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중국 고가폰’ 카드 먼저 꺼내든 권영수…삼성·애플 양강체제 흔들 수 있을까

Shawn Chase 2016. 11. 22. 22:14

전준범 기자


입력 : 2016.11.22 14:59 | 수정 : 2016.11.22 15:14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그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눈치를 보느라 통신사 어느 곳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중국산 프리미엄폰’ 도입을 국내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한다. 중국 제조사의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모델이 한국 휴대폰 시장에서 갤럭시S7, 아이폰7, V20 등과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애플과 삼성전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국내 프리미엄폰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9월 23일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9월 23일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 LGU+, 내달 2일 화웨이 프리미엄폰 ‘P9’ 국내 출시

LG유플러스는 오는 12월 2일 국내 휴대폰 시장에 중국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과 ‘P9 플러스’를 단독 출시한다. 이미 화웨이는 지난 9월 23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P9(모델명 EVA-L02)에 대한 전파 인증을 받고 한국 상륙 준비를 마쳤다. 화웨이는 이달 23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P9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P9은 화웨이가 올해 4월 유럽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으로, 독일의 유명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의 듀얼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955 칩셋이 응용 프로세서(AP)로 탑재돼 있고 화면 크기는 P9과 P9 플러스가 각각 5.2인치, 5.5인치다. 배터리(일체형) 용량은 3000밀리암페어아워(mAh)다. P9은 지난 7개월 동안 해외에서 9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LG유플러스는 이전에도 X3, Y6, H폰 등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국내 시장에 출시한 적 있다. 하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P9의 유럽 시장 출고가는 32기가바이트(GB) 모델이 599유로(약 75만원), 64GB 모델이 649유로(약 81만원)다. LG유플러스는 P9이 출시된 지 반년 이상 지난 점을 고려해 국내 출고가를 50만~60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LG유플러스가 12월 2일 국내 출시 예정인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 화웨이 제공
LG유플러스가 12월 2일 국내 출시 예정인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 화웨이 제공

전문가들은 LG유플러스 (11,550원▼ 400 -3.35%)가 갤럭시와 아이폰이 양분하다시피 한 국내 프리미엄폰 시장에 P9이라는 미꾸라지를 풀어 경쟁 분위기를 되살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같은 그룹사인 LG전자 (45,900원▼ 150 -0.33%)의 G·V 시리즈를 전폭적으로 밀었으나 판매 부진으로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LG유플러스가 시장에 선보일 무기를 다변화해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하고, 몇몇 제조사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 구조를 바꾸기 위해 P9 단독 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삼성·애플 눈치보던 이통 3사…권영수 “금기 깨자”

사실 화웨이는 그간 한국 프리미엄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려 왔다. 올해 초 사석에서 만난 화웨이 한국법인 고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가 중국 브랜드의 프리미엄 모델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품 출시 요청을 계속 거절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1,640,000원▲ 47,000 2.95%)와 애플의 한국 프리미엄폰 시장 장악력을 감안할 때 “중국산 프리미엄폰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이동통신사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통신사들이 국내 모바일 업계에서 ‘절대 갑’으로 통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 브랜드를 외면한 측면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원하는 제품을 삼성과 애플이 제때 필요한 수량 만큼 주느냐 안주느냐에 따라 통신사의 실적이 결정되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함부로 화웨이 같은 잠룡(潛龍)과 적극적으로 손 잡을 생각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중국 최대 가전제품업체 고메(GOME)에 입점해 있는 삼성전자 모바일 매장의 모습 / 전준범 기자
중국 최대 가전제품업체 고메(GOME)에 입점해 있는 삼성전자 모바일 매장의 모습 / 전준범 기자

최근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의 글로벌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하자 화웨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암묵적 금기를 깨뜨렸다. 권영수 부회장이 직접 나서 화웨이와의 협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부회장은 지난 9월 23일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서도 “해외 파트너들과 사업적 시너지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권 부회장은 “화웨이, 소프트뱅크 등 과거 다른 분야에서 만났던 외국 고객사들을 통신 분야에 와서도 만났다”며 “10년간 구축한 인맥을 적극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중국산 프리미엄폰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첫 사례이다보니 업계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며 “레노버·오포·비보 등 중국 주요 브랜드들의 고가 제품이 앞으로 더 많이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