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재인 대통령 “장진호 용사 없었다면 저도 없다”

Shawn Chase 2017. 6. 30. 07:27

문병기 기자 입력 2017-06-30 03:00수정 2017-06-30 03:42

[문재인 대통령 訪美 첫날]문재인 대통령, 전투碑 찾아 혈맹 강조

           

장진호 전투 참전했던 노병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 이병으로 참전한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시 국립해병대박물관에 설치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둘러보고 있다. 콴티코=AP 뉴시스


“제 어머니가 피란 도중 미군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 한 알씩을 나눠줬다고 합니다. 그 따뜻한 마음씨가 늘 고마웠습니다.”

28일(현지 시간) 햇살이 내리쬐는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시의 국립해병대박물관에 설치된 장진호 전투 기념비 양쪽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미 해병대 깃발이 나란히 걸렸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을 찾아 태극 모양 화환을 헌화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사탕 한 알’의 고마움을 전했다.

장진호 전투는 한미 동맹이 ‘혈맹’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된 미 해병 1사단이 2주간의 전투 끝에 극적으로 철수에 성공했다. 미국 전쟁사에는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기록돼 있다. 미 해병대가 희생을 감수하며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키는 동안 주민 9만여 명이 피란한 ‘흥남철수’가 성공할 수 있었다. 이때 흥남에서 철수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문 대통령의 부모가 타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저의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 급박한 순간에 피란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 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본인의 가족사를 앞세우면서 끈끈하게 이어져 온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감성적으로 호소한 것이다. 연설 도중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미국 노병들이 눈물을 흘리자 문 대통령은 잠시 연설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사령관도 기념사에서 “한미 양국의 해병대는 형제와 같다. 부르면 우리는 언제든 달려가겠다”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외쳤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40분으로 계획됐던 이날 행사는 1시간 1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에 이등병으로 참전했던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 등 기념식을 찾은 장진호 전투 및 흥남철수 관계자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누면서 예정됐던 시간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에게 고개를 90도 가까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모도 탔던 흥남철수 배… 당시 항해사가 직접 찍은 사진 선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흥남철수 당시 피란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 1등 항해사 로버트 루니 제독(가운데)이 선물한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콴티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어 흥남철수에서 문 대통령의 부모를 포함한 1만4000여 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탈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였던 로버트 루니 제독을 만나 그가 직접 찍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사진을 선물로 받았다. 문 대통령은 사진을 가리키면서 “갑판 밑 화물칸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며 “제겐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라고 고마워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참전자가) 이제 50명도 채 안 남았다는데 오래 사셔서 통일된 한국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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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MainTop/3/all/20170630/85131411/1#csidx8b040f92ceca37d922ff30762c4ff3f



[사설]文대통령 “韓美는 혈맹”… ‘잉크 쏟아진’ 사드로 얼룩져서야

동아일보입력 2017-06-30 00:00수정 2017-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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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70629/85130936/1#csidxc0a2e96cdf2e76a9975fe866f255685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방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참전 미군의 희생 덕분에 월남이 가능했던 피란민의 아들로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에 보낸 헌사였다. 문 대통령의 동맹외교 첫걸음은 이에 대한 미 해병대사령관의 “같이 갑시다!” 화답으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오늘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정책 방안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건설적인 논의를 하자는 선에서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방미에 동행한 경제인단 52개 기업은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40조 원가량의 투자를 하겠다는 선물보따리를 안겨주면서 미국 측의 요구 수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대북 대화의 문턱을 ‘북핵 동결’로 낮추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대북 압박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미국행 비행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동결 약속 및 도발 중단을 대화의 입구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대화의 출구로 삼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핵 폐기를 검증하는 2단계 비핵화 해법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게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미국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보였으나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말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우리의)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합의를 해낼 수 있다면 긴밀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락을 깔았다. 한미 정상회담마다 의례적으로 나오던 ‘찰떡 공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사드 배치 여부다. 일단 상호 이해의 토대 위에서 건설적 논의를 계속하자는 선에서 이견을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 관계자는 사드와 관련해 “엄청난 잉크가 쏟아졌다(많은 글들이 써졌다는 뜻)”며 주요 의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이견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동맹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상위 관계다. 하지만 공동의 이익이 없다면, 상호 갈등을 조율해내지 못한다면 하루아침에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 60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도 이제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피로 맺은 한미동맹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역사와 연대감에 기초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동맹의 역사를 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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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70629/85130936/1#csidxae280b5e389bd61ab52336d5107980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