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文 지지율 21%P 떨어져도…한국당은 3주째 11% '장기불황'

Shawn Chase 2018. 8. 13. 00:04
                                        
 
“경제로 말하자면 장기 불황 상태다.”

12일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 지지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11%였다. 3주째 같은 수치다. 한국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빠지는데도 반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당직자들과 함께 12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5층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지방선거 출마자 초청 경청회에 참석해 출마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당직자들과 함께 12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5층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지방선거 출마자 초청 경청회에 참석해 출마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최근 2달은 야당에게 부활의 기회였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논란을 비롯해 경제성장 전망치 하락, 실업률 상승 등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여기에 남북관계도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북풍 효과’가 소진됐고, 북한산 석탄 밀반입 파동까지 터졌다. 이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월 둘째 주 79%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해 8월 둘째주엔 58%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당의 지지율은 6월 둘째주 14%를 기록한 이래 정국의 흐름에 관계없이 줄곧 10~11%를 왔다갔다 할 뿐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 셈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면 제1야당 지지율이 오른다’는 상식과는 정반대다.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의혹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 중인 경북 포항신항에서 7일 석탄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진룽호는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왔으며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뉴스1]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의혹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 중인 경북 포항신항에서 7일 석탄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진룽호는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왔으며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뉴스1]

 
이처럼 한국당의 지지율이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갈길 잃은 중도층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21%포인트가 하락한 사이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의 비율은 16%에서 26%로 10%포인트가 올랐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12일 “진보성향 지지층은 정의당(8%→16%)으로 갈아탄 반면 중도층은 한국당 대신 무당층으로 이동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중원 싸움에서 후퇴하고 있는데 무주공산이 된 중원을 한국당이 점령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또 당내에 유력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도 당 지지율을 올리는데 악재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과거 한국당에선 김대중 정부 당시 이회창, 노무현 정부 때는 박근혜라는 유력 주자가 지지율의 구심점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2004년 서울 옥인동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집을 방문한 박근혜 당시 당 대표. 박 대표가 이 전 총재로 부터 집앞까지 배웅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서울 옥인동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집을 방문한 박근혜 당시 당 대표. 박 대표가 이 전 총재로 부터 집앞까지 배웅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나아가 근본적으로 한국당이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어느 쪽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진로 수정’에 무게를 두게지만, 친박계 성향의 일부 의원들은 ‘보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수구ㆍ냉전적 보수를 다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반면 그에대해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스스로 적폐임을 인정하는 자해행위”라며 반발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추진한 ‘친박 청산’도 당내 저항에 부닥쳐 서청원 의원 등 일부의 자진탈당 정도에 그쳤다. 
한 당직자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변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며 “수도권 여론과 TK(대구ㆍ경북) 여론이 온도차가 커서 ‘어느 쪽이 맞다’고 명분을 잡고 밀어붙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김병준 비대위는 중도층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발표한 당직 인선에서 김용태(서울 양천을) 사무총장, 홍철호(경기 김포을) 비서실장, 김선동(서울 도봉을) 여의도연구원장, 김성원(경기 동두천ㆍ연천) 조직부총장 등 40~50대 수도권 의원들을 전진 배치한 건 그런 목표에서다. 또한 당의 이념가치에서 우선순위를 ‘반공’에서 ‘민생경제’로 확실하게 이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용태 총장은 “반공은 보수를 지키는 수단일 뿐이데 마치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로 비쳐진 건 명백한 과오”라며 “공공부문의 축소ㆍ규제혁파ㆍ사회안전망 재구축 등을 내건 패키지딜(package deal)을 추진해 민심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文 지지율 21%P 떨어져도…한국당은 3주째 11% '장기불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