 기간 투자를 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예를 들면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개항해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교육기관을 만든지 대략 잡아도 100년이 넘었고요.

그 다음에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약자로 리켄이라고 부르는 이화학연구소를 만든 지 80년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투자를 해왔던 것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되겠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경제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투자는 그치지 않았다, 혹은 축소되지 않았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될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상을 받은 가지타 교수가 좋은 예입니다.

오늘 상을 받은 가지타 교수는 도쿄대 물리학 연구소에서 연구했던 분인데, 이 분의 스승이 바로 고지마 마사토시 교수입니다. 200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분입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단순히 스승과 제자일 뿐 아니라 연구 분야가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뉴트리노를 발견한 사람이 고지마 교수이고, 그 뉴트리노라는 것에 질량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제안하고 발견한 사람이 오늘 수상한 가지타 교수인 겁니다.

그 장치 이름이 물리학을 하는 분들은 잘 알고 있는 카미오칸데라는 장치인데, 어려운 말은 아니고 카미오카라고 일본의 지역입니다. 그 지역에 있는 카미오카라는 광산을 이용해 장치를 만들어 이론을 '카미오칸데'라고 지은 겁니다.

그 스승인 고지마 교수는 카미오칸데를 만들어서 뉴트리노를 처음 관측하는 성과를 내서 상을 받았고, 제자인 가지타 교수는 그것을 수퍼 카미오칸데라고 훨씬 큰 장치를 만들어서 오늘 말씀드린 여러가지 성과를 낸 거고요.

[앵커]

일본이 가업을 대를 이어 하는 경우는 많이 봤는데, 학문 연구도 대를 이어 많이들 하네요. 스승과 제자 사이에.

[기자]

그렇습니다. 이 두 분은 노벨상을 연달아 받았으니까 그런데, 이 분들이 아니어도 대를 이어서 같은 연구를 이어가는 분들이 일본엔 많습니다. 독일에도 굉장히 많다고 알려져 있고요.

그런데 거기서 중요한 게 뭐나면, 사실 물리학이나 화학이라든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노벨상을 받을 만한 성과가 금방 나올 리가 없죠. 1-2년 연구해서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 스승이 했던 것을 이어받아 할 수 있는, 그렇게 된다면 좀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는데, 그걸 기다려 주느냐, 사회나 국가나 학계가 그만큼 투자하고 기다려 주느냐가 그만큼 성과를 좌우하는 것 아니겠느냐…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잠깐 찾아봤습니다만, 카미오칸데와 수퍼 카미오칸데 연구에는, 아이디어부터 실제 광산에 그런 장치를 설치하고 국제 연구진을 불러와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내는 데 대략 4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들어간 돈은 정확히 없습니다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육박하는 것 아니냐 추정하고요.

그만큼 일본 정부와 학계가 가능성 있는 연구에 아낌 없이 투자한 것이고요. 그래서 그 결과 같은 분야에서 스승과 제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큰 성과를 낸 겁니다.

 

나는 일본·뛰는 중국..노벨상 앞에 초라한 한국

일본 과학분야 21번째 수상자 배출·중국 첫 자국민 수상 영예 짧은 연구역사·성과위주 투자가 수상 실패 요인

전문가들 "연구비 꾸준히 지원해 연구환경 조성해야" 한목소리

연합뉴스 | 입력 2015.10.06. 22:23

 

일본 과학분야 21번째 수상자 배출·중국 첫 자국민 수상 영예

짧은 연구역사·성과위주 투자가 수상 실패 요인

전문가들 "연구비 꾸준히 지원해 연구환경 조성해야"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일본과 중국이 올해 의·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연달아 배출하면서 과학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지만 그 목록에 한국은 없었다.

노벨상에 관한 한 한국·중국·일본 3국 중에서 유독 한국만 힘이 빠진 모습이다.

◇ 나는 일본·뛰는 중국…기는 한국

6일 발표된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중성미자 진동실험을 통해 중성미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일본인 과학자인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가 선정됐다.

전날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사토시(大村智·80) 기타사토대 특별영예교수에 이어 일본은 노벨상 무대에서 이틀연속 '홈런'을 쳤다.

