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말라리아·기생충 치료 3명에 노벨의학상

Shawn Chase 2015. 10. 6. 00:21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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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10.05 22:21 | 수정 : 2015.10.05 22:26

    올해 노벨의학상은 중국 전통 약초 서적을 연구하여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낸 투유유(屠呦呦·85) 중국중의연구원 종신연구원과 기생충 치료 약물 개발에 기여한 아일랜드 출신의 윌리엄 캠벨(85) 미국 드루대학 교수,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80) 일본 기타자토대학 명예교수 등 3명의 기생충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노벨의학상이 중국 전통 약초학 연구자에게 수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5일 ‘2015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이들의 연구와 업적으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등에서 한 해 수백만명에 이르는 말라리아와 기생충 감염으로부터 많은 환자가 목숨을 구하고 감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수상 공적을 설명했다.

    투유유 종신연구원은 중국 국적으로는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이 됐다. 또 중국의 첫 여성 노벨상 수상자라는 두 가지 영예를 동시에 얻었다. 그의 이름 유유(呦呦)는 시경(詩經)의 구절인 “사슴이 울며 들판의 풀을 뜯는다(呦呦鹿鳴 食野之苹)”에서 따온 것이다.

    투 박사는 이름처럼 자연의 풀에서 신약 성분을 추출해 노벨상까지 거머쥐었다. 베이징 의대에서 약학을 전공한 투유유 연구원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줄곧 중국 전통의학 연구소 교수로 재직했다. 그녀는 1971년 말라리아 특효약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1990년대 이후 말라리아 퇴치에 큰 기여를 했다. 아르테미시닌은 ‘개똥쑥’으로 불리는 풀에서 뽑아낸 것이다.

    관영 신화망은 “이 약 덕분에 100만명 이상이 목숨을 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투 연구원은 “1600년 전 고대 의학서가 영감을 줬다”며 “아르테미시닌은 현대 과학과 전통 의학이 결합한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캠벨과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항(抗)기생물질인 ‘아버멕틴’을 발견한 공로를 이번에 인정받았다. 이 물질은 매우 소량으로도 구충과 회충 등 기생충과 진드기, 구더기 등에 박멸 효과를 내어 기생충 구제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일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로써 일본의 역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20명이 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의석 교수는 “지금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많은 이들이 기생충 질환으로 목숨을 잃거나 고통당하고 있다”며 “노벨의학상이 기생충 연구자에게 돌아감으로써 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저개발 국가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치료제 연구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日오무라 "남과 같은 것 안돼, 실패 겁내지 마라"

    화합물 성질해명 후 구조결정→구조결정 후 성질해명..발상전환 1970년대 미국 유학 때 산학연구로 연구비 마련

    연합뉴스 | 입력 2015.10.06. 10:38

     

     

    화합물 성질해명 후 구조결정→구조결정 후 성질해명…발상전환

    1970년대 미국 유학 때 산학연구로 연구비 마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남들과 같은 것으로는 안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오무라 사토시(大村智·80) 일본 기타사토(北里)대 특별영예교수가 밝힌 성취의 비결이다.

    성공 수기 등에서 쉽게 접한 듯한 얘기지만 노학자의 삶이 평범한 원칙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6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무라 특별영예교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그간 연구에 관해 "시도한 것은 대부분 실패했다. 하지만, 놀랄 정도로 잘 될 때가 있다. 그것을 맛보면 몇 번 실패해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오무라 사토시(大村智·80) 일본 기타사토(北里)대 특별영예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6일 일본 주요 일간지 조간 1면을 장식했다.
    오무라 사토시(大村智·80) 일본 기타사토(北里)대 특별영예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6일 일본 주요 일간지 조간 1면을 장식했다.
    오무라 사토시 특별영예교수가 5일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서 걸려온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AP=연합뉴스)
    오무라 사토시 특별영예교수가 5일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서 걸려온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AP=연합뉴스)

    그는 "한두 번 실패했더라도 별일 아니다. 젊었을 때는 어쨌든 실패를 반복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고 젊은 세대에게 조언했다.

    오무라 특별영예교수는 늦게 학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하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끈기있게 연구에 매달렸다.

    그를 비롯한 연구팀원은 늘 작은 비닐봉지를 지니고 다니며 여기저기서 흙을 채취해 미생물을 연구했고 이런 과정에서 시즈오카(靜岡)현의 한 골프장 인근에서 가져온 토양에서 이버멕틴을 만드는 균이 발견됐다.

    산케이신문은 당시 항생물질 연구가 천연화합물에서 우선 도움이 되는 성질을 발견하고 그 후에 구조를 결정하는 흐름이었는데 오무라 특별영예교수가 화합물을 발견해 구조를 결정하고 그 이후에 성질을 해명하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한 것이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연구 성과로 만들어진 약품은 매년 수억 명에게 투여돼 실명의 위험을 줄이고 있다.

    오무라 특별영예교수는 연구소를 새로 짓고 연구비를 자력으로 마련하는 등 연구 기반을 경영하는데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0년대 초 미국 유학 중에 미국 제약회사 메르크와 공동 연구를 통해 연구비를 마련했다.

    당시는 산학협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때였으나 그의 이런 선택이 나중에 200억 엔(약 1천934억원) 이상의 특허료 수입을 기타사토(北里)연구소에 안겨주고 더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

    그가 남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공고 야간부 교사로 일하다 나중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와는 거리가 있는 젊은 시절을 보낸 것도 눈길을 끈다.

    오무라 특별영예교수의 남동생은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형에 관해 "형제들끼리 놀기만 했다. 고등학교 때도 책상이 항상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무라 특별영예교수는 농기구를 사용해 밭에 풀을 제거할 때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고 나름대로 그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는 등 남다른 면을 보였다고 동생은 전했다.

    오무라 특별영예교수는 5억 엔을 들여 '니라사키오무라 미술관을 지어 고향인 야마나시(山梨)현 니라사키시에 기증하는 등 과학 연구 외 분야에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실천했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