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우주로 뻗는 中 화성도 밟을까

Shawn Chase 2016. 12. 6. 08:59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입력

2016.12.06 00:09



우주정거"美·러와 어깨 나란히" 중국의 '우주 굴기' 야심찬 청사진

2018년 세계 최초 달 뒷면 이어 2020년 화성 탐사 ‘거침없는 도전’

중국이 2030년까지 미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로 우주 굴기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3일 차세대 대형 운반로켓인 창정(長征) 5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창정 5호의 최대 발사 중량은 867t으로 중국이 발사한 로켓 가운데 최대이며 운반능력이 가장 뛰어나다. 지난 6월 발사에 성공한 창정 7호와 함께 중국의 우주 탐사에 주력을 담당한다.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세계 최초로 ‘X선 펄서 항행위성’(XPNAV-1) 발사에 성공했다. 이 위성은 수소 원자시계보다 주기성이 1만배 이상 안정적인 펄서(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의 X선 신호를 탐지해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에 활용한다. 지난 10월 17일 징하이펑(50)과 천둥(38) 두 우주인은 여섯 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를 타고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로 날아갔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한 달간 우주실험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우주정거장 실험에 나선 두 우주인에 열광하는 中


“징하이펑 아저씨 생일을 축하합니다. 자시더레이.”

티베트(시짱·西藏) 자치구 라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가쑹줘마양은 장래 희망이 우주인이다. 징하이펑이 50회 생일을 맞은 지난 10월 24일 우주로 그림 메시지를 보냈다. 자시더레이는 티베트말로 ‘행운을 빈다’는 의미다.

신화통신은 중국소년선봉대와 함께 ‘우주인 징하이펑에게 생일축하 메시지 보내기’ 행사를 마련했다. 열띤 호응으로 1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징하이펑과 천둥은 톈궁 2호에 머물며 신화통신 우주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주 일기를 쓰기도 하고 독자들의 다양한 궁금증도 풀어줬다. 징하이펑은 선저우 11호에서 톈궁 2호로 진입한 날 보낸 첫 번째 일기에서 “톈궁에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1호도 좋았는데 톈궁 2호는 더 안락하다”고 전했다. 우주 식사를 궁금해하는 누리꾼에게는 “첫날 밥과 국수를 데워 놓았는데 먹는 걸 까먹었다”면서 “저녁은 푸짐하게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우주 첫 경험인 천둥은 “처음에는 걷고 움직이는 것마저 생각처럼 되지 않더니 징 선배 도움으로 적응돼 이제는 무중력 상태가 점점 재밌게 느껴진다”고 근황을 전했다. 외계인을 봤느냐는 꼬마의 귀여운 질문에는 “아직 못 봤지만 나도 정말 외계인스럽고, 특별한 외계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중국 유인 우주사업 지휘센터를 방문해 두 우주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무사 귀환을 당부하기도 했다.

2022년 우주정거장 가동 목표를 향해 날고 있는 중국


중국은 2011년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를 발사했다. 텐궁 1호는 1630일 동안 우주에 머물면서 선저우 8호, 9호, 10호와 도킹해 우주정거장 운영에 필요한 도킹 기술을 확보했다.

톈궁 2호는 우주정거장 구축 작업이 본격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이번 톈궁 2호에 도착한 우주인들은 오랜 기간 우주 공간에 머무는 체류 훈련과 함께 각종 실험을 담당한다. 중국은 내년 상반기 화물 우주선 톈저우(天舟) 1호를 발사한다. 톈궁 2호의 우주정거장 실험에 필요한 각종 물자와 부품을 보급하는 기능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토대로 중국은 2022년을 전후해 20t급 우주정거장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인민일보는 최근 “과거 중국을 배제하고 여러 나라가 공동 건설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2024년까지 운용된다”면서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우주정거장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세계 최초로 달 뒷면 탐사 나서는 중국


2007년 10월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1호를 발사한 중국은 2020년 완성을 목표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달 탐사 프로젝트는 달 궤도를 도는 1단계 요(繞), 달에 착륙하는 2단계 낙(落), 달에서 각종 자료를 가지고 지구로 귀환하는 3단계 회(回)로 이뤄져 있다. 중국은 2013년 12월 세계에서 3번째로 달 탐사선 창어 3호를 달에 착륙시킨 데 이어 2014년 11월에는 달 탐사위성의 지구귀환 실험에도 성공했다. 이미 3단계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달 탐사로봇 위투(玉兎·옥토끼)는 972일이란 세계 최장 달 탐사기록까지 세웠다.

중국은 또 다른 세계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중국은 2018년 창어 4호를 발사해 달 탐사선으로서는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달의 뒷면은 중력과 자전 주기 등의 이유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다. 1959년 구소련 루나3호가 달 뒷면 사진을 전송하면서 처음 공개됐지만 실제 탐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항상 신비로운 공간으로 남아 있다.

중국은 2020년 7월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탐사선은 7개월 동안 4억㎞를 날아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에 맞춰 화성에 착륙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인도가 화성에 탐사선을 보냈지만 안착시켜 탐사를 벌인 나라는 미국뿐이다. 중국은 2011년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으나 궤도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의 또 다른 우주 굴기… 베이더우와 톈옌


우주 개척 외에 중국의 거침없는 우주 굴기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과학·통신 분야다. 중국은 자체 위성 항법 시스템인 베이더우(北斗) 서비스를 확장하며 미국이 운영하는 위성위치확인 시스템인 GPS에 도전하고 있다. GPS와는 별도로 함정 군용기 미사일 등 무기 시스템 운용과 민간 선박 및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000년 처음으로 중국과 주변을 대상으로 시작된 베이더우 서비스는 베이더우 위성 23기를 발사하며 2012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확장됐다. 2020년까지 총 35개 위성으로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는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은 하늘을 보는 거대한 눈이라는 뜻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을 지난 9월 가동하기 시작했다. 직경 500m의 톈옌은 축구장 30개를 합한 25만㎡ 면적에 총 46만개의 반사 디스크가 덮였다. 300m 규모의 미국 아레시보 천문대 망원경보다 두 배 정도 크고 수신 감도도 2.25배 높다. 199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테일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 과학계에서 중국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우주 개발의 무기화 우려에 긴장하는 미국


중국은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듬해 마오쩌둥은 인공위성 개발을 지시했고 ‘중국 우주과학의 아버지, 미사일과 로켓의 왕(王)’으로 불리는 첸쉐썬(1911∼2009)의 주도로 본격적인 우주 개발에 나서 우주항공 기술을 하나씩 확보하기 시작했다.

우주 굴기는 국제사회에 국력을 과시하고 국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첨단 핵심 산업으로서도 우주 분야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중국의 우주 개발이 군사적 측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선저우 11호의 임무 중에는 우주에서 핵잠수함의 동선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톈궁 2호에 안착시키는 과제가 포함돼 있다. 또 지난 8월 발사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모쯔(墨子)호를 비롯해 양자역학 응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중국 국영 방산기업은 100㎞ 범위의 스텔스 전투기 탐지가 가능한 양자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ASAT)이다. 중국은 2007년 노후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하며 능력을 과시했다. 이후에도 쉬쉬하며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중국의 인공위성 요격미사일 개발은 우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이론상의 우려가 아닌 현실적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