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일자리 만든다며 쓴 국민 세금 50조원 어디로 갔나

Shawn Chase 2018. 8. 23. 03:55
입력 2018.08.22 03:20
정부가 작년과 올해 일자리 만든다고 쏟아부은 국민 세금이 50조원이 넘는다. 여당 대표가 유력하다는 사람은 10년 전 정부가 4대강 물관리 사업에 쓴 22조원 때문에 지금 고용이 안 된다는데 이 정부 들어 일자리 만들기에 투입된 예산이 그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 7월에 늘어난 일자리는 5000개다. 과거 정부에서도 일자리 만든다고 세금을 쓰긴 했다. 경기 회복을 도와서 일자리가 보통 30만개 안팎 늘어났었다. 실업자가 7개월째 100만명을 넘고, 올해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하는 지금과는 다르다.

50조원은 어마어마한 돈이다. 세계에 국가 예산이 50조원이 되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이 엄청난 세금을 써서 어떤 정책을 수행했으면 무언가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흔적이 없다. 50조원이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국민 세금으로 하는 일자리 사업 180여 개의 목록을 보면, 정부가 일자리 만든다고 쓴 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실직자들에게 주는 구직급여가 6조원이고 고용 창출·안정·유지 등의 명목을 붙인 고용장려금이 4조원 정도다. 올 일자리 예산의 절반 이상이 실직자 생계 지원해주고 실직이 예정된 사람의 고용 상태를 억지로 유지하는 데 들어간 셈이다. 직업훈련에 쓴다는 2조원도 단기 일자리에 집중됐다.

정부가 만들었다는 일자리 태반은 저임금 단기 일자리에 불과했다. 지난해 청년 실업 해결한다고 편성한 11조원 추경으로 만든 일자리들을 따져보니 절반이 60~65세 노년층 일자리였다.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당장 사라질 일자리들이다. 수십년 전 취로사업의 재판이다. 정부 취업 지원으로 늘어난 일자리들은 1년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2018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를 보면 정부 알선 취업자 10명 가운데 6명이 1년 이내에 그만둔다. 국민 세금을 월급이라는 이름으로 나눠준 것이다. 그렇게 실업자 수를 임시로 줄이는 눈가림을 했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모래 위에 세금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용 상황이 악화되자 당·정·청은 내년 예산안의 일자리 사업을 또 22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례 행사가 된 추경까지 더해지면 내년에는 30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 정부 안에 일자리 만든다고 모래에 물 붓듯이 쓰는 세금이 100조원을 넘길 수 있다. 놀라운 일이다.

지금 세계 많은 나라들이 일자리 만든다고 국민 세금을 50조원이나 쓰지 않고도 고용 호황을 누리고 있다. 노동 개혁, 규제 개혁으로 기업이 뛸 수 있게 만들어 준 결과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한 해 만에 증발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어지면서 고용 지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게 된다. 한국 정부는 입에 쓴 약 대신 세금 설탕물만 먹이고 있다.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되고 병은 더 도지고 있다.

허공에 사라진 50조원으로 교육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고, 저소득층 복지에 썼으면 그 효과는 몇 배로 나타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 부진에 대해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건 고정관념"이라고 했다. 그 생각으로 국민 세금 50조원이 낭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