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IF] 火星에서 태어난 인류… 만나는 날 온다

Shawn Chase 2017. 1. 29. 22:11
  • 박건형 기자
  •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8/2016102801526.html



    입력 : 2016.10.29 03:00

    전세계 앞다퉈 火星 개발 경쟁… 우주 식민지 시대 열리나

    '아이언맨' 머스크의 도전
    2025년 有人 우주선 발사 계획 "100년내 100만명 이주시킬 것"
    공중급유 방식으로 연료 보충, 이동시간 80일→30일로 단축

    美·中·인도, 화성 땅 밟을 준비
    오바마 "2030년까지 인류 보내 생존 가능한 거주지 건설할 것"
    탐사 성공률은 현재 50% 미만 물·식량 등 수송능력 아직 부족

    진짜 '화성 주민' 된다면…
    지구보다 중력 적어 인체에 영향, 우주방사선으로 암 발생 확률 커
    장기간 우주여행으로 고립감, 공동생활서 겪을 갈등도 숙제


    "미래 인류는 자원이 고갈된 지구에서 멸종(滅種)하는 길, 화성(火星) 등 다른 행성에서 새 문명을 만들어내는 다행성종(多行星種·Multiplanetary Species)이 되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2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 무대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랐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머스크는 3000여 청중에게 믿기 힘든 계획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예전부터 "언젠가 수명이 다할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가 드디어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머스크는 "100년 내에 100만명을 화성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인류 역사상 지구 밖 땅을 밟은 것은 달에 갔던 아폴로 우주인들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훨씬 먼 화성행을 장담하는 머스크에게 전 세계는 비웃음 대신 환호를 보냈다. 화성 시대 개막을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화성 탐사 춘추전국 시대 개막

    인류가 화성을 바라본 것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원전 바빌로니아인들은 화성을 '위대한 영웅' 또는 '전쟁의 왕'이라는 의미의 '네르갈(Nergal)'이라고 불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56년 화성이 달 뒤로 숨는 현상을 보고는 화성이 달보다 멀리 있다고 주장했다. 1600년대 초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화성의 공전궤도가 타원임을 밝혔고, 1659년 네덜란드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화성의 검은 점(시르티스 메이저 평원)을 관측해 자전주기를 알아냈다.

    망원경의 발달로 지구 바로 옆에 화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화성인(火星人)에 대한 기대도 커져갔다. 하지만 직접 가보지 않고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1960년부터 1969년까지 옛 소련이 탐사선 9대를 보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미국이 보낸 탐사선 중 매리너 4호가 1964년 최초의 화성 근접 사진을 찍었고, 매리너 9호는 화성 궤도를 1년간 돌았다. 1975년 미국의 바이킹 1·2호는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1997년 로봇 탐사 시대가 열렸다. 미국의 패스파인더가 첫 주인공이었다. 이후 스피릿·오퍼튜니티·피닉스 등이 활약했고,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아직도 화성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화성 탐사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1998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일본·유럽·인도·중국이 18차례 화성 탐사를 시도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까지 뛰어들었다. 현재 화성 궤도에는 궤도선 6대가 돌고 있고, 화성 표면에도 로봇 2대가 움직이고 있다.

    민간 기업 가세로 기술 발전 빨라져

    지금까지 화성 탐사는 순전히 과학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됐다. 화성의 대기와 토양을 분석하고,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는 활동에 집중됐다. 이제 그 목적이 바뀌고 있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아예 거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화성 유인(有人) 탐사와 이주지 개척은 기존 우주 탐사와 비교하면 주인공까지 달라지고 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세운 블루 오리진 등 민간 기업들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단순히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막대한 돈을 투자해 로켓과 각종 기술을 개발할 리는 없다. 실제로 이들의 계획은 단순한 몽상가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 로드맵도 갖춰져 있다.

    머스크는 기존 우주 공학의 상식을 파괴하며 화성 이주용 신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화성 이주에 사용할 '화성 발사체(Mars Vehicle)'는 길이가 122m로 역사상 가장 큰 로켓이다. 알루미늄 대신 가볍운 탄소섬유를 이용해 만들어 연비를 높였다. 연료도 바꿨다. 메탄이다. 메탄 연료는 값이 싼 것 이외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화성에 있는 얼음과 이산화탄소로 제작이 가능하다. 머스크는 "화성 개척이 지속 가능하려면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해야 한다"면서 "메탄 연료는 화성에서 돌아올 연료를 직접 공급할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엔진인 '랩터 엔진' 개발도 성공적이다.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화성 발사체의 1단 로켓에는 랩터 엔진 42개가 들어간다. 현재 스페이스X가 위성 발사 등에 사용하는 '팰컨9' 로켓은 엔진이 9개다. 화성 발사체는 그보다 훨씬 더 무거운 화물과 더 많은 우주인을 지구 밖으로 데려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한 번에 100명을 실어나를 계획이다. 만화나 공상과학영화 속 '우주 전함'에 비견할 만한 규모이다. 머스크는 화성 발사체의 우주선에 레스토랑, 객실, 무중력 게임장, 영화관 등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전투기에서나 사용하던 공중급유(空中給油)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처음 발사된 로켓은 우주인을 태운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은 뒤 지상으로 돌아온다. 이어 다시 연료탱크를 싣고 올라가 우주선과 도킹해 연료를 보충해주는 식이다. 지상에서 싣고 갈 수 있는 연료는 제한돼 있는 만큼 연료 보충을 통해 더 빠르게 더 멀리 화성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런 기술들이 모두 개발되면 화성까지 30일이면 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최소 80일이 걸린다.

