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경수 영장 기각, 법정서 유무죄 가려야

조선일보

입력 2018.08.18 03:14

서울중앙지법은 특검이 청구한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특검은 검경의 부실 수사로 김 지사의 휴대폰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는 등 악조건 속에 출범했다. 수사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특검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김 지사는 불구속 재판을 받고 법정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됐다. 김 지사의 핵심 혐의는 지난 대선 때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2016년 11월 김 지사가 드루킹 사무실에서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試演)을 본 뒤 드루킹이 118만건 댓글에 8000만회 부정 클릭을 해 여론을 조작하는 데 개입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고 했다. 김 지사는 시연을 본 적 없고 댓글 조작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해왔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김 지사는 그간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거리낄 게 없다면 왜 거짓말을 했나. "드루킹에게 의례적 감사 인사만 보냈다"고 했으나 보안메신저로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직전 두 사람이 '재벌 개혁' 같은 정책 문제를 보안메신저로 논의했고, 김 지사가 문재인 후보의 연설문에 대한 반응을 드루킹에게 묻기도 했다. 앞으로 법정에서 왜 거짓말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공범 여부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

민주당은 김 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날 특검을 향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검을 이렇게 협박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비교할 때 여론 조작 규모가 몇백, 몇천배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만약 그대로 방치됐다면 선거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었던 사안이다. 사건의 뿌리까지 밝혀져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7/20180817030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