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철 기자 입력 2018.08.30. 03:11
올 사상 첫 1000억달러 돌파할 듯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시설 투자 규모가 올해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약 111조1000억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사양 스마트폰·PC와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탑재된 가전제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시장분석업체인 IC인사이츠는 2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반도체 업계의 시설 투자 규모는 1020억달러(약 113조3700억원)로 작년보다 9%, 2016년보다는 38%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전체 시설 투자의53%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인텔·ARM·퀄컴 등 비(非)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2013년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그쳤지만 5년 만에 비메모리를 능가했다.
◇수요 증가가 메모리 반도체 투자 이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스마트폰·PC의 고성능화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것이 투자 확대로 연결됐다고 분석한다.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는 각 기기에 1개씩만 들어가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급증하면서 탑재 용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S2에는 D램 1GB(기가바이트), 낸드플래시 16GB가 탑재됐다. 하지만 지난 24일 출시된 갤럭시노트9의 D램 용량은 8배 늘어난 8GB, 낸드플래시는 32배 늘어난 512GB였다. 최근에는 자동차·냉장고·TV 등에도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시설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반도체 시설 투자에 12조5988억원을 썼지만, 올해는 약 3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8일에는 앞으로 3년간 100조원을 더 쏟아부어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단지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신규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작년보다 30% 늘어난 약 15조원 안팎을 투자하고,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도 설립한다. 마이크론의 투자 규모도 최근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 투자 규모가 올해 110억달러(약 12조2200억원)로 2014년보다 7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자(子)회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와 이노트론·푸젠진화반도체 등이 나란히 올 하반기와 내년부터 낸드플래시·D램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국 업체들이 라인을 가동하게 되면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 경기 고점 논란에도 점유율 확대 위해 투자 늘린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선발 주자들이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투자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 3개 회사들의 경우 최근 2년간 분기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해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같은 4차 산업혁명 서비스들이 속속 상용화되면 여기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다시 한 번 폭증한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체 고위 관계자는 "호황기에 벌어들인 돈을 투자로 전환해야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 연말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친 뒤 하향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이 양산을 시작하면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선제적인 투자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 물량이 각각 9조5028억원, 3조3677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두 회사의 판매량을 감안하면 재고 물량이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재고가 쌓이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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