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인 대통령 트럼프와 만난 저장상인 마윈의 고공마케팅

Shawn Chase 2017. 1. 12. 13:24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 2017.01.12 07:26 | 수정 : 2017.01.12 11:17

마윈, 알리바바 국제화 위한 해외정상 마케팅 연장선...미국 100만개 일자리 창출 약속
트럼프, “가장 위대한 일자리 창조자될 것”...시진핑, 다보스포럼서 트럼프측과 회동할 듯 

“마윈(馬雲)이 알리바바를 갖고 미국에 간 건 트럼프에 조공(朝貢)하러 간게 아니라 (사업)확장을 위해 간 것으로 보인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9일 만남을 두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이같이 논평했다. 알리바바의 주력사업인 소매유통업을 내수 위주에서 글로벌 구조로 바꾸기 위한 행보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40분가량 마 회장을 면담한 트럼프 당선인은 면담 직후 마 회장과 함께 1층 로비로 내려와 기자들에게 회동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잭(마윈)과 나는 오늘 훌륭한 미팅을 했다. 잭과 나는 대단한 일을 할 것이다.잭은 미국을 사랑하고, 중국을 사랑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가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마 회장은 “트럼프가 매우 총명하고 경청하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호평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서로 극찬하며 신뢰를 쌓는 마 회장의 정상외교 전략이 떠오르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둘이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둘이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이번 회동에서 미국의 소기업이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미국에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 참석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마 회장의 회동을 떠올리게 한다. 

조코위 대통령은 작년 9월2일 마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에 5600만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인도네시아 중소기업들이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통해 중국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 회장과 트럼프의 만남은 해외 정상들과 자주 접촉하는 마 회장의 고공마케팅은 물론 오는 20일 미국의 신정부 출범후 격돌할 것으로 예상돼온 미국과 중국간 소통 강화를 예고하고 ▲ “신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생산자”가 될 것이라며 기업을 압박하는 트럼프식 일자리 창출법도 조명하게 한다. 

◆정상들과 만나 해외시장 개척하는 마윈식 고공마케팅 

중국 인터넷 검색사이트 바이두에 ‘마윈과 각국 정부요인’을 검색어로 치면 나오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해외정상들과의 교류 사진 /바이두
 중국 인터넷 검색사이트 바이두에 ‘마윈과 각국 정부요인’을 검색어로 치면 나오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해외정상들과의 교류 사진 /바이두

2014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는 이듬해인 2015년 야심찬 장기 비전을 발표한다. 향후 10년내 거래액 10조위안(약 1700조원)을 달성하고, 이 가운데 40%를 해외에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20억소비자에게 서비스하며 1000만개 기업의 생존과 성장 및 발전에 도움이 되고, 전세계에 1억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세계에 (주문후)72시간내 배달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마 회장은 그해 6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미국에 당근을 던지며 시장 진출 의지를 확인한다. 

“서방에 있는 소기업을 동방의 가장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과 연결시키길 원한다. 중국이 미국 중소기업의 다음 희망이 될 것이다. 중국의 중산층은 미국 인구(3억명)에 상당한다. 거대한 시장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알리바바는 미국 전자상거래 자회사 11메인을 온라인 오픈마켓 ‘오픈 스카이’에 매각해야했다. 아마존과 이베이가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서 고전한 탓이다. 

알리바바는 작년 3분기 전자상거래 매출 가운데 10% 정도를 해외에서 올렸다. 마 회장이 해외 정상들과 자주 접촉하는 것은 알리바바의 국제화를 위해서라는게 중국 경영잡지 중국기업가의 분석이다. 

상인 대통령 트럼프와 만난 저장상인 마윈의 고공마케팅

조선비즈가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이후 보도된 내용을 조사한 결과, 최근 2년여에 걸쳐 마 회장이 해외정상과 접촉한 것은 모두 20차례에 달했다. 지난해 개헌안 부결로 사퇴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3차례로 가장 많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등 3명의 정상은 마 회장과 각각 두차례 회동했다. 

