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이야기들

'산성 테러 당했지만 당당하게' 인도 10대 여성, 화장법 강의

Shawn Chase 2015. 9. 10. 23:11

형부가 뿌린 황산에 얼굴화상·한쪽눈도 잃어..산성물질 판매 규제 촉구 운동

연합뉴스 | 입력 2015.09.10. 17:45 | 수정 2015.09.10. 18:34

 

형부가 뿌린 황산에 얼굴화상·한쪽눈도 잃어…산성물질 판매 규제 촉구 운동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경쾌한 음악과 함께 한 여성이 손을 흔들며 화면에 등장한다.

레슈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립스틱을 칠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겠다며 먼저 칫솔로 입술을 깨끗이 한 뒤 립밤으로 입술을 건조하지 않게 하고서 립스틱과 같은 색으로 입술선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설명만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이 같은 화장법 강의가 지난달 31일 유튜브에 올라온 지 열흘만에 조회수 100만건에 육박하는 관심을 끄는 것은 레슈마가 '산성물질 테러'로 얼굴에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산성 물질 테러 피해자인 레슈마 바노 쿠레시(18)가 유튜브에 올린 화장법 강의 영상<<유튜브 캡처>>

인도의 산성 물질 테러 피해자인 레슈마 바노 쿠레시(18)가 유튜브에 올린 화장법 강의 영상<<유튜브 캡처>>
"산성 물질 테러 당했지만 당당하게"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의 산성 물질 테러 피해자인 레슈마 바노 쿠레시(18)가 2일 유튜브에 올린 화장법 강의 영상에서 산성물질 판매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2015.9.10 << 유튜브 캡처 >>     rao@yna.co.kr
"산성 물질 테러 당했지만 당당하게"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의 산성 물질 테러 피해자인 레슈마 바노 쿠레시(18)가 2일 유튜브에 올린 화장법 강의 영상에서 산성물질 판매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2015.9.10 << 유튜브 캡처 >> rao@yna.co.kr

"산성 물질 판매 규제하라"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의 산성물질 테러 반대 단체인 '메이크 러브 낫 스카즈'의 트위터 첫 화면 모델로 등장한 피해자 레슈마 바노 쿠레시(18). 2015.9.10     rao@yna.co.kr << 트위터 캡처 >>

 

 

"산성 물질 판매 규제하라"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의 산성물질 테러 반대 단체인 '메이크 러브 낫 스카즈'의 트위터 첫 화면 모델로 등장한 피해자 레슈마 바노 쿠레시(18). 2015.9.10 rao@yna.co.kr << 트위터 캡처 >>

동영상의 주인공 레슈마 바노 쿠레시(18)는 지난해 우타르프라데시 주 알라하바드의 언니 집에서 형부와 그의 친구가 뿌린 황산에 화상을 입었고 왼쪽 눈도 잃었다.

쿠레시가 언니에게 형부의 학대를 참지 말고 경찰에 고소하라고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쿠레시는 산성피해 구호 단체인 '메이크 러브 낫 스카즈'(MLNS·흉터가 아닌 사랑을)의 도움으로 7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날의 상처가 뚜렷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산성 테러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산성물질 판매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장법 강의 동영상 말미에도 그는 "고농축 산을 사는 것은 립스틱을 사는 것만큼 쉽다"며 "이 때문에 날마다 여성들이 산성 물질 테러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며 산성 물질 판매 규제를 위한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부분이 여성인 산성 물질 테러의 피해자들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공격에서 살아남더라도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피해 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도에서는 쿠레시처럼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의 유명한 관광지인 타지마할 인근에는 종업원들이 모두 산성물질 테러 피해자인 '쉬로즈 행아웃'이라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산성 테러 반대 단체인 차야 재단이 피해자들의 문제를 널리 알리고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자 연 이 카페는 여느 카페와 마찬가지로 맛있는 음식과 활기가 넘친다고 일간 퍼스트포스트는 전했다.

이곳을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은 "카페 개설은 비극적인 사건을 대하는 건강한 접근법"이라며 "다른 나라에도 이같은 창조적 접근을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라훌 샤하란 등 세명의 사진 작가가 산성테러 피해자들을 모델로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인도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산성 물질 테러는 309건 발생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인도의 낮은 신고율을 고려할 때 매년 1천명 이상이 산성테러 피해자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2013년 산성 테러를 막기 위해 "산성 물질 판매자 허가제를 도입하고 구매자도 18세 이상으로 사진이 있는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기 청소, 소독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고농축 산성 물질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