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㉚ 옛 경기高 모습 간직한 북촌의 쉼터...종로구 ‘정독도서관’

Shawn Chase 2016. 10. 16. 14:55


  • 이상빈 기자


  • 입력 : 2016.10.09 14:00 | 수정 : 2016.10.09 14:32 서울의 종로는 한옥 마을로 유명한 북촌이 있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북촌 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이 가운데 한옥 마을과는 다소 다른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흰색 건물이 눈에 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3층 규모의 이 건물은 나무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느낌을 자아낸다. 바로 내년에 개관 40주년을 맞는 정독도서관이다. 50만 여권의 장서를 보유한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도서관이다. 현재 정·재계 곳곳의 유력 인사들을 배출한 경기고등학교로 쓰이던 건물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화동의 정독도서관 전경. /정독도서관 제공
    서울 종로구 화동의 정독도서관 전경. /정독도서관 제공


    ◆ 경기高 이전 후 도서관으로

    정독도서관은 대지면적 총 3만6470㎥, 건물면적 총 1만3266㎥ 규모다. 정원과 3~4층 규모의 3개 동으로 나뉜다. 1동은 주로 행정동으로 쓰이고 2동은 도서와 디지털 자료 열람, 3동은 서고와 자율학습실 등으로 쓰인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정원 한가운데에 ‘겸재인왕제색도비’라고 쓰인 커다란 비석이 우뚝 서 있다. 조선시대 영조 때의 화가 겸재(謙齋) 정선이 이곳에서 비가 내린 뒤의 인왕산을 바라보며 산수화 인왕재색도를 그린 것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왼쪽)와 정독도서관 내에 있는 인왕제색도. /조선일보 DB, 이상빈 기자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왼쪽)와 정독도서관 내에 있는 인왕제색도. /조선일보 DB, 이상빈 기자

    정독도서관은 지난 1977년 1월 4일 개관했다. 원래 이 도서관 부지는 경기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경기도는 1900년에 개교해 당대 명문 학교로 유명하던 학교다. 정부는 1976년 구도심의 인구를 분산하고 강남 지역을 개발한다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이 학교를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시켰다.

    정독도서관의 이름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도서관은 보통 이름에 해당 지역명을 붙이는데, 정독도서관의 ‘정(正)’자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유래했다.

    정독도서관 행정지원과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액자. /조선일보 DB
    정독도서관 행정지원과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액자. /조선일보 DB

    경기고는 이전 당시 73기까지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정·재계 곳곳에 경기고 동문들이 포진해 있다. 당시 동문들은 경기고를 강남으로 옮긴다는 데 강력히 반대했고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옛 학교 부지를 허물지 않고 도서관으로 쓰기로 약속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도서관에 직접 쓴 휘필을 기증하기도 했다.

    정독도서관은 현재 등록문화재 2호로 지정돼 있다. 옛 경기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긴 복도와 교실, 음수대가 남아 있다. 현재 사료관동은 1927년에 지어졌고 도서관과 휴게실동은 1938년에 생겼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건축 당시만 해도 스팀난방시설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건물이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독도서관의 봄, 여름, 겨울, 가을 전경. /정독도서관 제공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독도서관의 봄, 여름, 겨울, 가을 전경. /정독도서관 제공

    경기고 이전에 정독도서관 부지는 조선 전기 사육신 중 한명인 성삼문과 근대 조선의 개화파였던 김옥균, 독립신문을 창간했던 서재필 등의 집터가 있던 곳이다. 집터와 함께 궁중의 꽃과 나무를 키우던 장원서(掌苑署)가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도서관 내에는 300년 수명의 아름드리 회화나무와 담쟁이덩굴, 물레방아가 도는 작은 연못과 오두막 등이 어우러져 있다. 봄이 되면 벚꽃 명소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도서관과 가까운 현대엔지니어링에 다니는 김승진(28)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점심시간에 종종 이곳으로 산책을 나온다”고 말했다.

    정독도서관 서고의 모습. /이상빈 기자
    정독도서관 서고의 모습. /이상빈 기자

    ◆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서관

    정독도서관은 현재 도서자료 50만여권, 교육사료 1만4200여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료열람실 4실, 어린이자료실 1실 등 총 26실, 1777개의 좌석을 갖췄다.

    정독도서관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5400여명으로, 하루에 1055권을 대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67만명이 방문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서울도서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도서관이다.

    그동안 유명 작가들이 이곳에서 독자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과 ‘은교’의 박범신,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 등이 이 곳을 다녀갔다.

    현재 정독도서관은 서울시교육청이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북촌 지명에서 따온 ‘Book村’이란 브랜드로 인문학 스터디와 학부모 아카데미 등의 학술·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종로 일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쉼터

    정독도서관 옥상에서는 인근 종로(360도 사진) 일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건물 서쪽으로는 경복궁의 주전인 근정전과 경회루,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인다.

    시계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청와대와 북악산을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삼청 공원, 동쪽으로는 창덕궁과 아라리오 뮤지엄 등이 있다. 고층 건물에 둘러싸인 한옥 마을도 보인다.

    정독도서관의 정기 휴관일은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이다.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공휴일은 쉰다.

    정독도서관 옥상에서 북동쪽으로 바라본 모습.  /이상빈 기자
    정독도서관 옥상에서 북동쪽으로 바라본 모습. /이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