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Science &] 3만6000km 상공에선 인공위성이 정지한다?

Shawn Chase 2017. 11. 3. 18:28

원호섭 입력 2017.11.03. 15:51


무궁화위성 같은 통신용 '정지궤도 위성'으로 불려
지구 자전 속도와 같아 멈춰있는 것처럼 보일뿐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지구로 떨어질 위험이 높은 중국 '톈궁1호'는 실험용 우주정거장이다. 현재 우주정거장은 중국 톈궁2호와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3개가 약 350㎞ 고도에서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우주인들에게 필수품 등을 주기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위성보다 낮은 궤도에서 지구를 공전한다. 높은 곳에 위치할수록 물품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인공위성은 우주정거장보다 높은 곳에서 지구를 공전한다. 궤도 높이에 따라 저궤도 위성(250~2000㎞), 중궤도 위성(2000~3만6000㎞), 정지궤도 위성(3만6000㎞)으로 나뉜다.

낮은 고도에서 지구를 빠르게 공전하는 저궤도 위성은 정찰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첩보위성의 경우 사진 촬영을 위해 200㎞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300~400㎞로 올라가기도 하는데 이런 위성들은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수명이 1~2년으로 짧다. 레이더를 이용해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에도 지형·물체 등 분석이 가능하고 우주에서 자동차 번호판까지 찍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정찰 외에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은 물론 산불, 산사태, 유류사고와 같은 재난 감시에도 활용된다.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위성이 저궤도 위성에 속한다.

고도 2000~3만6000㎞ 부근 중궤도에는 GPS 위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저궤도보다 높은 지역에 있는 만큼 상당히 많은 지역에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GPS는 처음 군사 목적으로만 활용됐지만 1983년 민간 부문으로 확대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GPS 위성은 24개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4개의 신호를 받으면 지구상의 현재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정지궤도 위성은 3만6000㎞에 위치한다. '정지'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서 정지궤도 위성이 우주 공간 한 자리에 가만히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 자전과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구 한 지점에서 봤을 때 정지한 것처럼 보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무궁화위성 같은 통신위성은 이동통신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중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정지궤도에 위치해 있다. 천리안 위성과 같은 기상 위성 역시 한번에 넓은 지역을 관찰해야 날씨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정지궤도에서 지구를 공전한다.

이론적으로 인공위성은 지구 중력과 원심력 간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영원히 같은 궤도로 공전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성 궤도가 조금씩 바뀐다. 위성의 원운동을 방해하는 '궤도 섭동력'이라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완전히 둥글지 않고 타원형이기 때문에 중력이 일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태양풍처럼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맞아 궤도가 뒤틀리기도 한다. 따라서 인공위성은 가동하는 동안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수시로 궤도를 조정제어해야 한다. 인공위성 수명은 위성 궤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높은 궤도에 있을수록 수명이 길다. 무궁화위성과 같은 정지궤도 위성은 10년, 저궤도 위성은 3~5년 정도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