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방탄차 직접 몰고 한국 알리는 박웅철 팔레스타인 주재 대표

Shawn Chase 2015. 9. 10. 13:07

더 가까이 다가가니 외교가 보이네요

입력 : 2015.09.10 03:07

 

 

[방탄차 직접 몰고 한국 알리는 박웅철 팔레스타인 주재 대표]

대표부, 라말라로 독립해 옮기고 태권도·한복 알리며 소통에 앞장

4.3t 무게의 방탄 지프를 매일 손수 몰고 출퇴근하는 한국 외교관이 있다. 중동 분쟁 발원지라 불리는 팔레스타인 주재 한국 대표부의 박웅철(54) 초대 대표다. 그는 작년 8월 말 이스라엘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독립한 대표부로 부임할 당시 시위·총격전 같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방탄 지프를 관용차로 제공받았다. 운전사를 둘 법도 한데 그는 직접 운전했다. 우리와 접촉이 적었던 팔레스타인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기 위해서였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수도 라말라 주재 한국 대표부에서 만난 그는 "1년간 많이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났더니 이제 방탄차가 필요 없을 만큼 현지인과 환경에 친숙해졌다"고 했다.

박웅철 팔레스타인 주재 한국 대표부 대표가 라말라에서 1년여간 함께한 방탄 지프 곁에 서 있다.
박웅철 팔레스타인 주재 한국 대표부 대표가 라말라에서 1년여간 함께한 방탄 지프 곁에 서 있다. /노석조 특파원

 

팔레스타인 국력은 미약하다. 대부분 나라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해 이곳 주재 외국 공관들은 대사관이 아닌 대표부로 설치돼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카타르 등 에너지 강국이 포진한 20여개 아랍 연맹국들이 애지중지하는 관심 대상이다. 이집트·사우디 등 아랍 주요국을 빼놓지 않고 근무한 '아랍 베테랑'인 그가 이곳 대표에 임명된 것도 팔레스타인 외교의 중요성이 고려된 것이었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에서 중·고교와 대학을 나와 특채로 외교부에 입부한 뒤 중동에서 줄곧 근무해 온 아랍통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태권도는 팔레스타인 내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로 10여개 태권도장에서 2000여명이 수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지난달 전북 무주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12세 선수가 은메달을 땄는데, 팔레스타인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받은 사상 첫 메달이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만나는 공식 행사가 있어 아내가 한복 차림으로 라말라 거리를 잠시 걸을 때였죠. 주민 수십명이 몰려들어 '이게 한국 옷이냐''아름답다'면서 한복을 만져보고 같이 사진을 찍고 난리가 났지요. 소소하지만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대표부가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옮겨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 이런 게 외교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