물리학상만 놓고 보면 일본은 '2연패'라는 쾌거를 거뒀다.

가지타 교수에 앞서 아마노 히로시(天野浩) 나고야대(名古屋大) 교수 등 3명은 '청색 LED' 개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2년 연속 노벨물리학상을 거머쥔 일본은 역대 노벨상에서 물리학 11명, 화학 7명, 생리의학 3명 등 과학분야에서만 21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총 24명이 노벨상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과학 강국의 면모가 정점에 이른 모습이다.

뒤늦게 노벨상 대열에 합류한 중국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투유유(屠<口+幼><口+幼>·85·여)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하며 중국 국적자로는 과학분야 첫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중국을 떠난 화교 출신의 과학자가 과학분야 노벨상을 8차례 차지한 바 있지만 자국민인 85세의 노장학자가 생리의학상을 거머쥐며 중국은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성적표라고 내밀 만한 게 없는 상황.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의·과학분야에서는 수상자가 전무한데다 유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경우도 없다.

연구개발 혁신, 기초과학 집중 투자 등 역대 정부에서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던 것에 비하면 노벨상에서는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유독 노벨상 앞에 초라한 한국…왜

기초과학 전문가들은 한국이 노벨상 시즌마다 유독 작아지는 이유로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기초연구 역사와 성과 위주의 과학기술 투자 정책 등을 꼽고 있다.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일본은 사실 근대과학의 역사가 1800년대 중반인 메이저 유신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반면 한국은 빨라봐야 해방 이후에야 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양국 간 수십년의 시차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1990년대로 100년 넘게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해온 과학 선진국과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

정 교수는 "일본은 과학의 저력이 쌓여서 노벨상을 받게 된 것으로 우리도 노벨상을 탈 만한 사람이 적어도 100명 정도는 돼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초연구같은 경우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를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박승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도 한국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타기를 기대하는 상황을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언급하며 "우리는 경제부흥을 위해 과학기술에 투자했지 (노벨상을 위한) 과학지식 증진에 투자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노벨상 수상에 한발짝 다가가기 이해서는 국가가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연구자가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우리는 연구과제 계획서에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쓰도록 해 연구비를 받으려면 정말 무엇이라도 써야 한다"면서 "(이런 배경 속에)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순수 연구자수의 차이는 정말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적은 연구비라도 꾸준히 지원해줘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노벨상 수상이 조만간은 어렵다고 보지만 연구에 스스로 동기부여가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 있고 이런 분들이 많이 쌓이게 되면 수상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ddie@yna.co.kr

 

 

 

[앵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연이은 노벨상 수상으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내친김에 문학상과 평화상까지 수상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정헌 도쿄 특파원입니다.

[기자]

이곳은 도쿄에 있는 일본 과학미래관입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가 중성미자의 질량을 발견할 때 사용한 장치의 모형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열린 중성미자 설명회도 성황을 이뤄 물리학에 대한 열기를 보여줬습니다.

앞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명예교수도 가는 곳마다 영웅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상점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실린 신문을 붙여놓고, 시민들은 호외를 받아들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도쿄 시민 : 또, 또, 또 물리학상이야! 전날은 의학상이었죠.]

일본은 내친 김에 문학상 단골 후보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추진하는 아베 정권으로부터 일본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헌법 9조 모임'도 평화상 유력 후보입니다.

[다카스 나오미/헌법 9조 노벨 평화상 제안자 :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헌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힘낼 수 있도록 노벨 평화상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노벨상 日가지타 "고교때 전교 250등도..의문·꿈 가져라"

연합뉴스 단독인터뷰서 노벨상 꿈꾸는 한국학생들에 조언

노벨상 낳은 환경으로 연구실 전통의 분위기·

개방성·국제공동연구 꼽아 "

한국 기초과학 양성 위해선 두터운 연구자층 필요"

 

연합뉴스 | 입력 2015.10.16. 07:01 | 수정 2015.10.16. 07:46

 

 

 

