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Science &] 미세먼지 내뿜는 화물선이 '잦은 번개' 초래

Shawn Chase 2017. 11. 3. 18:33

원호섭 입력 2017.09.15. 15:46



화물선 이동 많은 바다 구름 만드는 에어로졸↑ 더 많은 번개 일으켜
석유·가스 추출 찌꺼기 땅속에 묻는 관 많은 지역 오·폐수 영향 탓 지각 융기

인간은 지구온난화를 통해 지구의 대기, 해류 등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연재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활동이 '번개'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토르가 아니더라도 번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엘 손턴 미국 워싱턴대 대기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인간의 행위가 번개를 만들어낸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진은 2005~2016년 인도양과 남중국해 인근에서 발생한 번개를 조사하기 위해 '세계번개지역 네트워크(WWLLN·World Wide Lightning Location Network)'를 활용했다. 해당 기간 발생한 번개의 수는 15억번에 달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리랑카와 수마트라를 잇는 지역과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잇는 지역의 바다에서는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많은 번개가 발생한 것이다. 유사한 기후를 갖고 있는 인근 해역과 비교했을 때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다. 이 궁금증은 화물선의 이동을 조사한 결과 해결됐다. 두 지역은 5조달러 이상의 수출·수입품이 거대한 화물선을 통해 이동하는 곳이었다. 화물선 수로 따지면 연간 10만대의 배가 오고간다. 모든 화물선은 그을음과 함께 질소와 황을 포함한 미세먼지를 내뿜는다. 이 같은 에어로졸은 구름을 형성하는 '씨앗'이 된다. 이 지역에서는 구름이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늘로 올라간 구름 속 얼음입자들은 서로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이것이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번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인류는 번개뿐 아니라 지진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주 '팀슨시'에 있는 주입공이 2007~2010년 인근 지역의 지진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주입공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석유나 가스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땅속에 묻기 위해 설치한 관을 말한다. 미국에 있는 석유·가스 회사들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연료를 추출해 정제한 뒤 남은 오·폐수를 다시 지하로 내려보낸다. 정화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지하수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면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팀슨시에서 두 개의 주입공을 통해 지하로 들어간 오·폐수 규모는 1년에 약 89만㎥에 달한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수영장에 있는 물을 매일 땅속으로 흘려보내는 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주입공이 있는 팀슨시 인근의 지표면은 1년에 약 1㎜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각 융기의 원인은 주입공을 타고 땅속으로 들어간 오·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마누체르 시르자엘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암석의 공극압 증가는 인근에 위치한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적용된다"며 "향후 주입공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인근 지역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 있는지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