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속철

中·日, 아시아 고속철 선점할 때.. 한국은 팔짱만

Shawn Chase 2015. 12. 15. 08:32

[日, 인도서 22조 규모 수주.. 中은 동남아서 사업권] 풍부한 자금력 앞세운 中·日,

아시아 인프라 시장서 접전 국내 기업, 경쟁력 높지만 수주 규모는 전체의 0.5%

"민관 협력체제 구축으로 자금력·정치력 한계 넘어야"

 

조선비즈 | 최현묵 기자 | 입력 2015.12.15. 03:08

 

 

 

"인도의 경제적 꿈을 실현하는 데 일본보다 중요한 친구는 없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달 12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아베 총리는 40조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들고 인도를 찾았다. 향후 5년간 인도 인프라 분야에 공적개발원조(ODA) 338억달러(약40조원)를 투자해 인도의 도로·철도·산업단지·항구 인프라 현대화를 지원키로 했다.

◇日, 22조원짜리 印 고속철 수주

그는 이번 인도 방문 기간 중 '선물 대가'도 톡톡히 챙겼다. 뭄바이~아마다바드를 잇는 총연장 505km 구간의 사업비 186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고속철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총건설비의 절반이 넘는 120억달러(약 14조원)를 연이율 0.1%, 15년 거치 35년 상환의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이런 밀월 관계는 '중국 견제'란 전략적 공감대에다 두 총리 간의 개인적 친분이 작용했다. 아베 총리가 트위터를 열어 처음 팔로한 세계 정상이 모디 총리였다. 두 정상은 정기적으로 우호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아베 총리와 모디 총리의 친분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더없이 긴밀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프라 시장 선점 위해 ADB와 AIIB 총동원

일본의 인도 고속철 수주는 최근 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역전패당한 데 대한 앙갚음 성격이 크다. 일본은 올 9월 사활을 걸고 추진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간 150㎞ 고속철도 수주전에서 중국에 패배했다.

중국은 정부의 막강한 지원에 힘입어 태국 농카이~방콕~라용을 잇는 867㎞ 구간의 철도 복선(複線)화 사업도 따냈다.

두 나라는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를 인프라 수주전에 총동원하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중국), 아시아개발은행(ADB·일본)과 공동으로 거액의 인프라 투자펀드를 조성, 개도국에 자금을 지원하며 이를 조건으로 자국 기업이 사업권을 따내도록 돕고 있다.

일본은 ADB와 함께 아시아의 민간 및 공공 기반 시설 투자에 향후 5년간 160억달러(약 18조원)를, 중국은 AIIB를 통해 아시아 인프라 개발에만 매년 80억~100억달러를 쏟아붓는다.

◇한국의 인프라 수주 규모는 세계 시장의 0.5%

글로벌 건설 전문지 'ENR'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전력 분야 2위, 삼성엔지니어링은 하수처리 분야 3위, GS건설은 제조업 건설 분야에서 10위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5대 다자(多者)개발은행 인프라 수주 규모는 3억4220만달러로 전체 금액의 0.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일본이 총리실 산하에 '인프라 해외수출관계 장관회의'를 설치하고 외무성 등 각 정부 부처마다 '인프라 수출지원팀'을 적극 가동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봉걸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장은 "자금력에서 중국과 일본에 밀리는 우리나라는 미얀마·이란 등 새로운 유망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와 돈독한 아베 총리처럼 인도 등 신흥국 수뇌부와 개인적 친분도 다질 필요가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은 중국·미국과의 관계에만 공을 들일뿐 신흥 대국 인도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다"며 "국제무대에서 정상 간 개인적 친밀도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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