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서비스 '빅스비'를 영어로 선보이자 미국에서는 예상치못한 성차별 논란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빅스비, 여성과 남성 목소리를 설명하며 '성차별 논란' 일으켜
대부분의 'AI 비서'는 여성 음성으로 서비스돼…"여자 목소리가 익숙해"
"여성 목소리는 조력자로 느끼는 데 반해 남성 목소리는 권위자라고 느껴"
요약하면 '여성은 명랑하고(chipper) 쾌활하며(cheerful), 남성은 적극적이고(assertive) 자신감 넘친다(confident)' 정도 된다.
미국 내 일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설명"이라고 비판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해시태그 몇 개를 덧붙여둔 것이 별것 아닌 작은 이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움직임이 결국 명백한 회사를 성차별주의자로 비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우리 생활 속을 파고드는 AI 비서 서비스 대부분은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시리',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 등은 기본으로 여성 목소리로 설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시리'(애플), '알렉사'(아마존), '아리아'(SK텔레콤), '코타나'(마이크로소프트)가 여자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SK텔레콤의 '누구' 같은 경우 호출 이름을 바꿀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선택할 수 있는 아리아ㆍ팅커벨ㆍ레베카ㆍ크리스탈 네 가지 이름 모두 다 여자 이름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3월 빅스비를 처음 출시했을 때 '빅스비'라는 이름에 대해서 "남성과 여성을 모두 커버하는 중성적 이름"이라며 "성차별적 요소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빅스비 해시태그' 논란이 일면서 고 사장의 설명이 무색해졌다.
2년 전 애플도 비슷한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15년 10월 공개된 아이폰 6s 광고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제이미 폭스가 출연했다. 폭스는 아이폰의 시리와 대화하다가 "너 나한테 홀딱 반했구나"라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는 비서에게 소비자가 성희롱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래의 주요 신기술이자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불리는 'AI 비서'가 여성의 목소리로 주로 설정이 되는 것은 무의식중에 설정된 성적 고정관념때문이다. 비단 AI 비서뿐만 아니라 ARS 자동응답시스템이나 GPS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도 주로 여성의 목소리로 서비스된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음성을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남성과 여성의 음성으로 AI 비서 서비스를 실험해본 결과 대부분의 고객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선호했다고 한다.
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 사회적 행위자로서의 컴퓨터)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클리포트 나스 스탠포드대 교수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여성의 목소리는 소비자로 하여금 본인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반면 남성의 목소리는 문제의 해결책을 알려주는 권위있는 존재라고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성 인식 전문 기업인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여성 AI 비서보다는 남성 AI 비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별뿐 아니라 말투, 방언, 격식까지도 지정할 수 있는 개인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도 했다.
구글 관련 제품을 이용할 때 쓰는 명령어인 '오케이 구글'처럼 중성적인 이름과 명령어를 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IBM은 단순한 대화를 주고받는 정도가 아니라 풍부한 감정까지도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형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BM은 AI 플랫폼 왓슨의 목소리를 개발하면서 성우 25명의 면접을 보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여성은 명랑하고 남성은 적극적?"…빅스비가 불러온 'AI 비서' 성차별 논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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