해외매출 비중을 절반 가까이 끌어올리는데 미국 사업의 성패는 관건이 된다. 지난해 1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짝퉁 상품 거래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이유를 들어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를 ‘악명시장(Notorious Market)’ 리스트에 다시 올렸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중국산에 45%의 고관세를 물리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게 현실화돼 미중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최대 피해자중 하나가 알리바바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 회장이 직접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에 나선 배경이다. 트럼프가 중시해온 일자리 창출을 파고든 것이다. 마 회장은 40분간 트럼프와의 만남을 끝낸 후 기자들에게 “미국의 100만개 소기업이 더 많은 미국 상품, 특히 중서부 지역의 농산품을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통해 중국에 파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CNN머니는 그러나 마 회장의 일자리 창출 약속을 대형 투자 계획도 없는 공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머니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지난해 7000여개 미국 브랜드가 150억달러어치의 상품을 팔았다며 이는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행사 하루 매출 178억달러에 못미친다고 전했다. 특히 마 회장이 알리바바 플랫폼에 끌어들이겠다고 공언하는 100만개 미국 브랜드는 지금의 142배 수준이다. 

하지만 알리바바 대변인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1만5000개~2만개 중소기업과 이와 관련된 회의를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로서는 작년(1~11월) 3193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낸 중국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약속이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최영진 한화투자관리유한공사 대표는 “미국 농업시장의 정보가 알리바바의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집중될 것”이라며 “데이터가 새로운 에너지가 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는 마 회장이 미중관계의 경색 국면을 해결한 영웅으로서 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다가서게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마 회장을 “모두가 원하는 교집합을 찾아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할 줄 아는 협상의 대가”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 첫 다보스포럼 참석...트럼프측과 첫 만남 가질 듯

홍콩경제일보는 마 회장이 트럼프와 만난 뒤 “미중관계는 강화돼야한다. 더 우호적이 돼야한다”고 한 발언을 들어 기업인의 발언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의 특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환구시보는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성공해 양국 경제를 더욱 긴밀히 연결하게 되면 양국 경제가 윈윈하는 최신 성공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마윈의 ‘민간외교’가 미·중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한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관방외교를 피하는 한 경로가 될 수 있다”(신경보)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가 USTR 대표로 내정한 로버트 라이시저, 신설되는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지명한 피터 나바로, 상무부 장관으로 선정한 윌버 로스는 모두 대중 강경파로 분류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기에도 지속된 미국과 중국간 무역마찰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는 앞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마 회장과 트럼프의 만남은 이 같은 배경속에서 이뤄졌다. 미중간 소통이 절실한 때 중국을 상징하는 기업인이 나선 것이다. 때 마침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이 17~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 참가하면서 트럼프측과 첫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의 국가주석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11일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 관련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측과 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며 회담(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리 부부장은 “중국은 포럼의 모든 참가자측과 의견을 교환할 의향이 있고, 양자 회담이 논의되고 있다”며 “양측이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회담을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참석한다. 트럼프 측에서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전 사장과 정권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펀드매니저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지난해 12월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 정부 백악관 외교 안보 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을 만났다. 

마 회장은 중국 최대 쇼핑몰 개발업체 완다(萬達)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 등 다른 재계 인사들과 함께 시 주석을 수행한다. 

 트럼프 “신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생산자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LVMH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LVMH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블룸버그

트럼프가 마 회장과 함께 트럼프타워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눈 뒤 마 회장을 배웅한 9일. 비슷한 장면이 또 연출됐다. 무대는 같고 상대 기업인만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프랑스업체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CEO)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르노 CEO도 회동 이후 “미국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 9일 트럼프와 만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같은 장소에서 트럼프와 함께 서서 기자들에게 500억달러를 투자해 5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CNBC는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와 함께 폭스콘이 명기돼 있는 투자계획서를 보여줬다며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타워를 무대로 한 ‘일자리 창출 쇼’는 20일 대통령 취임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 대선 승리 이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수주동안 기업들이 중서부 지역에 공장을 짓겠다는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신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생산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한 뒤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해 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한 뒤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해 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문제는 트럼프가 압박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포드가 16억달러를 들여 멕시코 공장을 세우려는 계획을 접고, 7억달러를 투자해 미시간주에 전기차 등의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경선이 진행되던 작년 9월 포드가 소형차 생산공장을 모두 멕시코로 옮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는 11일 기자회견에서 포드 등을 예로 들면서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제너럴모터스(GM)도 따라오길 바란다”고 또 압박했다. 

트럼프는 또 지난 5일 트위터에 도요타가 미국이 아닌 멕시코 바하(Baja)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 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생산 차량을 미국에 수출할 때 엄청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급기야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9일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압박을 통한 전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각종 수단을 동원해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회귀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0467.html?right_key#csidx0925fd47e2dc187828154c2dfa640c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