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속철

한국보다 늦게 시작해 7년만에 세계 최고가 된 중국의 고속철

Shawn Chase 2015. 9. 24. 12:56
최종석
사회정책부 기자
E-mail : comm@chosun.com
2008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동취재팀과 경기북부취재본부, 법조팀을 거쳤다. 2012년 5월부터는 사회정책부에서 교통·노동 분야 기사를 쓰고 있다. ‘나와바리’가 꽤 넓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노총,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을 주로 다닌다. 다니는 게 즐거우니 역마살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기동취재팀에선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보낸 2009년 여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기북부취재본부에선 땀 냄새 나는 수도권면을 만들겠다며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김포시, 양주시, 연천군을 쏘다녔다. 법조팀에선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등 법원을 맡았다.

“기자는 팩트(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도 배우는 중이고 앞으로 더 배우고 싶다.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2008년 조선일보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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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9.2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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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최근 일본을 따돌리고 먼저 미국 고속철도 사업을 수주했다는 언론 보도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하지만 철도 전문가들은 “이미 고속철도 경쟁력은 한국이 중국에 밀린지 오래됐다”며 “우리만 모르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중국 고속철도의 발전 속도를 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중국은 한국보다 4년 늦은 2008년 베이징~톈진 고속철도를 처음 개통했지만 이미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 노선을 갖췄다. 수출 실적이 전무한 한국과 달리 일본, 독일, 프랑스 등과 경쟁하며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대기중인 중국 고속철도 허셰호. /조선일보 DB
    대기중인 중국 고속철도 허셰호. /조선일보 DB
    세계 최장 고속철도 운영국가

    한국무역협회와 국토교통부, 철도기술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이 2004년 이후 10년간 늘린 고속철도 노선은 351㎞(239㎞→590㎞)다. 반면에 중국 내 고속철도는 총 1만6000㎞에 이른다. 전 세계 고속철도 길이의 60% 수준이다. 2009년 우한~광저우 구간을 개통했고 정저우~시안, 하얼빈~다롄 구간 등을 연이어 개통했다. 최근엔 북한의 접경 도시인 단둥~선양간 고속철도가 개통했다.

    지난해 중국의 고속철도 승객은 8억명. 한국은 오는 24일 개통 11년만에 비로소 누적 승객 5억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중국의 철도 분야 투자 금액은 지난해 8088억 위안(약 150조원)으로 2013년보다 21.8%가 늘었다. 작년 한해 중국이 개통한 노선도 8427㎞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중국의 고속철도들이 열차기지에 들어선 모습. /조선일보 DB
    중국의 고속철도들이 열차기지에 들어선 모습. /조선일보 DB
    가격이 유럽의 3분의2

    이렇게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오늘도 쉴틈없이 고속철도 운영 경험을 쌓고 있는 중국은 이미 세계 철도 시장도 집어 삼키고 있다. 터키에 고속철도 차량을 수출했고 올해 6월엔 러시아의 첫 고속철도인 모스크바~카잔 고속철도 사업을 따냈다. 그리고 채 1년도 안돼 미국 고속철도 수주 소식이 나왔다.

    지난해 고속철을 포함한 중국의 철도 차량 수출액은 267억7000만 위안(약 5조원). 해외 시장이 80여개국에 이른다. 뉴질랜드,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엔 기술 표준도 수출하는 상황이다.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에 건설한 철도는 중국 표준에 따라 시공됐다고 한다.

    중국 고속철도의 경쟁력은 우선 저렴한 건설 비용과 짧은 공기(工期)에서 나온다. 건설 비용은 1㎞당 8700만~1억2900만 위안(약 160억~230억원)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공기도 유럽이나 미국의 4분의 3 수준이다.

    차량 경쟁력은 일본이나 독일을 위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술력의 상징인 최고 속도에서도 지난해 시속 605㎞ 시험 운행에 성공해 세계 최고 기록을 깼다. 그동안 세계 1위는 프랑스가 2007년에 세운 574.8㎞였다. 한국의 최고 기록은 ‘해무’가 세운 시속 421㎞다. 여기에 중국은 다양한 지질·기후 조건에 맞는 고속철도를 개발·건설한 노하우도 갖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도 넉넉하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 1월까지 35개 해외 철도 사업에 130억 달러(약 15조원)를 지원했다고 한다. 작년 12월 중국 2대 고속철 업체인 베이처(北车)와 난처(南车)가 합병해 탄생한 중처(中车)는 자산 규모 3000억 위안(약 55조원)의 세계 최대 고속철 업체다.

