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기자 입력 2017.08.11. 22:13 수정 2017.08.11. 22:24
[경향신문] ㆍ북, 화성-12형 괌 향해 쏠 경우
ㆍ4발 중 1발만 놓쳐도 지는 게임
ㆍ성주 사드 배치 명분도 사라져
미국이 공들여 구축해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미사일방어(MD)체계의 ‘실력’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이 예고대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으로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실제 감행할 경우 미국이 사드 등으로 요격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IRBM 4발을 모두 요격한다면 사드 등 MD의 효용성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한 발이라도 실패하면 큰 부담을 안게 된다.
MD는 탄도미사일 비행 과정의 단계별로 고성능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계획이다. 미국은 냉전을 거치면서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나섰으며 MD라는 이름으로 개념과 내용이 확장·발전됐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발사 단계인 상승(boost), 정점을 전후한 중간(mid-course), 지상으로 낙하하는 종말(terminal) 단계로 나뉘는데 MD는 단계마다 탐지·추적이나 요격을 시도한다.
IRBM 발사단계에 따라 MD 성공률은 갈린다. 우선 IRBM이 발사돼 추진체를 연소하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는 상승단계는 요격하기 어렵다. 가령 북한에서 불시에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추적·식별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상대적으로 요격거리가 짧은 요격미사일이 괌에서 북한 상공의 탄도미사일까지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이 상승한 후 본격적인 비행을 시작하는 중간단계도 쉽지 않다. 북한이 예고한 사거리와 비행시간 등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대체로 북한 탄도미사일은 최고고도 800㎞, 평균 속도 마하 15가량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MD를 구성하는 주요 요격미사일인 이지스함 SM-3는 요격고도 500㎞, 요격범위는 700㎞로, 물리적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정확도를 자신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미국은 종말단계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사드를 종말단계에서 적국 미사일을 잡아내는 MD 체계로 홍보해왔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시험발사한 직후인 지난달 11일과 30일 사드로 IRBM급 미사일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락겸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관은 지난 10일 괌 주변 30~40㎞ 해상에 4발을 떨어뜨리겠다면서 사거리·비행시간·비행궤적 등을 공개했다. 미국이 MD 성공률을 과시해온 데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밝힌 만큼 요격 성공률은 100%에 이르러야 한다.
미국의 장담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종말단계의 화성-12형은 속도가 마하 15 또는 그 이상일 텐데 최고 속도가 마하 10인 SM-3나 마하 8.17인 사드 요격미사일로 잡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목표물이 4발이면 어려움이 가중되고, 한 개라도 놓치면 미국은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이 주장해온 사드의 유용성이 허구로 드러나 한반도 배치의 명분도 사라질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페널티킥을 차는 쪽에서는 4개 중 한 개만 들어가도 이기는 것이고, 막는 쪽에서는 한 개라도 놓치면 지는 게임”이라고 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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