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레드라인 넘어선 안돼” “그러면 대북정책 자율 상실”

Shawn Chase 2017. 6. 27. 08:12
[중앙일보] 입력 2017.06.27 02:42 수정 2017.06.27 03:37

[출처: 중앙일보] “한국 레드라인 넘어선 안돼” “그러면 대북정책 자율 상실”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의 사회로 열린 세 번째 세션의 주제는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국면’이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모두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각론에선 조금씩 달랐다. 다음은 주요 발언.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국면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겸 한국 석좌=한국은 지난 7개월간 민주주의를 지켰지만 북한은 미사일로 도발하고 중국은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을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한다. 한·미는 핵심적 현안에서 일치하는 게 많다. 트럼프 대통령도 조건이 맞다면 북한과 대화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일방적 행동은 안 된다. 현재 국제적 제재를 거스르는 무조건적 지원이나 원조를 해선 안 된다. 북한에 당근을 줘도 한국의 안보나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 교수=현재 국정기획위 외교안보 분과에 있지만 개인 견해를 말하겠다.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은 단계론적 접근이다. 북핵의 고도화가 우선 중단된 뒤 비핵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만을 앞세우고 모든 걸 걸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수 있다면 한·미 동맹, 한·중 협력, 한·미·중 협력, 남북 관계 속에서 최소공배수를 찾아야 한다. 빅터 차 석좌가 말한 레드라인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한국의 대북정책은 자율성을 거의 상실할 수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적 차원의 영유아 지원은 남북 대화의 마중물이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중단된다면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박명림 연세대 교수=오늘(1953년 6월 26일)은 이승만 대통령과 월터 로버트슨 국무차관보 간 한·미 상호방위조약 협상 회담이 열린 첫날이다. 한·미 동맹은 냉전시대와 탈냉전시대에서 가장 성공적인 안보 동맹이었다.
 
▶캐슬린 스티븐슨(전 주한대사)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선임연구원=양국이 시야를 넓혀야 한다. 북핵 문제는 국제 문제지만 미국에선 국내 문제이기도 하다.
 
홍석현 이사장 “문 대통령, 진심 담아 방미 준비”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찬 연설을 통해 부친이 6·25전쟁 당시 피란민이었다는 점을 소개하며 “당시 용기 있는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우리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오찬엔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대사,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전직 주미대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만난 홍 이사장은 건배사에서 “문 대통령은 진심을 담아 방미를 준비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더 강력한 한·미 동맹과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차세현·정효식·이철재·유지혜·윤설영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강경화 “문 대통령, 사드 철회할 생각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면 사드에 대한 한국민의 지지는 더 강력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강경화, 첫 정책연설서 밝혀
“한·미정상회담 논의 핵심은
북핵 확장억제협의체 포함
외교·국방 2+2 회의 제도화”

강 장관은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오찬사에서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동맹으로서 사드 문제는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계속 협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날 오찬사는 강 장관의 취임 후 첫 공개 정책연설이었다.
 
강 장관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비롯한 한·미 외교·국방 당국 간 ‘2+2’ 회의의 제도화가 28~29일 개최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 논의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방어 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설리번 “트럼프, 문 대통령과 사업할 만하네 생각하면 성공”



2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3세션 모습.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국면’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테이블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현 동국대 교수,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 [김경록기자]

2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3세션 모습.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국면’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테이블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현 동국대 교수,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 [김경록기자]

첫 세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의 접근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회를 맡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우리가 처음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려고 한다면 전혀 진전이 없을 수 있다. 핵 동결을 비핵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핵탄두를 소유한 북한이 더 도발적 행태를 보인다면 한국은 심각한 위협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한·미가 이런 상황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
“북 핵동결이 비핵화 출발점 돼야”
“트럼프, 전통적인 미국 정책 이어가”
“문 대통령, 과거 진보정부와 차이”

