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 지지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11%였다. 3주째 같은 수치다. 한국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빠지는데도 반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당의 지지율은 6월 둘째주 14%를 기록한 이래 정국의 흐름에 관계없이 줄곧 10~11%를 왔다갔다 할 뿐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 셈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면 제1야당 지지율이 오른다’는 상식과는 정반대다.
이처럼 한국당의 지지율이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갈길 잃은 중도층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21%포인트가 하락한 사이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의 비율은 16%에서 26%로 10%포인트가 올랐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12일 “진보성향 지지층은 정의당(8%→16%)으로 갈아탄 반면 중도층은 한국당 대신 무당층으로 이동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중원 싸움에서 후퇴하고 있는데 무주공산이 된 중원을 한국당이 점령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또 당내에 유력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도 당 지지율을 올리는데 악재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과거 한국당에선 김대중 정부 당시 이회창, 노무현 정부 때는 박근혜라는 유력 주자가 지지율의 구심점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변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며 “수도권 여론과 TK(대구ㆍ경북) 여론이 온도차가 커서 ‘어느 쪽이 맞다’고 명분을 잡고 밀어붙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김병준 비대위는 중도층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발표한 당직 인선에서 김용태(서울 양천을) 사무총장, 홍철호(경기 김포을) 비서실장, 김선동(서울 도봉을) 여의도연구원장, 김성원(경기 동두천ㆍ연천) 조직부총장 등 40~50대 수도권 의원들을 전진 배치한 건 그런 목표에서다. 또한 당의 이념가치에서 우선순위를 ‘반공’에서 ‘민생경제’로 확실하게 이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용태 총장은 “반공은 보수를 지키는 수단일 뿐이데 마치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로 비쳐진 건 명백한 과오”라며 “공공부문의 축소ㆍ규제혁파ㆍ사회안전망 재구축 등을 내건 패키지딜(package deal)을 추진해 민심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