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조코위 인니 대통령 "사랑랍니다. 같이 갑시다" 기조연설에 박수 쏟아져

Shawn Chase 2016. 5. 17. 15:55
  • 안중현 기자
  • 최원우 기자


  • 입력 : 2016.05.17 10:40 | 수정 : 2016.05.17 15:45


    “가치(같이) 갑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개회식 기조연설을 끝마치며 힘줘 말하자,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을 가득 채운 500여 청중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주 수라카트라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수라카트라시 시장과 자카르타 주지사를 거쳐 2014년 대통령에 오른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사점이 많아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린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한국에 대한 인연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길 좋아하고, 한국 음식과 소형 전자기기, 그리고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한 뒤 “무엇보다 제 아이들이 방문하길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제 딸은 한국의 음악가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연단 뒤 대형 화면에 나타난 배경 사진에 청중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박수를 쳤다. 그와 딸이 한 청년을 사이에 두고 찍은 사진, 대형 콘서트장 내부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연이어 나타났다. 조코위 대통령은 “‘샤이니’의 민호와 내 딸이 함께 찍은 사진, 나와 내 딸이 슈퍼주니어 콘서트에 가서 찍은 사진”이라고 소개한 뒤, “내 딸이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라는 부분은 서툴지만 한국어로 직접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아름다운 곳도, 힘든 곳도 함께 손을 잡고 가야 한다. 함께 걸으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연설을 정리하며, 마지막에는 역시 한국어로 “가치(같이) 갑시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이날 그의 기조연설 주제는 걷는 리더십, ‘브루스칸’(blusukan)이이었다. 브루스칸은 ‘도보 관리’라는 뜻으로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행정 방식을 말한다.

    조코위 대통령은 “저는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며 인도네시아 자바 중심부의 중소도시인 수라카트라 시장을 지낼 때 공원을 점거한 불법 노점상 문제를, 그들과 직접 만나 함께 걷고,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주지사가 됐을 때도 외곽 순환도로 공사 지역에서 이주하길 거부하는 144가구 때문에 14년간 지연됐던 공사를, 거주 주민들과 함께 걸으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여전히 인도네시아 전역을 걷고 있으며, 때로는 날아다닌다고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혁신으로 패자와 승자가 분명해지고, 이들 사이의 불평등이 불안감을 조성해 경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했다. 이어 “기술과 사업의 영역에서는 충분한 혁신을 이뤘다”며 “이제는 사회적 관행과 정부의 사고, 철학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그는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신경 쓸 수 있게끔 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관행과 정부의 철학에 대한 혁신을 통해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신경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는 위도도 대통령 기조연설 전문.

    친애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존경하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한국을 방문하길 참 좋아합니다. 한국 음식과 소형 전자기기 그리고 음악을 좋아합니다. 무엇보다도 제 아이들이 방문하기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제 딸은 한국의 음악가들을 좋아합니다. ‘샤이니’와 제 딸이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저와 제 딸이 슈퍼주니어 콘서트에 가서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제 딸은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저는 13년 전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자바 중심부의 작은 도시 ‘수라’라고 불리는 중소도시의 시장으로요. 솔로는 한국으로 치자면 대전과 비슷한 도시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걸어 다니는 것입니다. 시장이 된 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걸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됐습니다. 솔로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솔로시의 공원에 불법 노점상이 너무 많았다는 것입니다. 거리를 막고,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쓰레기도 쏟아졌습니다. 그 지역은 더러운 것으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전임 시장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점상을 옮기려 할 때마다 폭동이나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모두가 제게 안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불법 노점상들을 만나고, 또 만났습니다. 54번쯤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들과 아침·점심·저녁 식사도 함께했습니다. 20번 정도 함께 밥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7개월이 지난 뒤 그들은 옮겨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날 솔로시 공원은 뻥 뚤려있고, 쾌적해져 가족과 아이들,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4년 뒤 저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주지사가 됐습니다. 자카르타는 솔로보다 조금 더 크지만, 자카르타가 안고 있는 문제는 더욱 컸습니다. 그러나 저는 걷고 또 걸었습니다. 자카르타가 당면한 문제가 조금 더 크긴 했지만, 답은 비슷했습니다. 예를 들어, 14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자카르타 외곽 순환도로 프로젝트였습니다. 14년간 90%가 완공됐지만, 나머지 10%가 완성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외곽 순환선 완공을 위해 꼭 필요한 땅에 144가구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이주를 거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번에는 6번 정도 만나서 해결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분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만날 필요가 없었습니다. 몇 개월 후 이분들이 이주에 합의했고, 자카르타 외곽 순환도로는 완성됐습니다. 저는 이걸 ‘브루스칸’(blusukan)이라고 부릅니다. 걸어 다니면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도보 관리’라는 뜻이지요.

    그로부터 3년 뒤 저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걷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날아다닙니다. 걷고 싶지만, 인도네시아가 워낙 커서요. 서쪽에서 동쪽까지 거리는 런던에서 두바이만큼 혹은 LA에서 뉴욕만큼이나 멉니다. 영토의 2/3이 바다고요. 1만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져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경제구역을 갖고 있습니다. 인구는 2억5200만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고, 모슬렘 인구가 2억1500만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슬렘 국가입니다. 잠깐 농담을 했는데요, 저는 아직도 걷습니다. 물론 날아다니기도 하고요.

    저는 조선일보가 올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주제를 혁신으로 잡은 것이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로봇, 인공지능, 유전공학, 3D프린팅 등이 발전하는 이례적인 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례적인 혁신과 동시에 전례 없는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치솟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안보 위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도 힘이 많이 빠졌고, 경기 회복도 취약합니다.

    우리는 혁신이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혁신을 통해 더 크게 이기는 승자와 더 크게 지는 패자가 나올 것입니다. 정상과 바닥 사이의 간극이 더 큰 불평등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크게 실패한 패자들은 절망하면서 수치심과 분노가 생깁니다. 이들은 급진주의로 가게 되고 폭력을 일으킵니다. 불평등과 폭력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결국 세계 경제의 신뢰를 훼손할 것입니다. 우리는 기술과 사업의 영역에서는 충분한 혁신을 이뤘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관행과 정부의 사고, 철학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또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신경쓸 수 있게끔 하는 혁신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양성을 통해 조화를 찾아야 합니다. 다양성은 민족적, 종교적 다양성 보다 더 큰 범위를 의미합니다. 외모나 성격, 승자와 패자의 운 명의 차이도 다양성의 범주에 포함이 될 것입니다.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포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그들을 초대해서 걸을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곳도, 힘든 곳도 함께 손을 잡고 가야 합니다. 함께 걸으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같이 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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