▶존 햄리 CSIS 소장 및 CEO=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대외정책에 대한 발언을 많이 했지만 실제 행동은 전통적인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동맹국과의 우호관계 유지에 있어 변함이 없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 한·미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는 공감대가 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남북 평화를 달성하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과거 진보정부의 무조건적인 대북 관여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와 정치의 분리 ▶한·미 동맹 우선시 ▶북한 붕괴론 및 흡수통일 포기를 ‘스마트한 대북 포용 전략’의 핵심 원칙으로 삼을 것이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비핵화의 전통적 정의를 지금 바로 달성하기는 힘들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핵 동결 뒤 핵 폐기라는 2단계 해법,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임혁백 “사드, 중국 들여다봐” 햄리 “그들 선전에 설득당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해 오찬 연설을 했다. 왼쪽은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김성룡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해 오찬 연설을 했다. 왼쪽은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김성룡 기자]

26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각 세션마다 빠지지 않은 논의 주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과 한·미 동맹 관점이었다. 먼저 1세션에서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겸 CEO와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모든 세션서 뜨거웠던 주제, 사드
그린 “중국, 사드 반대 성공한다면
금수카드로 한국 계속 흔들어댈 것”
이희옥 “중 관료들은 출구전략 고민”
정재호 “주석 결정, 관료가 뒤집겠나”

임 교수가 “사드는 한국·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중국의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임 교수는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 안보 이해관계를 위협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타협이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햄리 소장은 “교수님께서 중국의 프로파간다(선전)에 설득당하신 것 같다”면서 “사드 레이더는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중국을 향하지 않는다. 사드가 중국의 미사일 역량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중국이 한국을 공격하는 경우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재 사드 레이더가 중국 본토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 지만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향후 미국이 더 발전된 장비를 배치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2세션 ‘제19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의 외교정책’에서는 중국의 사드 압박에 대한 한·미 동맹 차원의 해법에 논의가 집중됐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은 “사드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이 한국의 방위 조치를 반대한 첫 사례”라며 “중국은 이게 성공하면 한국 기업 금수 조치 카드로 한국의 정책을 계속 거부할 것이어서 사드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역 내 어떤 안보동맹도 인정하지 않는 동아시아 중화주의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시진핑 국가주석 개인의 한반도 관점과 중국 관료집단의 인식에는 갭이 있는 것 같다”며 “관료집단 사이에선 사드 출구전략 논의가 있었지만 리더십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시 주석은 북핵 문제는 미·중 협력으로 풀 수 있지만 사드는 북핵과 분리된, 중국의 전략적 균형을 깨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에서 ‘주석실에서 자꾸 사드에 대해 제동을 건다’고 하지만 중국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주석의 결정을 관료가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느냐는 점에서 단순한 레토릭이라는 의심도 있다”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도 “최근 중국 방문에서 외교부와 학자들은 사드 반대가 한국의 반발을 불러 중국 국익에 안 좋기 때문에 조용히 수용하려 했는데 한국의 대선 상황이 전개되면서 강경 세력이 고개를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재호 교수는 “한·중 관계 개선에 왜 우리가 조급해야 하는지 정당화가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사드 협상단을 보내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들이 잘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옥 소장은 “중국 진출 기업들은 사드 배치 이전부터 경쟁력 위기를 겪고 있었다”며 “중국은 사드 문제를 군사안보 차원과 함께 심화되고 있는 한·중 경제 경쟁이라는 2차원(투 레벨)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이젠 한·중 관계를 양자가 아닌, 국제관계나 지역 문제 틀에서 보기 때문에 사드 문제가 해결돼도 과거의 좋은 한·중 관계로 되돌아가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도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홍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국내 권력을 강화하고 자기완결적 시장구조를 갖추며 대외정책을 공세적으로 가져가면서 중국의 불안정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와 비슷하게 대국주의를 표방한 중국도 차이니즈 드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사드와 관련, “미국은 냉전 시기 쿠바 미사일 위기와 서독의 퍼싱2 단거리 핵미사일 배치 위기 때 소련과 협상을 통해 이를 풀었다”며 “미·중 간 직접 대화·협상의 채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차세현·정효식·이철재·유지혜·윤설영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