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이빔]트럼프가 한국차를 자꾸 때리는 이유

Shawn Chase 2017. 7. 4. 23:19

입력 2017.07.04 07:20



-미국에서 장사 하려면 미국서 생산해야

 -'61만대 vs 5만대' 논리 밀어 붙이는 미국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한국차는 138만대다. 이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물량은 77만대이고, 61만대는 한국에서 만들어 배를 타고 건너갔다. 반면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에 들어온 자동차는 5만대 남짓이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5'라는 절대 기준을 적용하며 불공정이라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완성차 기준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루려면 '61:5'가 '33:33'은 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한 마디로 한국 생산 물량 가운데 28만대가 미국으로 넘어와야 공정하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28만대는 어떤 규모일까. 현대차 아산공장에 버금가는 생산시설 하나다. 이 경우 완성차 일자리 4,000여개는 물론 주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2~3만명의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수용 자체가 불가능한 요구인 셈이다. 

 반면 트럼프 시각에선 28만대의 생산이 미국으로 넘어오면 그야말로 대선공약 실현이다. 그래서 한국 내 일자리는 모르겠고, 미국 우선을 외친 만큼 FTA 불공정을 내세워 28만대 가운데 일부라도 생산을 미국으로 돌리려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정부의 대처 논리는 수출 증가율이다. 지난 5년간 미국차의 한국 수출이 369% 늘어난 대신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79% 증가에 그쳤다는 점이 반박 논리다. 나아가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짓겠다는 당근도 내세웠다. 그럼 미국이 요구하는 28만대 가운데 10만대는 우선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계산법이다. 하지만 미국은 10만대의 미국 생산 확대가 아니라 '61:5'라는 비율 자체를 공정하게(?)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FTA를 바라보는 관점이 엇갈리는 것도 바로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나라 정상 모두 일자리를 가장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은 만큼 양국 간 일자리 전쟁이 자동차에 투영된 셈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한국만 타깃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일본차는 모두 668만대로 점유율만 40%에 달한다. 이 가운데 160만대는 일본에서 생산됐고, 멕시코에서 139만대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생산은 429만대로 64%의 비중이다. 반면 미국에서 생산돼 일본으로 넘어간 완성차는 존재감 자체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트럼프 대통령 기준을 적용하면 일본과는 '0:160'이고, 일본차만 대상의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 불균형도 심각하다. 이에 따라 토요타를 비롯해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부랴부랴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일본 또한 국내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만큼 멕시코 생산 물량을 일부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적극 고려중이다. 어차피 일본과 멕시코 생산에 미국이 불만을 가졌다면 본사가 소재한 일본보다 멕시코 일자리를 줄이는 게 낫다는 뜻이다. 당장은 아니라도 일본 완성차기업의 이런 계획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조금씩 줄인다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진짜 고민은 한국이다. 일본처럼 멕시코 대안이 없어서다.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이 지난해 가동과 함께 미국 수출을 준비하지만 두 나라 사이는 언제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제 막 공장이 돌아가는 시점이어서 북미 생산으로 전환할 물량 자체도 별로 없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FTA 불균형을 주장할 때마다 다양한 논리를 만들어 방어에 나선다. 거래 기준의 '61:5'라는 생각이 생산의 '77:61' 기준으로 바뀌도록 말이다.  

 사실 이번 자동차부문 한미 FTA 갈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시장이 큰 나라일수록 보호주의로 문을 잠그면 한국은 위기를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미국에서, 미국 소비자 대상으로 자동차를 팔면서 61만대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고, 이를 시정하려면 미국차를 한국이 56만대 가량 수입하든지 아니면 한국 생산을 미국으로 넘기든지 하라는 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다. 그렇지 않으면 FTA를 되돌려 한국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으름장을 놓는 셈이다.  

 그래서 자동차는 최근 '공장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내도 각 자치단체가 많은 공장을 유치하려는 것처럼 각 국가도 이제는 직접 해당 국가에 공장을 유치하고, 생산 물량을 늘려가는 시대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리 먼저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앞세워 '61:5'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가 대응하기 위해 기업 노사는 어떤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불공정 FTA 논리는 기준점이 다른 것이어서 억지로 치부하기도 쉽지 않다. '369:79'의 수출 증가율이 '61:5'라는 수출량 논리를 누를 수 있도록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