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갈 길 먼 SK 배터리 사업…"점유율 1% 달성 어렵네"

Shawn Chase 2018. 8. 30. 07:18

설성인 기자



입력 : 2018.08.29 06:00

SK이노베이션 (195,000원▼ 500 -0.26%)은 올 상반기 247MWh의 전기차 배터리를 판매한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집계했다.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124% 증가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한국·중국·일본 등 세계 10대 배터리 업체 점유율이 2%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한다. 후발주자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의 시장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김준 사장 부임 후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달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담대한 비전이 공염불로 그칠지, 아니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두업체로 도약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갈 길 먼 SK 배터리 사업…"점유율 1% 달성 어렵네"

◇ 유럽·중국에도 공장 세워...달아나는 선두 잡기 ‘안간힘’

김준 사장은 지난해 5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배터리를 집중 공략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 배터리 생산능력을 10GWh로 늘린다고 했지만,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9GWh 규모 서산(한국) 배터리 공장을 올 9월 중 4.7GWh 규모로 증설한다. 올 3월 착공한 헝가리 공장(7.5GWh 규모)이 완공되는 2022년이면 한국과 헝가리의 합산 생산능력이 12.2GWh에 달한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착공한 중국 장쑤성 배터리 공장(7.5GWh)까지 더하면 생산능력이 20GWh 수준에 도달한다. 장쑤성 공장은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의 합작을 통해 연산 25만대 분량으로 건설된다. 내년 하반기 공장 준공을 완료하고 2020년 초부터 본격 양산·공급에 돌입한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중국, 헝가리에서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산공장에서 생산된 SK 배터리./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중국, 헝가리에서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산공장에서 생산된 SK 배터리./SK이노베이션 제공

문제는 LG화학 (374,500원▲ 8,500 2.32%), CATL, BYD 등 배터리 업계 선두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SK이노베이션보다 더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LG화학은 지난달 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0년 말 배터리 생산능력을 90GWh까지 확대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계획(70GWh)보다 20GWh가 늘어난 수치다.

중국 CATL과 BYD는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각각 50GWh와 60GWh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회사들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고, LG화학도 올 4분기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2020년이 되어야 이익을 낼 수 있고, 생산능력도 선두업체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속도 내는 투자… ‘선수주 후투자’ 원칙 고수

SK이노베이션은 그룹 내에 전자계열사가 없어 소형 배터리에서 중대형 배터리로 사업을 확장한 LG화학, 삼성SDI (234,500원▲ 4,500 1.96%)와 달리 바로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5년에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착수, 국내 경쟁사들보다 사업 시작이 5~10년 늦었다.

김준 사장은 지난해 8월 배터리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사장 직속 조직으로 뒀다. 배터리와 정보 전자소재가 섞여 있던 것을 분리해 사업의 경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SK이노베이션 임원들은 과거 석유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인물들이라 사업 경험·노하우 측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일례로 A 배터리사업 대표는 윤활유 사업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B 배터리사업본부장은 아스팔트사업부장 출신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사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 연구개발, 생산능력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선수주 후투자’ 원칙을 고수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에 대비, 국내외 공장 생산능력을 동시에 늘린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술력, 원가, 생산능력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선두업체를 따라 잡기 위해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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