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속철

日서 고속철 기술 배우던 중국, 신칸센을 제쳤다

Shawn Chase 2015. 10. 1. 19:10

일본 기술을 배우던 중국이 일본 첨단기술의 상징인 고속철 수주 경쟁에서 일본에 승리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사로 일본을 찾은 소피안 잘릴 국가개발계획장관은 29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만나
고속철 공사 입찰과 관련, “중국 방식을 채택한다”고 통보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입력 : 2015.10.01 07:10

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 中 고속철 기술력, 대륙 넘어 세계로

중·일이 치열하게 경쟁해온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반둥 간 150㎞ 고속철 공사가 중국 손에 넘어갔다. 중국이 동남아에서 따낸 첫 고속철 사업이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訪美)를 계기로 일본이 눈독 들이던 미국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 간 370㎞ 고속철을 수주하는 등 일본과의 ‘고속철 전쟁’에서 2연승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고속철의 불모지였다. 2002년 독자 개발에 실패한 뒤 2004년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의 손을 잡을 때만 해도 중국의 ‘고속철 굴기(崛起)’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싸고, 빠르게 고속철을 건설하는 국가가 됐다. ㎞당 중국의 고속철 건설 비용은 세계 평균의 절반이다. 건설 기간도 서방의 4분의 3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중국은 ‘시장 줄게, 기술 다오’식 전략으로 기초적인 고속철 기술을 얻었다. 중국 시장을 열어줄 테니 기술을 이전해달라는 것이었다. 신칸센(일본)·이체(독일)·테제베(프랑스) 등은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이전 경쟁’을 벌여야 했다. 중국은 한때 서방 기업에 시장의 70%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렇게 얻은 기술을 빠르게 소화하며 서방에 내줬던 시장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중국 자체 표준으로 고속철을 만들어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철도업계에는 “많이 깔아본 선수가 최고”라는 말이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톈진 구간을 시작으로 7년 만에 총 연장 1만7000㎞의 고속철을 깔면서 시공 ‘노하우’를 쌓았다. 전 세계 고속철의 60%를 건설한 ‘경험’은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이 넘보기 어려운 자산이 됐다. 이 경험은 공기(工期) 단축을 가져왔고,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넘치는 시멘트·철강 등은 공사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자국의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관통하는 고속철 공사를 통해 자기만의 기술력도 축적했다. 하얼빈~다롄 고속철은 세계 최초로 영하 40도부터 영상 40도까지 80도에 이르는 기온 차를 극복하도록 설계됐다. 작년 12월 개통된 우루무치~란저우 구간에는 해발 3607m, 길이 16.3㎞의 고산 터널이 포함돼 있다. 중국공정원 왕멍수 원사(최고기술자)는 “중국 고속철의 시공 기술과 인력은 거의 모든 지형과 기후 조건에서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고속철은 지난 1월 시속 605㎞로 달리며 2007년 프랑스 테제베(TGV)가 세웠던 세계 최고기록인 시속 574.8㎞를 깼다.

해외기업의 기술이전 쌓아
10년만에 '역전 만루홈런'

전세계 고속철 60%가 中에…
"많이 깔아본 者가 최고다"

"모든 기후, 지형서 시공 경험"
최고수준 기술을 '반값'에

그러나 중국 기술력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렸다. 지난 2011년 원저우 고속철 추돌 사고로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어설픈 신호 시스템이 참사를 불러왔다. 일본은 이번 인도네시아 수주 경쟁에서 중국 고속철의 안전 문제를 파고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런 단점을 금융 지원과 공기 단축 등으로 극복했다. 중국은 일본과 달리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무 보증을 요구하지 않았고, 일본보다 5년 빨리 완공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중국에 패한 일본은 당혹스러워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정부개발원조(ODA)를 무기로 인프라 수출을 확대해 일본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었다. 이번 고속철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 1400억엔의 차관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일본과 관계가 깊은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에 역전을 허용한 것은 아베 정권의 성장 전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인도네시아 결정에 대해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보다 늦게 시작해 7년만에 세계 최고가 된 중국의 고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