    미국·중국·인도 정부도 화성행 나서

    머스크의 독주를 막을 가장 강력한 후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항공우주 분야 전통적 강자인 보잉이다. 보잉 CEO인 데니스 뮬런버그는 이달 초 시카고에서 열린 회의에서 "화성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는 사람은 보잉의 로켓을 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CNN 기고를 통해 "NASA와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화성에 인류를 보내고, 먼 우주공간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거주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과 NASA는 현재 개발 중인 'SLS(Space Launch System) 로켓'이 가장 뛰어나고 안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SLS 로켓은 우주왕복선에서 검증된 엔진을 이용하지만, 훨씬 더 크고 강력하다. 기존에 추진제로 사용하던 등유 대신 액체수소를 이용해 같은 연료량으로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는 것.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최근 초대형 로켓인 '뉴 글렌'을 공개했다. 구체적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루 오리진은 뉴 글렌의 목표가 화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로켓 자체보다 다양한 안전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비상 탈출 시스템이 주목받는다. 블루 오리진은 이달 초 '뉴 셰퍼드' 로켓이 발사된 뒤 우주인들이 탄 캡슐 부분을 분리해 비상 탈출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캡슐은 점화 45초가 지난 뒤 고도 4.9㎞에서 분리돼 낙하산을 이용해 안전하게 지상에 착륙했다. 지금까지 로켓이 발사된 뒤 문제가 생기면 모두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로켓 사고가 발사 직후 폭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주인들의 목숨을 담보할 새로운 생명줄이 생긴 것이다.

    독자적인 우주 개발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도 화성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 7월 이전에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화성탐사선 발사 경험이 있는 인도와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 등도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 화성은 아직 먼 얘기이다. 2018년 달 궤도선, 2020년 달 착륙선에 이어 2030년 화성 무인(無人) 탐사선을 발사한다는 대략적인 계획만 있는 상태이다.

    지금까지 탐사 성공률 50% 넘지 않아

    하지만 화성 탐사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43번의 화성 탐사 프로그램 중 최종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경우는 18번에 불과하다. 모두 무인 탐사였는데도 성공률이 50%를 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목숨을 건 화성행에 도전할 사람이 있을까. 머스크는 "죽음을 각오하고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첫 화성 이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으로 가는 건 달과는 차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달까지 거리는 약 30만㎞로 왕복하는 데 현재 기술로 일주일이면 된다. 하지만 화성까지는 가장 가까울 때가 약 6000만㎞에 이른다. 현재 기술로는 가는 데만 80~200일이 필요하다. 특히 화성과 지구는 26개월을 주기로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이때를 놓치면 최대 600일을 화성에 머물러야 한다. 단순히 왕복이 아니라, 화성에서 살다가 와야 하는 것이다.

    NASA 연구에 따르면 우주인 6명이 화성 탐사를 하기 위해서는 식량과, 물, 산소 등 생명 유지 시스템의 무게만 최소 200t이다. 200t 무게를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리려면 지구 중력 및 대기권과의 마찰을 감안할 때 로켓은 1400t을 발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기술로 구현 가능한 수송 능력은 최대 550t이다. 머스크의 로켓이나 NASA·보잉의 SLS 모두 추가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무사히 화성에 도착하더라도 착륙이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빠른 속도로 화성으로 향한 우주선은 최대한 속도를 늦춰야 한다. 충분한 감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곧바로 화성 표면과 충돌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유인 우주선은 '에어로 캡처(aero-capture)'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우주선을 화성 대기에 직접 진입시켜 그 마찰을 이용해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현재 NASA는 화성 대기권에 유인 우주선이 진입할 각도를 정확하게 조정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 화성 대기를 분석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해결해야

    장기간 우주 여행은 인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몸이 위아래를 구별하는 방향감각에 문제가 생겨 우주 멀미가 생기고, 머리 쪽으로 혈액이 몰려 두통도 심해진다. 또 중력이 척추를 잡아당기지 않기 때문에 척추 간격이 늘어나기도 한다. 중력이 없어 심장박동이 일정하지 않아 부정맥이 생기고, 운동부족으로 뼈에서 칼슘이 한 달 평균 1% 줄어 골다공증도 나타날 수 있다. 우주 공간에는 의사가 없기 때문에 일단 질병이 생기면 치료도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주 방사선이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는 방사능을 띠고 있어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 화성 표면 역시 지구보다 우주 방사선의 영향이 훨씬 세다.

    지난 7월 미국 연구팀은 우주비행 경험이 있는 우주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두 배가량 심혈관 질환에 많이 걸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지구에서 고작 400㎞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다녀오는 것이 고작이었던 우주인보다 화성을 다녀오거나 화성에 살 사람들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우주 여행에서 생길 고립감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생활하며 겪게 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중요한 숙제이다. 2011년 러시아는 '마스(Mars) 500' 프로젝트를 통해 참가자 6명이 520일간 고립된 장치 안에서 살아가는 실험을 진행했다. NASA 역시 하와이 인근에 화성 환경을 모방한 돔 모양 구조물을 설치하고 과학자 6명을 상주시킨 뒤 이들의 심리 변화를 연구했다.

    머스크의 장 담대로 늦어도 2025년이면 화성을 밟는 우주인이 탄생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도전은 인류를 달로 데려갔고, 지구 밖에 정거장을 만들었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후 가장 큰 도약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은 지구가 아닌 화성에서 태어난 인류와 만나고, 더불어 살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8/20161028015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