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운 기자
입력 : 2017.08.11 03:00
[톡톡 튀는 가전 전성시대]
홈패션의 포인트된 주방 가전
빨강 오븐, 캐릭터 냉장고부터 예뻐진 전시용 믹서기도 인기
반면 아이폰처럼 단순해진 거실, 단색·메탈로 '심플 미학' 추구
영국의 국기 '유니언잭'이 그려진 냉장고, 철에 노란색이 칠해진 오븐, 맛있는 올리브색의 주전자….
최근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디자인 가전'이다. 작지만 오밀조밀한 외관과 화려한 색감이 어느 조각품보다 더욱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한때 가전제품은 인테리어를 위해 숨겨야 할 물건이었다. 큰 가전은 빌트인으로 넣고, 작은 가전은 수납공간 안에 숨겨 놨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 썼다. 그러나 최근엔 가전을 포인트로 해 가구를 맞출 정도로 가전이 인테리어의 대세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디자인이 강한 유럽 등 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에 출시되고 있다. 그동안 기능에 초점을 맞췄던 국내 브랜드들도 외국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
◇주방 인테리어는 포인트가 되는 '화려한 소형 가전'
디자인 가전 열풍이 가장 강한 곳은 주방 부문이다. 요리할 때 쓰이는 대부분 물건이 가전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냉장고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는 백색이나 은색의 대형 메인 냉장고, 김치 냉장고 외에 인테리어용 소형 냉장고를 제3의 냉장고로 사는 것이 유행이다. 튀는 냉장고를 살 땐 다른 소형 가전 등도 비슷한 분위기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 아무리 아기자기한 예쁜 디자인이더라도 너무 개성이 강하면 조잡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스메그는 유니언잭뿐 아니라 빨간색·파란색 등 원색, 분홍색·하늘색 등 파스텔색까지 다양한 색을 판매하고 있어 소품처럼 마음에 드는 색의 냉장고를 구매할 수 있다. 대표적인 모델 'FAB28'은 크기가 256L로 대부분 소형이다. 조의영 스메그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은 "스메그 냉장고가 보조 냉장고로 인기를 끌면서 작년 대비 매출이 30% 성장했다"며 "냉장고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 출시한 전기 포트, 믹서기, 토스터 등은 작년 대비 매출이 50% 증가했다"고 말했다.
- ▲ ①다이슨 '퓨어 쿨 링크 공기청정 선풍기' ②쿠진아트 '콜드브루 커피 메이커'와 '클래식 4구 토스트기' ③동부대우전자 '마블 캐릭터 냉장고' ④발뮤다 '그린팬S 선풍기' ⑤스메그 'FAB28 냉장고' ⑥네스프레소 캡슐 머신 '에센자 미니' ⑦휴롬 원액기 '주지아로 에디션' ⑧라꼬르뉴 '꼬뉴페 1908 오븐'.
국내 브랜드 중에는 동부대우전자가 최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협업해 만든 '마블 캐릭터 냉장고'가 젊은 고소득 남성, 독신남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언맨 레드, 스파이더맨 블랙, 캡틴 아메리카 화이트 등 세 종류로 124L 용량의 소형 제품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키덜트족(아이 같은 어른) 시장 성장과 작은 고가품 트렌드에 맞춰 인테리어용으로 냉장고를 출시하게 됐다"며 "맥주나 음료 등을 넣어두는 용도로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오븐 중에서는 프랑스 브랜드인 라꼬르뉴가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주방 내 싱크대를 라꼬르뉴의 색깔에 맞춰 통일하기도 한다. 라꼬르뉴를 수입·판매하는 하농 관계자는 "소문만으로 작년보다 매출이 30% 늘었다"며 "공개형 주방이 유행하면서 고급 식당에서도 인테리어로 포인트를 주기 위해 요리사들이 많이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믹서기나 토스터, 커피포트 등도 디자인이 강화됐다. 과거엔 이런 제품들을 싱크대 밑 수납공간에 넣었다 뺐다 했지만, 최근엔 일부러 디자인 가전으로 구입해 전시해두는 것이 유행이다. 다른 가전보다 크기가 더 작은 만큼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휴롬은 지난달 이탈리아 스포츠카 페라리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협업한 '휴롬 주지아로 에디션'을 출시했다. 주방 가전답지 않은 광택의 색감과 곡선이 특징이다. 휴롬 관계자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두 번의 홈쇼핑 방송에서 모두 매진됐다"며 "전체적인 제품 외관을 스포츠카의 실루엣을 접목해 역동적인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방을 '홈 카페'로 만드는 인테리어도 유행하면서 커피 머신 등도 디자인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에스프레소 기계인 네스프레소는 주방 어디에 놓아도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에센자 미니' 제품을 검은색·빨간색·녹색 등 다섯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의 테팔, 독일의 브라운과 드롱기 등이 디자인 가전으로 인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고장이 잘 안 난다고 해서 인기였던 일본 가전, 가성비가 좋고 AS가 잘돼 잘 팔린 국내 브랜드 가전에 이어 최근에는 디자인이 좋은 유럽 가전이 인기"라며 "국내 인테리어가 유럽식이 유행이다 보니 가전도 같은 분위기로 1950년대 유럽식 디자인 제품이 인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거실 인테리어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단순한 가전
원색을 선호한 주방 가전과 달리 거실 가전은 주변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단색'과 '메탈'이 인기다.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였던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가장 잘 구현해 TV 없애기, 소파 없애기 등의 인테리어가 유행한 곳도 거실이기 때문이다.
거실 디자인 가전 중 대표적인 것은 냉방 가전이다. 특히 한물간 줄 알았던 선풍기가 디자인에 힘입어 부활했다.
일본 브랜드 발뮤다 선풍기가 대표적이다. 흰색, 검은색, 샴페인 골드색 등 단색이 기본이고 언뜻 봐서는 특이한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애플의 '아이폰'처럼 심플함의 미학을 살렸다"며 선호하고 있다. 사진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는 발뮤다 인증 샷이 속속 올라올 정도다. 17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밴드 활동을 하던 테라오 겐이 30세에 독학으로 세운 디자인 가전 브랜드라는 이야기도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인기를 끄는 영국의 다이슨도 '선풍기의 부활'을 이끄는 양대 산맥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 선풍기의 경우 가격이 웬만한 에어컨 수준이다 보니 '서민=선풍기'라는 공식이 사라졌다"며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전기료가 적게 나오는 장점도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1/2017081100040.html#csidx7322707a1e03bd7901b7b944d7aa5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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