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섭 입력 2017.09.15. 15:46 수정 2017.09.15. 20:54
■ 유례없이 강한 허리케인 왜?
AMO가 양의 국면에 접어들면 바닷물의 온도는 따뜻해진다. 그만큼 대기는 수증기로 가득 찬다. 끓는점과 액체의 증기압을 표현한 '클라우시스-클라페이론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바닷물의 표면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대기 중 습도는 약 7% 증가한다. 대기 중 수증기는 허리케인의 '연료'와도 같다.
대서양이 따뜻함을 유지하면 서아프리카의 '몬순(계절풍)'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몬순의 강화는 '라니냐(서태평양 해수면 수온은 평년보다 상승하고 동태평양의 수온은 떨어지는 현상)'를 동반하는데 이는 '윈드 시어(wind shear)'를 약화시키기도 한다. 윈드 시어는 태풍과 관련이 있다. 권민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기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AMO가 양의 상태를 유지하면 대서양에서 윈드 시어가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태풍을 강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 온도는 차가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 AMO가 '음'의 국면으로 넘어갈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북대서양의 온도가 평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기에 태클을 걸고 있는 것이 바로 지구의 피부암, 인간이다. AMO는 해류, 태양복사 등 여러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제 인간도 가세했다. 1970~1994년까지 AMO는 음의 값을 유지했다. 과학자들은 이 원인을 미국의 환경정책에서 찾았다. 대기로 배출된 먼지 입자(에어로졸)들은 태양복사를 막아 해류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 1994년까지 미국의 강력한 환경정책은 대기의 에어로졸 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학술지 사이언스는 "미국과 유럽의 환경정책으로 대기 중 에어로졸이 많이 줄었지만 이것이 결국 AMO를 양의 국면으로 유지하게끔 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의 온도까지 꾸준히 높아지면서 AMO가 계속해서 양의 국면에 놓일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머피 고스 마이애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온실기체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AMO가 양의 국면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태풍의 강도 변화는 이미 많은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 2015년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이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원후 850년부터 2015년까지 뉴욕을 중심으로 발생한 홍수의 침수 높이는 약 1.2m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면 상승이 원인이었다. 또한 이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허리케인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뉴욕에서 홍수가 발생하는 빈도는 지난 1000년 동안 500년에 한 번꼴에서 24년 만에 한 번으로 잦아졌다. 인류가 매를 번 셈이다.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지질연합 국제지질학회(IGC)의 과학자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그룹(AWG)'은 1950년대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인류는 꾸준히 지구를 괴롭히고 있으며 이것이 지구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는 의미다.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생물 다양성은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척추동물의 약 31%인 8851종의 개체수가 줄고 있으며 177종의 포유류는 1900년 이후 서식지 면적이 30% 이상 줄었다. 지구는 분명 과거와 다른 변화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인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을 만큼 명확해졌다. 선택해야 할 때다. 이대로 지구를 망칠 것인지, 아니면 공존할 것인지.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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