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고] 트럼프의 통상압박 한국의 대응은

Shawn Chase 2017. 7. 3. 20:38

입력 : 2017.07.03 17:36:53   수정 :2017.07.03 19:22:04


북핵, 사드, 동맹관리, 통상 등 한미 간 굵직한 현안을 안고 예측 불가능한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마주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압감은 예상을 넘어선 환대로 크게 덜어졌다.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며 백악관 사적 공간까지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신 협상의 달인답게 여러 요구사항을 늘어놓았다. 조율된 공동성명과 별도로 대북 제재 압박을 강조하고, 방위비 분담 증액, 무역적자 시정을 요구하였다. 이 중 문 대통령이 받아 온 가장 큰 숙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무역 문제 즉, 불공정 협정(rough deal)이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포함한 통상압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 실패로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노동자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을 정치 쟁점화하는 데 성공해 이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대이변을 이끌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워싱턴은 번영을 누렸지만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공장은 감소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제품을 구입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도록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따라서 트럼프 통상정책은 단순히 자국 기업의 무역과 투자 환경을 지원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미시적 수준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확보, 노동자와 중산층의 회생,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란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거시 전략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정책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선으로서 다루고 있으며, 지난 3월 31일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 실태와 원인, 처방을 담은 보고서를 90일 이내 제출하라는 행정명령에 이어 4월 29일 한미 FTA를 포함한 기존 무역협정의 위반, 남용(abuse) 사례를 보고하라는 명령 등 이미 4개의 통상 관련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단순히 국내 정치적 수사 차원의 돌발 발언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은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시작하였으며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 이후 대안으로 일본과 양자 FTA를 위한 물밑 협상에 나서고 있어서 당장 한미 FTA 재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협상을 위한 협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본격적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첫째, 미국의 공정무역 공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조만간 행정명령에 따른 무역적자 실태 보고서에 근거하여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 유정용 강관 덤핑 등 향후 제기될 분쟁에 대해 한국은 정밀한 시장 검증과 정교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는 한편 기본적으로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을 견지하겠다는 자세로 공정무역 공세를 넘어야 한다.

둘째, 미국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본격적으로 들고나올 경우 한국은 전반적 재협상이 아닌 부분협상으로 프레이밍(framing)하여 대응해 가야 한다.


한미 FTA 실시 5년간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은 협정 자체에 기인하기보다는 그간 양국의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환경 변화에 따른 협정의 갱신(update)과 개선(upgrade)을 통해 양국 간 무역이익의 축소균형이 아닌 확대균형을 지향하는 전향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문재인정부는 `이익의 균형`론을 넘어서 아태지역의 개방적, 자유주의 통상질서 재건을 위해 `반(反)보호주의` 수호라는 원칙론, 명분론을 주도하는 지역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서가 트럼프 정부가 주창하는 `자유, 공정, 상호적 무역(free, fair, reciprocal)`과 모순되지 않음을 설득하고, 결국 미국이 아태지역 자유주의 경제권에 재편입하도록 지역통상 아키텍처 설계도를 마련해야 한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