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좁은 감방서 60명 포개어 잤다"

Shawn Chase 2016. 11. 22. 22:27

헬싱키(핀란드)=정경화 특파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2/2016112200219.html



입력 : 2016.11.22 03:00

핀란드서 탈북 여성 증언 세미나… 400명 참석, 北 인권 문제에 공감


"탈북 경험을 용기 있게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멀리 떨어진 헬싱키에서 제가 북한 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헬싱키의 한 대학생)

"북한 김정은 정권 아래서 2500만명 주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주세요." (탈북자 채설향씨·가명)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번화가에서 지난 17일(현지 시각) 열린 탈북 여성들의 증언 세미나 '나의 북한 탈출기(My Escape from North Korea)'에는 대학생과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400여 명이 참석했다. 180개 좌석이 일찌감치 가득 차 200여 명은 1시간 반 넘게 바닥에 앉거나 벽에 기대선 채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지난 17일 열린 탈북 증언 세미나. 탈북자 채설향(가명)씨가 북한 정부가 주민 사이에서 한국·미국 영화를 어떻게 단속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지난 17일 열린 탈북 증언 세미나. 탈북자 채설향(가명)씨가 북한 정부가 주민 사이에서 한국·미국 영화를 어떻게 단속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정경화 특파원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난해 탈북한 20대 여성 채설향씨가 미국·중국 영화를 보다 적발돼 보위부 조사를 받은 경험을, 2014년 탈북한 40대 여성 김니나(가명)씨는 과거 탈북했다 북송돼 전거리 교화소에서 2년간 복역한 경험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을 각각 털어놨다.

"비좁은 감방에 50~60명씩 갇혀 사람 위에 사람이 포개어 잤다"(김씨) "한국 영화를 보다가 적발된 친구는 보위부에 끌려가기 전 아파트 밖으로 몸을 던졌다"(채씨) 등의 증언에 핀란드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씨가 "꽃다운 나이의 여성들이 교화소에서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죽어갔다"며 눈물을 흘리자 한 남학생이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직장인인 알리스씨는 "교화소 간부에게 얻어맞아 고열에 시달리는데도 약을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는 데서 북한 인권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대학생 미코(22)씨는 "돌이 3분의 1쯤 섞인 옥수숫가루 외에는 먹을 것이 없어 '걸어 다니는 해골'이 됐다는 얘기에 소름 끼쳤다"고 했다.

증언이 끝나자 "북한에 남은 가족들과 어떻게 연락하나?" "친구들과 북한 정권을 비판해본 적은 없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에서 보는 것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요나스(24)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라며 "핀란드인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질문하는 광경은 보기 힘들다"고 했다.

행사를 기획한 헬싱키대학 내 북한인권모임 'N38'의 한나씨는 "핀란드에서는 주로 북한 핵 문제나 김정은의 기 괴한 행동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행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핀란드 최대 신문인 헬싱키사노마트는 17일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는 제목으로 이들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