연합뉴스 단독인터뷰서 노벨상 꿈꾸는 한국학생들에 조언

노벨상 낳은 환경으로 연구실 전통의 분위기·개방성·국제공동연구 꼽아

"한국 기초과학 양성 위해선 두터운 연구자층 필요"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의문'과 그것을 풀겠다는 '꿈'을 가지십시오. 연구자에게 1등이니 2등이니 하는 것은 없으니 1등이 아니라고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꿈을 가진 이상은 공부해야 합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일본 도쿄(東京)대 교수는 15일 도쿄 분쿄(文京)구에 있는 도쿄대 혼고(本鄕) 캠퍼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노벨상을 꿈꾸는 한국의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이처럼 '단순한' 조언을 했다.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가지타 교수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가지타 교수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가지타 교수지만 고교 시절 한때 성적이 중하위권이었다고 소개했다. 전통있는 상위권 고등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한때 같은 학년 학생 405명 중 250등 정도의 성적이었고, 지방 국립대인 사이타마(埼玉)대학 시절에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쿄대 대학원에 진학한 뒤 소립자 물리학에서의 실험과 관측이 자신의 '길'이라고 결정한 뒤부터 "12년간 옆길로 빠지지 않고 연구한 것이 결과를 냈다"고 소개했다.

가지타 교수는 노벨상을 받게 된 환경적 요인에 대해 대대로 내려오는 도쿄대 연구실 내부의 자긍심 충만한 분위기, 연구 의지를 가진 학생과 연구자는 어느 학교 출신이든 받아들여 함께 연구하는 개방성, 다국적 학자들의 팀 작업 등을 꼽았다.

그는 우선 자신이 몸담은 도쿄대 대학원의 연구실에 대해 "(앞 세대에서부터 내려오는) 분위기의 계승이 있다고 본다"며 "자기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성과를 낸다는 그런 기분을 다들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내가 몸담고 있는 도쿄대 우주선(線)연구소는 슈퍼가미오칸데(노벨상 수상으로 연결된 중성미자 연구에 사용한 대규모 지하 장치) 같은 큰 장치를 책임지고 운영하지만 연구는 전국의 연구자와 함께 하는 시스템"이라며 "학교가 어디 출신이냐에 관계없이 연구를 할 수 있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모두 참가한다"고 전했다.

가지타 교수는 기초 과학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기초과학은 세계 각국 사람들이 경쟁도 하지만 협력해서 이제까지 인류가 몰랐던 것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라며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의 기초과학 분야 지원에 대해 "기초과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더 지원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지원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정의 한계도 있어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다"며 "대학원생이 된 다음 '포스닥'으로 연구원이 되는데 그 임기가 종료되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소개한 뒤 "잘릴 염려없이 안심하고 연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고 소개했다. 특히 자신이 해온 연구는 절대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이라며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쪽으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가지타는 일본 기초과학의 미래에 대해 "특별히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학생 여러분들이 연구자로서 해 나가려는 동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낙관했다. 또 자신의 노벨상 수상으로 "일본의 여러분이 기초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참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기초과학 양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기초과학을 하려는 연구자가 많이 나와서 그런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며 여러 곳에서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초과학자들의 층을 어느 정도 두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지타 교수는 함께 연구한 한국인 학자에 대해 "슈퍼가미오칸데에서 5∼10명 있었고 현재 진행중인 중력파 연구에 10∼20명이 참가중"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 학자들의 연구 자세는 "대단히 진지하다"고 소개했다.

◇ 가지타 다카아키

1998년 기후현 다카야마(高山)시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중성미자 진동의 발견'을 발표하며 세계 물리학계를 뒤흔들었다. 중성미자 진동이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임을 규명한 이 연구는 '중성미자에는 질량이 없다'는 그 이전까지의 소립자 물리학계 '정설'을 뒤집은 대발견이었다.

사이타마(埼玉)현에서 나고 자라 사이타마대를 졸업했다. 도쿄대 이학부 조교, 도쿄대 우주선(線)연구소 조교, 조교수를 거쳐 1999년 정교수가 된 뒤 2008년 4월부터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슈퍼 가미오칸데'에서 관측한 데이터 해석의 책임자로서 미일 양국 연구자를 통솔하기도 했다.

2002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89) 도쿄대 특별 영예교수가 그의 스승이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jhcho@yna.co.kr,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