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에만 분풀이하는 중국… 속내는 '韓美동맹 린치핀' 빼기

Shawn Chase 2017. 8. 8. 17:17


안용현 기자  


입력 : 2017.08.08 03:10 | 수정 : 2017.08.08 10:49

[北의 핵·미사일이 근본문제인데… 中, 왜 사드만 물고 늘어지나]

中, 한반도서 美와 힘 겨루기
한국 압박해 사드 뺄 수 있다면 동북아서 '美영향력 약화' 셈법
北이 핵탑재 미사일 완성하면 美·北 평화협정 맺을 확률 높아
주한미군 철수 숙원 풀게 돼


악수하는 강경화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 :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후(현지시간)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과 양자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7일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쓴 약을 삼키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라는 드라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한·중 관계를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라고 했다. 인민대 청샤오허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서였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사드 배치는 어리석고, 경솔한 행동"이라며 "미국을 돕느라 북한의 관심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중국 매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를 비난하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 중국은 북한의 도발보다 사드 배치를 더 문제 삼는 행보를 집요하게 이어가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6일 필리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 ICBM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 정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결정만 비난했다. "(사드로) 양국 관계에 찬물" "과거 (한국의) 잘못된 행동" 등 외교 결례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냈다. 회담 도중 의례적인 미소도 짓지 않았다. 반면 같은 날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만났을 때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비난했다. 핵·미사일 도발은 북한이 했는데, 왜 중국을 제재하려는 것이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사드 문제야말로 중국이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 양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모두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 때문인 만큼, 중국이 보복하고 화를 내야 할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북한이 천안함 폭침(3월)과 연평도 포격(11월) 도발을 일으켰을 때도 "긴장 유발은 (군사 훈련을 하는) 한국과 미국이 하고 있다"고 했었다.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마다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는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익에 대한 중국 나름의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외교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사드가 중국에 실질적 위협이 아니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계속 꼬이는 데 대해 이 소식통은 "사드를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보는 중국 지도부가 사드를 통해 한반도에서 미·중 간 힘의 균형을 테스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에 지원하는 무기 시스템을 중국이 거부할 수 있음을 과시해, 한반도에서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이클 그린 선임 부소장은 "중국이 한국을 압박해 사드를 뺄 수 있다면 (아시아) 대륙에서 (한·미 동맹의) 린치 핀(linchpin·핵심축)을 성공적으로 빼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일본·호주 등과 함께 해양 파워를 갖고, 중국은 대륙의 주도권을 잡는 것으로 (아시아)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의 셈법도 한·미와 다르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약화시켜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리더십을 흔들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로 미 본토를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은 유사시 한국과 일본에 증원군을 파견할 때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그만큼 손해)'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더 강해진다.

중국은 6·25 때부터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원했다. 북한의 핵 탑재 미사일 위협에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중국으로선 오랜 숙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차장은 "북한 핵미사일이 동북아에서 미국 리더십을 흔들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가져올 수 있는데 중국이 북한에 치명적 제재를 가할 이유가 있겠느 냐"고 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중국은 올가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내 정치가 국제 문제를 압도하고 있다"며 "최고지도부가 북한에 대한 기존 전략을 바꾸는 논의를 할 여유가 없는 것도 현재 한반도 정세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했다. 중국 내 '권력 게임'이 치열하기 때문에 대외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8/20170808002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