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Science &] 核무기 50기만 터져도..9일뒤 全지구는 검은구름 '대재앙'

Shawn Chase 2017. 11. 3. 18:33

원호섭,김윤진 입력 2017.09.08. 15:46 수정 2017.09.08. 17:04


지구 대기근·小빙하기 시작..10년 지나도 여전히 영하권 날씨
핵폭발로 발생한 연기와 재 수십년간 전세계 대기 떠돌며 비 와도 쉽게 씻겨내려가지 않아
오존층도 파괴되며 자외선 쏟아져 결국 공멸..인류역사 비극적 결말

 핵무기 사용땐 어떤 일 벌어질까…과학자들 시뮬레이션해보니

"이제 우리 모두 개자식이 된 거야(Now we are all sons of bitches)."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 순간, 미국의 물리학자 케네스 베인브리지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두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맨해튼 프로젝트'의 멤버들이었다.

완성된 핵폭탄은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고 2차 세계대전은 끝이 났다. 전 세계는 핵무기가 갖고 있는 파괴력에 치를 떨었다. 핵무기는 1905년 아인슈타인이 만든 'E(에너지)=mc2(질량에너지등가법칙)'을 이용했다. 아인슈타인은 "이 일을 예견했다면 1905년에 쓴 공식을 찢어버렸을 것"이라고 말했고 죽을 때까지 핵무기를 반대했다.

북한과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핵이 있다고 주장하며 무력시위를 하는 북한과 가만 안 두겠다는 미국. 곧 핵무기가 한반도 위에서 칼춤을 출 것만 같다. 남한이나 북한에 핵폭탄이 떨어지면 몇십만 명이 죽고, 방사성 물질이 확산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핵무기가 폭발하고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1983년 12월 23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리던 칼 세이건과 그의 제자 오언 툰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교수 등 5명의 과학자가 쓴 논문이 게재됐다. 핵전쟁이 발발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핵겨울(Nuclear Winter)'이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논문이 가져다준 충격은 컸다. 당시 논문은 미국과 옛 소련(러시아)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980년대 미국과 옛 소련이 갖고 있던 1만7000개의 핵무기는 1만2000Mt(메가톤)급 파괴력을 갖고 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0만개가 폭발한 것과 같은 규모다. 폭발로 발생한 먼지와 재는 1~2주 안에 성층권으로 올라가 햇빛을 막는다. 지표면의 온도는 영하 15~25도 떨어지고 여름은 사라진다. 핵폭탄의 위협을 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1만7000개의 핵무기가 연달아 터질 리는 없다) 칼 세이건은 이 연구를 토대로 미국과 옛 소련에 핵무기 감축을 주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미국 과학자연맹(NSF)의 조사에 따르면 1985년 약 7만기로 추정된 전 세계 핵무기는 이후 빠르게 감소해 2017년 현재 1만5000여 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옛 소련의 붕괴와 함께 지구는 핵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전 세계는 '테러'와 함께 국지적인 마찰로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앨런 로보크 럿거스대 교수는 툰 교수와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 보다 정교해진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핵전쟁이 일어났을 때의 상황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소규모 핵 폭발로도 충분히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과학자는 2007년 국제학술지 '대기화학과 물리'에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에서 50개의 핵무기가 터졌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다. 이때 발생하는 재와 연기는 약 500만t. 이들이 만들어낸 검은 구름은 이틀 사이에 상공 12㎞로 올라가고 불과 5일 안에 인도 파키스탄은 물론 아프리카 동쪽과 중국 서부 지역을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뒤에는 전 지구에서 검은 구름을 볼 수 있으며 49일 뒤에는 상공 50㎞에 다다르는 성층권까지 뒤덮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층권을 덮은 검은 구름은 햇빛을 반사시켜 지구 온도를 1~2도 정도 떨어뜨린다. 17세기 지구 대기근의 원인이 됐던 소빙하기 시대가 도래하는 셈이다. 검은 구름은 단파복사(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의 양)를 1㎡당 최대 15W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5년이 지나도 여전히 1㎡당 7W 감소한 상태가 이어졌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영하 1.25도로 떨어지고 1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영하 0.5도 수준에서 머무르는 만큼 북반구에서는 눈과 얼음 범위가 약 15% 증가했다.

비가 내리면 검은 구름이 씻겨 내려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연기와 재는 평균 지름이 약 0.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로 굉장히 작은 만큼 천천히 움직인다. 낮 동안에는 햇빛을 받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이는 검은 구름의 소멸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재의 평균 지름은 약 0.5㎛로 큰 만큼 2년 정도 지나면 쉽게 땅으로 떨어지지만 핵폭발로 발생한 먼지는 수십 년 동안 대기 중을 떠돈다. 설상가상으로 강수량도 줄어든다. 지표가 따뜻해야 수증기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을 만들어 비를 쏟아내지만 검은 구름이 지표면의 온도를 충분히 떨어뜨렸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대기 순환이 약화되면서 강수량이 10% 감소하고 이는 10여 년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있다. 성층권에는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있다. 검은 구름이 햇빛을 흡수해 성층권의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가면 대기 흐름이 바뀌면서 오존층을 파괴하는 질소산화물이 상승한다. 결국 오존층의 농도는 북극지방 수준으로 감소하고, 이는 자외선 침투라는 또 다른 악재를 일으킨다.

로보크 교수가 중국 러시아 미국 연구진과 함께 분석한 식량 생산량의 변화에 따르면 중국의 쌀 생산량은 평균의 10% 이하(생산량 90% 감소)로 떨어지고 미국 옥수수 생산량은 10~40%, 콩 생산량은 2~2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보크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많은 나라, 도시, 지역은 식량 비축분이 적다"며 "인도와 파키스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핵전쟁은 수십억 명의 인류를 아사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1955년 7월,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으로 알려진 이 선언문에는 미래 세대를 향한 간절한 문장이 담겨 있다. "미래의 세계 전쟁에는 아마도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다. 그런 무기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자국의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세계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공개적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한다." 핵전쟁이 발발하면 '승리국'이 갖고 있는 의미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인류는 고통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