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文-트럼프, '3라운드'로 이어진 '악수 대결' 승자는?

Shawn Chase 2017. 6. 30. 18:5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7시 백악관 현관 앞에 부인 멜라이나 여사와 함께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벼운 악수를 나누며 미소를 지었다.
첫 대면은 ‘가벼운 악수’로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보인 ‘악수 외교’의 장면이다.
 
<1라운드>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상견례 및 만찬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에 손을 올렸다. 김성룡 기자

<1라운드>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상견례 및 만찬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에 손을 올렸다. 김성룡 기자

싱거운 듯 보인 ‘악수 전쟁’ 와중에도 두 정상간의 미묘한 공격과 방어가 이어졌다. 선공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왼손으로 문 대통령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왼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을 잡아 응수했다. 그리고는 문 대통령은 리셉션 장소로 입장하기 전 돌아서 두차례 취재진에게 오른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여유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을 흔드는 문 대통령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2라운드>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라운드>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탐색전’을 거친 본격 ‘악수 대결’은 백악관 리셉션과 만찬장에서의 ‘2~3라운드’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셉션장에서도, 만찬 테이블에 앉아서도 문 대통령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번 모두 문 대통령의 손을 꽉 잡았다. 문 대통령의 표정과 반응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손을 세게 잡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매번 웃음으로 반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손을 놓고 정면을 응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격한 악수’는 정상회담 전 기세를 잡기 위한 트레이드 마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초 가까이 손을 꽉 잡혀 진땀을 뺏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악수는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3라운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3번째 악수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3라운드>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3번째 악수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트럼프의 악수 외교에 지지 않으려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에 어깨를 맞잡고 버텼고, 40세로 젊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히려 더 세게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잡고 흔들며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단독]文 대통령 방미외교의 숨은코드는 '바이(Buy)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에 ‘숨은 코드’가 있다. ‘바이 어메리카(Buy America)’에서 진화한 ‘바이 트럼프(Buy Trump)’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에 대한 집중투자 전략을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 주요 간담회에 참석,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 주요 간담회에 참석,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 방미의 숨은코드는 '바이 트럼프'
'탄핵 위기' 트럼프 지지 지역 집중투자
"트럼프 달랠 핵심은 '돈'과 직결된 일자리"
트럼프, 미국 언론에 "한국, 에너지 사게될 것"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는 52개 국내 기업이 수행단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29일 “향후 5년간(2017~21년) 미국에 128억 달러(14조6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기적으로는 연임이 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일정과도 겹친다.
 
순방단에 합류한 한 인사는 30일 본지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전 방미 이후 재계 수행단의 성격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에 집중투자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지역은 대부분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라고 불리는 트럼프 지지 성향의 주(州)에 집중돼 있다. 투자의 목적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 김성룡 기자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3억8000만 달러 규모의 가전공장을 설립한다. 삼성전자의 사상 첫 미국 가전공장이 들어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백인 노동자’ 중심의 공화당 지지 지역이다.
 
29일 문 대통령과 상원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이 지역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삼성의 투자 결정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억 달러가 추가투자될 삼성의 반도체 공장은 공화당의 본산인 텍사스주의 수도 오스틴에 있다. 텍사스의 상원의원인 존 코닝은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다.
 
 
삼성전자 미국 세탁기 공장

삼성전자 미국 세탁기 공장

익명을 원한 수행단 인사는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를 넘기고 4년 뒤 재선을 하려면 지지층의 총결집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과 직결되는 일자리를 확실하게 제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방미 기간 테네시주에 2억5000만 달러짜리 가전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LS그룹이 3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부품공장을 만들겠다고 밝힌 지역 역시 미국 남부지역이다. 모두 대표적인 레드 스테이트다.
 
현대자동차는 31억 달러를 투자해 앨라배마 공장의 미래 자동차 개발 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이곳은 트럼프 정부의 실세인 제프 세션스(71) 법무장관의 지역구다. 그는 인종 차별성 발언으로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고도 트럼프 정부의 첫 법무장관이 됐다.
 
미국 현대차 매장과 앨라배마 공장 전경.

미국 현대차 매장과 앨라배마 공장 전경.

 
경제계에선 “문 대통령이 구상한 ‘트럼프 맞춤형’ 미국 투자 계획의 핵심은 셰일가스 개발”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는 SK그룹이 나섰다.SK는 5년간 미국 에너지 산업에 4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K가 진행하고 있는 셰일가스 광구와 셰일을 액화해 만든 LNG(액화천연가스) 생산 시설은 공화당 강세지역인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에 있다. 일각에선 “셰일 채굴 지역인 미국 남부 지역과 별도로 북부의 백인 노동자 밀집 지역에 LNG 액화 공장이 추가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대선 결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레드 스테이트'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기업들은 이번 방미 기간 레드 스테이트에 대규모 일자리 창출 투자를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래픽=CNN

지난해 11월 미국의 대선 결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레드 스테이트'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기업들은 이번 방미 기간 레드 스테이트에 대규모 일자리 창출 투자를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래픽=CNN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1호 법안’으로 제시한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의 상원 표결을 앞두고 여당 내부의 반대파에 막혀 표결을 미룬 상태”라며 “이들을 설득할 긴급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상원은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8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전원 반대입장을 낸 가운데 공화당 의원 6명이 동참한 상태다. 반대파 의원들은 셰일 가스 산지인 텍사스의 테드 크루즈 의원을 비롯해 대부분 미국 남부에 집중돼 있다.이번에 한국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한 곳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대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트럼프 정부는 위기를 맞게 돼 있다. 트럼프로서는 한국식 ‘지역 예산 폭탄’이라도 투하해야할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셰일가스가 국적선에 선적되는 모습

미국산 셰일가스가 국적선에 선적되는 모습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해온 한 인사는 “기업가이자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 못지 않게 문 대통령 역시 이번에 협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딜 메이커(Deal Maker)’가 되기 위해 준비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文 대통령, 비빔밥 준비한 트럼프에게 "나도 가짜뉴스로 고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미국 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무역’에 대해 논의할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김성룡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문 대통령 내외와의 공식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북한과 무역 및 다른 복잡한 문제에 대해 토론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날 만찬이) 저녁 늦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을 모두 존경한다”며 “문 대통령의 굉장히 멋진 승리(great victory)에 대해 축하드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이들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는 (문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럴 줄 알았다”며 “그래서 아주 큰 축하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은 문 대통령의 도착 장면까지 언론에 공개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만찬이 시작될 때까지의 취재를 허용했다. 백악관이 만찬장 모두발언을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백악관은 이날 문 대통령 부부를 예우해 겨자를 바른 생선(Dover Sole) 구이와 함께 비빔밥을 메인 메뉴로 준비했다. 쌀은 미국 캐롤라이나산(産)을 사용해 만들었다. 와인은 캘리포니아산 화이트ㆍ레드 와인이 올랐다.
 
이날 오후 6시에 시작된 상견례와 만찬은 예정했던 1시간 30분을 35분여 넘긴 8시5분까지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 시작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등 참석자들과 함께 관계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 시작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등 참석자들과 함께 관계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도 대선 때 가짜뉴스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내 주류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비난해 왔다.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인 이날 오전에 트위터에 MSNBC 아침 방송 진행자들을 겨냥해 “시청률이 형편없는 ‘모닝 조’가 나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더는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IQ(지능지수)는 그렇게 낮나”라고 적었다. ‘사이코’라는 격한 표현까지 썼다.
‘가짜뉴스’를 언급한 문 대통령의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며 공감을 표했다.워싱턴=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