    물론 이런 중국의 기술력과 수주 실적 등에 대해선 사실 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베일에 가려진 면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고속철도 수출 국가의 단계를 빠르게 밟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은 ‘기술 도입→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노하우 축적→아프리카 등 우호적인 개발도상국에 차량 수출→선진국에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건설의 결합 상품 수출→철도기술표준 확산’의 단계를 마무리 짓고 2018년 1900억 유로(약 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철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 한국

    반면에 한국은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기술 수준도 현대로템 등 일부 기업의 독점 체제 아래서 발전이 더디다. 한 철도 전문가는 한국의 고속철도 기술 경쟁력에 대해 “노반을 놓는 토목 기술은 뛰어나지만 핵심 기술인 차량, 신호, 통신 시스템 기술은 수출 시장에 명함을 내놓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경쟁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 안에선 “어떻게라도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란 얘기가 나온다. 이대로 국내 시장에만 머물다간 가능성조차 막힌다는 얘기다.

    中國의 고속철, 올해 6개 대륙에 모두 진출

  • 조선닷컴 인포그래픽스팀
  • 입력 : 2014.10.31 03:01

    [22조원어치 수주]

    - 최근 美까지 입성
    보스턴에 지하철 284량 수출, 캘리포니아 고속철에도 도전

    - 中 최대 경쟁력은 '실전 경험'
    지금까지 1만2000㎞ 건설… 공사비 20~30% 저렴

    - 안전성엔 계속 의문
    2011년 고속철 추돌, 39명 사망… 하얼빈~다롄 공사중 교량 붕괴

    중국의 '고속철 굴기(崛起·우뚝 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 최근호는 독일 교통컨설팅업체 SCI페어케어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양대(兩大) 철도기업인 중국남차(中國南車)와 중국북차(中國北車)가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점유율 49%를 차지, 일본·유럽 업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고속철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증권시보(證券時報)는 29일 "중국 고속철 업체의 올해 해외 수주 규모가 1300억위안(약 22조3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의 이 같은 성공은 내수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고속철은 내수만으로도 당분간 충분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중국 주요 도시를 고속철로 촘촘히 연결하는 '4종 4횡(四縱四橫) 프로젝트'가 2040년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과 기업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수를 넘어 세계시장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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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중국 고속철의 해외진출 사례 정리 그래픽

    최대 경쟁력은 1만2000㎞가 넘는 고속철을 깔아본 실전 경험이다. 중국은 세계 고속철 총연장의 50%를 차지한다. 기술력은 일본·유럽에 크게 뒤지지 않으면서, 공사비가 20~30% 이상 저렴한 것도 큰 강점이다. 중국은 고속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양대 산맥'인 북차와 남차를 합병할 계획이다. 두 기업이 해외에서 출혈경쟁하는 상황을 막고 규모의 경제를 키워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의도다.

    반면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된다. 지난 2011년 7월 저장성 원저우(溫州)에선 고속철 추돌 사고로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베이징~상하이를 운행하는 고속열차의 절반인 54량은 경고등 오작동과 에어컨 고장 등으로 리콜되기도 했다. 하얼빈~다롄 구간은 철로 공사 중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국 고속철은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등 6개 대륙에 모두 진출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이 중국 고속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도 중국산 경(輕)전철을 수입한다. 러시아·아르헨티나·호주에도 중국산 열차가 들어간다.

    특히 아프리카는 중국 고속철이 괴력을 발휘하는 지역이다. 지난 5월 중국철도건설(中國鐵建)은 리커창 총리의 아프리카 순방 기간에 총연장 1385㎞인 나이지리아 해안 철도 사업권을 손에 넣었다. 공사비가 807억7900만위안이다. 수단·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중국 고속철을 선택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시장을 독식한 데는 '철도와 무기'를 묶어 파는 전략이 한몫했다. 아프리카의 교통 인프라와 안보 불안 문제를 동시에 풀어주겠다는 접근법이 통한 것이다.

