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㉙ 일제시대 건물이 밀랍인형 전시관으로…한류 관광객 필수 코스 '그레뱅 뮤지엄'

Shawn Chase 2016. 10. 16. 14:55


  • 이승주 기자

  • 최문혁 기자


  • 입력 : 2016.10.04 15:30 | 수정 : 2016.10.04 15:37 서울 시청 주변에는 옛 삼성화재 본관을 비롯해 플라자호텔과 프레지던트호텔, 롯데호텔·백화점 등 크고 높은 빌딩들이 우뚝 서 있다. 그 가운데 빌딩들 사이에 4층 규모의 낮고 다소 낡은 건물이 하나 숨어있다. 건물 일부를 눈에 띄는 빨간 페인트로 칠해두지 않았다면 쉽사리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밀랍인형 전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그레뱅 뮤지엄(Grevin Museum)’이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23에 있는 그레뱅 뮤지엄의 전경. /최문혁 기자
    서울시 중구 을지로 23에 있는 그레뱅 뮤지엄의 전경. /최문혁 기자

    ◆ 80년 역사 함께한 건물…일제시대 미쓰이물산 경성지점에서 그레뱅 뮤지엄으로

    겉으로 보기에 다소 낡고 오래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8년에 지어진 근대식 건물이다. 지금의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는 미쓰이물산 주식회사(三井物産株式会社)의 목조식 사옥과 벽돌조 별관이 있었지만, 이를 모두 허물고 지금의 건물을 건립했다.

    건물이 있는 을지로 대로변은 당시 일본인 상권이 조성돼 있었다. 미쓰이물산은 이 건물을 회사의 경성 지점으로 사용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당초 지상 7층 규모로 건물을 계획했지만, 수정을 거쳐 지금의 지하 1층~지상 4층에 연면적 약 4400㎡ 규모로 지었다. 건축 당시 엘리베이터 2대를 설치했는데, 이는 장차 7층으로 증축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1938년 미쓰이물산 경성지점 준공 당시 모습(왼쪽)과 미국 문화원으로 쓰이던 시절. /그레뱅 뮤지엄 제공
    1938년 미쓰이물산 경성지점 준공 당시 모습(왼쪽)과 미국 문화원으로 쓰이던 시절. /그레뱅 뮤지엄 제공

    광복 이후인 1948년 ‘한·미 간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 협정’에 따라 이 건물은 미국 행정부로 소유권이 넘겨졌다. 그 후 1990년까지 미국문화원 건물로 쓰였다. 1985년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대학생들이 미국문화원을 점거하기도 했다.

    1990년 7월 3일 서울시와 미국 정부의 재산 교환 계약 이후 건물의 소유권이 서울특별시로 다시 넘어왔다. 시는 2013년까지 이 건물을 서울시청 을지로 별관으로 이용했다. 2006년에는 문화재청이 이 ‘구(舊) 미국문화원’을 등록문화재 제238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 만지고, 사진 찍고, 게임하고…내·외국인 즐겨 찾는 관광 명소

    서울시청 을지로 별관이 그레뱅 뮤지엄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은 지난해다. 서울시는 관광산업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2013년 3월 프랑스 CDA(Compagnie des Alpes)사와 을지로 별관을 밀랍인형 박물관으로 개관하기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CDA는 그레뱅 뮤지엄의 지주회사이자 세계 10위권의 리조트·레저 전문 업체다.

    그레뱅 뮤지엄은 원래 1882년 프랑스 파리에 처음 개장한 밀랍인형 전시관이다. 또 다른 밀랍인형 박물관인 ‘마담 투소(Madame Tussauds)’와 함께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레뱅 뮤지엄은 파리에 이어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과 2014년 체코 프라하에 문을 열었고 서울 지점은 전 세계 4번째인 2015년 7월 29일에 개관했다. 서울시가 건물의 소유와 관리를 맡고 있고 전시관을 임대해 운영 중이다.

    그레뱅 뮤지엄에는 다양한 주제에 맞게 꾸며진 테마 공간에 밀랍 인형이 전시돼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레드카펫, 시네마천국, 레코딩 스튜디오, 한국의 위인 테마 공간의 모습. /최문혁 기자
    그레뱅 뮤지엄에는 다양한 주제에 맞게 꾸며진 테마 공간에 밀랍 인형이 전시돼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레드카펫, 시네마천국, 레코딩 스튜디오, 한국의 위인 테마 공간의 모습. /최문혁 기자

    그레뱅 뮤지엄은 레드카펫존과 시네마천국, 한국의 위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등 총 15개의 테마 공간과 퀴즈와 룰렛, 자유투 등 가벼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8개의 체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밀랍 인형은 손으로 가볍게 만져도 되고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다.

    4층부터 관람을 시작해 2층까지 내려오면서 구경하는 것이 좋다. 2층의 ‘명예의 전당’ 전시관(360도 사진)이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싸이(PSY)와 지드래곤(G-Dragon) 등 K-POP 스타들과 마이클 잭슨, 마돈나, 안젤리나 졸리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밀랍인형이 전시돼있다. 연회장이나 모임 장소로도 대관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4층의 ‘한류우드’ 전시관에는 한류 스타 장근석, 김수현, 현빈 등 5명의 밀랍인형이 전시돼 있다.


    그레뱅 뮤지엄에는 8개의 체험 공간 등 관람객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최문혁 기자
    그레뱅 뮤지엄에는 8개의 체험 공간 등 관람객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최문혁 기자

    이 곳을 찾는 방문객은 주로 외국인 여행객들이다. 그레뱅 뮤지엄 관계자에 따르면 성수기(6~8월)를 기준으로 주중 일 평균 1000여명, 주말 일 평균 1500여명이 전시관을 찾는다. 관광객 중 외국인과 내국인의 비율은 7대 3 정도다.

    대만에서 온 팽위흔(彭韋昕·45) 씨는 “그냥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이것 저것 체험도 하고 만질 수도 있고 해서 재미있었다”며 “홍콩의 마담 투소 밀랍인형 전시관은 번잡해서 기억이 좋지 않았는데, 여기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레뱅 뮤지엄 관계자는 “전시관이 시청과 광화문, 명동 등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와 가깝고 근처에 호텔 등 숙박 시설도 많아 이 곳을 필수 관광 코스로 거쳐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레뱅 뮤지엄 1층에는 기념품을 파는 그레뱅 부티크(왼쪽)와 레스토랑인 카페 그레뱅이 있다. /최문혁 기자
    그레뱅 뮤지엄 1층에는 기념품을 파는 그레뱅 부티크(왼쪽)와 레스토랑인 카페 그레뱅이 있다. /최문혁 기자

    1층에는 관련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그레뱅 부티크’와 식사와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그레뱅’이 있다. 그레뱅 부티크에서는 각종 액세서리와 문구류, 의류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의 피규어(모형 인형)와 자서전도 판매하고 있다. 카페 그레뱅은 프랑스 유명 요리 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요리사가 직접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