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당선자 유세차' '낙선자 유세차' 이게 달랐다

Shawn Chase 2018. 6. 15. 22:47
  • 김포=고성민 기자
  • 한동희 기자



  • 입력 2018.06.15 16:16 | 수정 2018.06.15 20:43


    선거 24시간後… 유세차량, 공장서 속속 해체
    “유력한 사람들은 차량 일찍 반납 안해요”

    “이재정 기사님, 안으로 쭉, 쭈욱 들어오세요.”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튿날인 지난 14일 오전 11시 경기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에 자리한 유세차량 렌트회사 ‘에바다’ 공장. 선거 유세트럭들이 속속 3966㎡(약 1200평) 규모 공장 내로 돌아왔다. ‘이재정 기사님’은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선거 전 유세를 하면서 타고 다녔던 유세트럭 운전자를 가리키는 말.

    눈을 돌리면, 경기도지사에 낙선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낙선한 배종수 후보의 유세차량도 눈에 띄었다. 이날 유세차량 렌탈공장에는 서울, 부산, 인천, 경기, 태백, 횡성 등에서 뜨거운 ‘유세전’을 마치고 퇴역한 유세차량들이 속속 공장으로 ‘귀환’하고 있었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용도가 사라진 선거 유세차량에 이 회사 직원 5명이 동시에 달라 붙어 해체작업을 시작했다. 트럭에 큼지막하게 붙은 후보자 사진은 맨손으로 뜯어냈고, 광고판 형태의 틀은 전동 드라이버로 분해했다. 전국각지를 종횡무진 누빈 트럭 한 대가 해체되는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켠에는 지방선거 입후보자 얼굴사진이 걸린 광고판 100여개가 차곡차곡 쌓였다. 광고판에 새겨진 후보사진들이 서로 ‘뺨’을 맞댄 것처럼 보였다.

    ◇그 많던 선거유세차, 어디 갔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는 총 9312명. 기자가 찾은 유세차량 렌트회사 ‘에바다’ 는 선거기간 전국 각지의 후보 38명에게 모두 158대의 유세차량을 빌려줬다. 선거운동 기간 13일(5월 31일~6월 12일)간 대당 렌트비용은 1700만~2000만원. LED 전광판·음향기기가 장착된 경우다. 가격이 비싼 LED 전광판을 장착하지 않은 경우는 1050만~1200만원으로 렌트가격이 떨어진다.

    직원들은 차량 반납 시점만 봐도, 후보의 당락(當落)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선거 당일에는 법적으로 유세가 금지되기 때문에 유세 차량 대부분은 선거 전날 반납한다. 하지만 당선의 유력한 후보자들은 반납을 선거 이후로 미룬다. 에바다 관계자는 “유력 후보자들은 유세트럭을 타고 ‘당선사례’를 할 목적으로 렌트기간을 선거 다음날까지 길게 잡는다”고 했다.

    유세차량은 지난 2주간 바쁘게 후보의 당선을 위해, 유권자가 있는 현장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분주했던 만큼 역주행, 교통사고 등 다사다난한 사건사고도 많았다. 한 구의원 후보는 “선거기간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데, 유세차는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선거유세 차량을 후보자들에게 렌탈하는 회사 ‘에바다’의 직원들이 14일 경기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에 있는 공장에서 유세차량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유세차량, 완전히 원상복귀에 2주 이상
    유세 차량 분해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먼저 광고판을 차량에서 떼어낸 후, 분해를 시작한다. 이어 회사 부품과 협력사 부품을 구분한다. 스피커, 앰프, 유무선 마이크 등 음향 장비는 회사의 소유. 반면 번쩍번쩍 빛을 내주던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은 떼어내 경기도 일산과 파주에 있는 디스플레이 대여 업체로, 발전기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전원 장비 업체로 보낸다. 유세 차량을 이뤘던 부품까지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까지는 2~3주 시간이 걸린다.

    유세차량은 100% 주문제작이라 대개 선거 4~5달 전부터 예약을 받는다. 공장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는 300여대 차량을 내보냈다”며 “5년 전부터 유세차량 사업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경쟁업체가 많이 생겨 요즘에는 수주 경쟁까지 생기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선거운동 기간 전국 각지를 돌며 국민들에게 한표 행사를 부탁했던 후보자와 유세차량들의 모습. /연합뉴스, 뉴시스


    ◇서울-인천 거리의 거리 현수막들
    14일 오후 3시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보람상가 앞에서 만난 이준석(33) 바른미래당 노원병 후보도 나무에 묶인 자신의 홍보 현수막을 풀고 있었다. 이 후보는 27.2%의 득표율을 받아 2위로 낙선했다.

    주민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젊으니까 다시 하면 됩니다”, “3번(이준석) 찍었는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후보가 화답했다.

    이번 지방 선거에는 총 9312명의 후보가 나섰다.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자들을 알리는 거리 현수막은 총 13만8192장. 10m 길이 현수막을 한 줄로 이으면 1381km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국제공항까지의 거리다. 선거에 쓰인 벽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에서 고용한 인력들이 철거하지만, 정책홍보, 후보 홍보 현수막은 후보자 측이 직접 수거해야한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병 후보가 14일 자신의 정책홍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한동희 기자


    상가 옥상에서도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개소식 때 썼던 텐트를 텐트임대업체 직원 2명이 해체하고 있었다. 한 켠에는 비에 젖어 눌러붙은 홍보 현수막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속쓰린’ 홍보물을 버리지 못하는 건, 이걸 근거로 선관위로부터 비용을 보전받기 위해서다. 마저 치우지 못한 홍보물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옥상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분위기가 좋았다면 어젯밤 여기서 다 같이 자축했을 텐데….” 이 후보측 선거사무소장 윤기섭씨가 아쉬운 듯 말했다.

    무소속 마포구의원 후보 차윤주(왼쪽)씨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주민들에게 낙선인사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5/20180615020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