    미국 시장도 뚫었다. 지난 24일 중국북차는 보스턴에 284량의 지하철을 공급하는 34억8500만위안(약 6000억원)짜리 계약을 따냈다. 중국남차는 캘리포니아주가 추진하는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연결 고속철 사업(680억달러 규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고속철 굴기는 세계 패권 전략과도 관련 있다. 고속철은 특성상 한번 깔리면 건설한 국가의 철도 표준에 따라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화가 늦었던 중국은 지금까지 서방이 만든 규칙만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는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만큼 고속철을 통해 규칙 추종자에서 제정자로 변신하려는 것이란 관측이다.

    北·中 국경까지 고속철 잇단 완공… 한반도 코앞까지 온 '一帶一路'

    안용현 블로그
    주북경특파원
    E-mail : ahnyh@chosun.com
    1999년 1월 조선일보에 입사해 편집부·스포츠레저부·경제과학부·사회부·정치부 등을 거쳐 현재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특파원 부임 전에는 정치부에서 북한·외교 관련 기사를 주로 썼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꿈’을 외치는 것처럼 ‘한국의 꿈’에 관심이 많다. ‘산업화의 꿈’, ‘민주화의 꿈’을 거쳐 이제는 ‘통일의 꿈’을 꿀 때가 아닌가 싶다.
  •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 1999년 조선일보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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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9.2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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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지난달 선양~단둥 이어 20일 창춘~훈춘 고속철 개통]

    창춘~훈춘 고속철 - 北·中·러 경협 촉진 시킬듯
    선양~단둥 고속철 - 통일 땐 서울연결 가능성

    중국 소식통 "미래 대비하며 北의 뒷마당 정돈하는 중"

    중국이 북한으로 통하는 양대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과 지린성 훈춘까지 모두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작업을 마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외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한반도 코앞까지 다가온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달 말 랴오닝성 선양~단둥을 잇는 고속철을 완공한 데 이어 20일에는 지린성 창춘~훈춘을 연결하는 고속철을 개통했다. 북·중 압록강 국경인 단둥과 두만강 국경인 훈춘이 중국횡단철도(TCR)와 고속철로 이어진 것이다. 선양~단둥 고속철은 207㎞ 구간을 시속 200㎞로 달린다. 3시간 30분 걸리던 여행 시간을 1시간 10분으로 단축했다. 창춘~훈춘 노선은 360㎞에 달하며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주요 도시를 거쳐 간다. 지린성 중심도시인 창춘과 북·중·러가 만나는 훈춘을 '3시간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특히 백두산을 거치기 때문에 관광 철도로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신화망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철"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지도
    창춘~훈춘 고속철은 북·중·러의 경제 협력을 촉진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훈춘은 북한 나선과 러시아의 하산을 잇는 3국 경제 협력 벨트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곳이다. 중국은 두만강 하구를 통해 우리의 동해로 나가는 출해권(出海權)을 얻는 것이 숙원 사업이다. 중국 지린성과 북한이 지난 6월 훈춘~나선~상하이를 연결하는 '컨테이너 정기선' 출항식을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중국이 나선항을 통해 상하이 등으로 활발하게 석탄을 운송하고 있다"며 "나선항과 연결된 중국 항구가 6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린성은 북한·러시아와 함께 훈춘 인근 두만강 삼각주 일대에 무(無)비자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국경 없는 국제관광구'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훈춘 고속철은 북·중·러 삼국 협력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둥까지 뚫린 중국 고속철은 한반도에 평화가 무르익거나 통일이 되면 평양을 거쳐 서울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신의주~평양~서울은 한반도의 인구 밀집 구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곳이다. 중국은 북한과 경제 협력을 활성화해 냉각된 북·중 관계를 풀어보려고 한다. 랴오닝성이 오는 10월 단둥에 북한 주민이 하루 최대 8000위안(약 150만원)까지 무(無)관세로 중국 제품을 살 수 있는 무역구를 만들려는 것도 대북 당근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중 관계는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 및 핵실험을 시사하면서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중국은 고속철과 신(新)압록강대교를 잇달아 완공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동북 3성(라오닝·지린·헤이룽장)은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낙후한 지역이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이 옌볜 조선족자치주 등 동북 3성을 순시한 것도 경제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선양의 소식통은 "중국은 동북 3성의 철도·도로 등을 현대화하며 북한 뒷마당을 정돈하고 있다"며 "시 주석이 밀어붙이는 일대일로가 블랙홀처럼 한반도에 다가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