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의 옥탑방이 있는 강북구 솔샘로35길 일대는 연립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여서 비록 이웃집이라 하더라도 옥상에서는 쉽게 옆집으로 건너갈 수 있다. 이 때문에 A씨가 살고 있는 집은 주소로 따지면 옆집이지만 사실상 박 시장 옥탑방과 한 공간 안에 맞닿아 있다시피 했다. 박 시장이 옥탑방에 입주하기 전 수행팀이 이곳에 점검차 갔을 때 A씨 집 문 앞에는 쓰레기와 술병들이 잔뜩 쌓여 있었고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쓰레기 주변에는 파리 같은 해충들이 날아다니는 등 한눈에 봐도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이었다.
박 시장이 이 청년 옆집 옥탑방으로 이사한다고 하면서 삼양동 주민센터 관계자나 삼양동 지구대 경찰, 강북구청 관계자 그리고 서울시 관계자들이 박 시장 입주 전 여러 차례 A씨 집을 방문했다. 문을 두드려도 A씨는 응답이 거의 없었고, 어쩌다 나와서는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화를 낸 후 다시 들어갔다고 한다. 그 사이 집 앞에는 술병과 쓰레기가 쌓여갔다. A씨 집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근처에 사는 어머니만 가끔 들를 뿐 이웃과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서울시 관계자들 사이에는 A씨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A씨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창문이나 문도 열지 않는 데다 에어컨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 수행팀이 우려한 것은 A씨의 건강뿐만 아니라 그가 보일 수 있는 돌발행동이었다. 이른바 ‘히키코모리’는 외부와 자신을 격리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정신과 의사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때문에 외부의 자극이 있을 시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런 점을 우려했다. 박 시장이 이사오면서 이 동네는 부쩍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졌다. 옥탑방에 올라와서 박 시장을 만나려는 민원인부터 시민단체 집회, 여기에 기자들의 취재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A씨가 받은 스트레스는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예민해진 A씨가 박 시장에게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방 두 개로 이뤄진 옥탑방의 방 한 칸은 박 시장 부부가 사용했고, 다른 방 하나에서는 2명의 남자 직원이 팀을 이뤄 숙박했다. A씨의 돌발행동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수행하는 직원들은 이웃집 젊은이가 일으킬지 모를 불상사를 항상 염두에 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A씨가 지난 8월 8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이웃집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가 거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발견 3일 전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침입 흔적이나 뚜렷한 외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사인은 고독사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강북구청과 삼양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A씨는 시각장애 6급의 장애인으로 일정 직업 없이 장애인연금을 받아 생활해왔다고 한다. 이 집으로 이사온 지는 2~3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었다. 옥탑방 밖에 내놓는 쓰레기 때문에 이웃과 갈등이 종종 있었으며, 쓰레기로 인해 여름마다 악취가 났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증언이다. 조선일보 8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A씨 집 문 앞에는 ‘4월부터 전기료가 미납돼 8월 6일 오전 10시부터 전력공급이 660W 이하로 제한된다’는 통지서가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박 시장은 8월 8일 기자들과 함께 A씨의 빈소를 찾아 문상했다. 이날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입주한 옥탑방 주변에서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서울에서 외로운 죽음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찾아가는 동사무소’ 정책을 통해 독거인들의 실태를 확인해서 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의 이런 대책이 과연 현대사회에서 점점 늘고 있는 고독사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A씨가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이 창문도 열지 않고 안에서만 갇혀 지내자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서는 “저러다 A씨에게 무슨 일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강북구청이나 삼양동 주민센터 등 관공서 직원들이 수차례 A씨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A씨가 스스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현행법상 그를 밖으로 데려나올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렇다고 문을 따서 안으로 들어가면 이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는 박 시장이 말하는 ‘찾아가는 동사무소’ 정책도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과 현실 사이에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고독사가 비단 독거노인들의 문제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의 경우 한 해 3만건이 넘는 고독사 중 상당수는 은둔형 외톨이의 고독사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은둔형 외톨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제대로 된 조사를 벌인 적도 없다. 1990년대부터 장기적 경기침체와 가족 해체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가까운 곳에서 이번 사건을 접한 만큼 서울시가 고독사라는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