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㉛ 삼성가 소장품들이 한곳에…한남동의 특별한 공간 리움

Shawn Chase 2016. 10. 16. 14:54


  • 최문혁 기자


  • 입력 : 2016.10.12 16:10 고급주택이 즐비한 한남동에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2004년 문을 연 삼성미술관 리움.

    한강진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삼성미술관 리움 표지판이 보인다. 안내에 따라 옆 골목으로 들어가 언덕길을 5분 정도 걸으면 미술관 건물이 보인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삼성미술관 리움 입구가 나온다.

     삼성 미술관 리움을 구성하는 세 동의 건물.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왼쪽), 뮤지엄 1(가운데), 뮤지엄 2. /최문혁 기자
    삼성 미술관 리움을 구성하는 세 동의 건물.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왼쪽), 뮤지엄 1(가운데), 뮤지엄 2. /최문혁 기자

    삼성미술관 리움이 들어서기 전 이 곳은 다세대주택 등이 들어선 주택가였다. 지금도 미술관 건물은 한남동 언덕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다.

    남산과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감싼 모양새다. 큰길에서 떨어져 한적한 분위기 속에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삼성문화재단이 개관한 미술관이다.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설립된 이후, 1982년 호암미술관, 1992년 호암갤러리, 1999년 로댕갤러리를 개관하며 미술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미술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의혹도 제기하지만 삼성문화재단의 행보를 보면 애당초 미술에 대한 애착이 커 보인다.

    애초에 세 동의 건물을 짓기로 계획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1996년 10월 19일 착공에 들어가 뮤지엄 1과 뮤지엄 2가 2004년 7월 3일 준공됐다. 시공은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맡았다. 세 채 모두 준공 후 같은 해 10월 13일 개관했다.

    ◆ ‘녹슨 스테인리스’와 ‘블랙 콘크리트' 세계 최초로 사용

     삼성미술관 리움을 설계한 건축가들. 왼쪽부터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을 설계한 건축가들. 왼쪽부터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은 건물 세 채를 세 명의 다른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가 설계했지만 세 건물이 조화롭게 한 단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술관 단지는 한국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뮤지엄 1과 현대미술관인 뮤지엄 2, 그리고 기획 전시관으로 쓰이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로 이뤄져 있다.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뮤지엄 1 건물.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도자기와 성곽을 형상화했다. /최문혁 기자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뮤지엄 1 건물.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도자기와 성곽을 형상화했다. /최문혁 기자

    연면적 9867㎡인 뮤지엄 1은 지하 3층~지상 4층 건물이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크게 뒤집힌 원뿔 공간과 직육면체 공간으로 나눠 설계했다. 한눈에 봐도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진 공간이 잘 어우러져 있다.

    건물 외관은 테라코타 벽돌로 쌓아 올려졌다. 테라코타 벽돌은 쉽게 말해 구운 벽돌로 붉은빛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원뿔형 공간이 도자기를 본떠 만든 것이라면, 직육면체 공간은 성곽처럼 보인다. 고미술인 도자기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성곽을 형상화한 건물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로툰다 계단.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위)과 위에서 바라본 모습. /최문혁 기자
    삼성미술관 리움의 로툰다 계단.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위)과 위에서 바라본 모습. /최문혁 기자

    뮤지엄 1의 원뿔 부분은 크게는 로비, 작게는 계단이다. 로비는 뮤지엄 1과 뮤지엄 2, 삼성아동교육센터 세 건물의 입구가 있는 매개 공간이다. 원형 공간 한 가운데에는 ‘로툰다 계단’이 있다. 로툰다 계단은 나선형 계단이라는 의미다. 뮤지엄 1을 관람할 때 오르내릴 수 있다.

     세 전시관의 입구가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로비. 가운데에 로툰다 계단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세 전시관의 입구가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로비. 가운데에 로툰다 계단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전시관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지만, 이곳에서는 허용된다.

    많은 관람객이 이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계단에는 모빌 등 설치작품이 항상 전시돼있고, 몇 년에 걸쳐 한 번씩 교체한다.

    뮤지엄 2는 연면적이 4800㎡이다. 지하 3층~지상 2층의 규모로 지어졌다. 현대미술품이 전시된 뮤지엄 2는 디자인도 현대적이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는데, 녹슨 스테인리스와 유리를 건물 외관 소재로 사용했다.

     장 누벨이 설계한 뮤지엄 2 건물. 세계 최초로 녹슨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외관을 장식했다. /최문혁 기자
    장 누벨이 설계한 뮤지엄 2 건물. 세계 최초로 녹슨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외관을 장식했다. /최문혁 기자

    녹슨 스테인리스가 세계 최초로 쓰인 사례인데, 녹이 잘 슬지 않는 소재 특성 때문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현대미술관 내부는 다양한 크기의 직육면체 전시 박스로 구성돼 있다. 작품들을 서로 다른 공간에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렘 쿨하스가 설계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유리벽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최문혁 기자
    렘 쿨하스가 설계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유리벽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최문혁 기자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했다. 그는 무엇보다 세 건물이 조화롭게 지어지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연면적 1만3000㎡로 유리벽으로 돼 있다. 유리 소재 외관은 건물이 항상 소통하며 열려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건물과 달리 이름이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인 이유는 본 건물 2층에 삼성 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사무실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 있는 블랙박스. 세계 최초로 블랙 콘크리트 소재를 사용한 이곳 내부에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최문혁 기자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 있는 블랙박스. 세계 최초로 블랙 콘크리트 소재를 사용한 이곳 내부에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최문혁 기자

    지하 3층~지상 2층인 건물 내부에는 ‘블랙박스’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블랙 박스는 세계 최초로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해 만들었다. 건물 내에서도 따로 구분된 공간으로, 높이가 17m다.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특징을 살려 전시가 이뤄진다.

    ◆ 삼성가 소장품에서 기획 전시까지 한 자리에

    도자기와 성곽을 형상화한 뮤지엄 1은 한국 고미술을 위한 공간이다. 전시 공간은 총 네 개 층으로 구성했다. 4층에는 청자, 3층에는 분청사기와 백자, 2층에는 고서화, 1층에는 불교미술과 금속공예가 전시돼 있다.

    뮤지엄 1의 조명은 특히 어두운 편이다.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전시된 물품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고미술관의 대표적인 작품은 국보 133호인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와 정선의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등이다.

    뮤지엄 2에서는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총 세 개 층으로, 주기적으로 층별 주제를 바꿔 작품을 배치한다. 2016년 10월 현재 2층은 ‘인간 내면의 표현’, 1층은 ‘근원으로의 회귀’, 지하 1층은 ‘확장과 혼성,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1910년대 이후 한국미술 작품들과 1945년 이후 외국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중섭의 ‘황소’ 등이 대표 작품이다.

    뮤지엄 1과 뮤지엄 2는 상설전시관으로 3~6개월을 주기로 전시 작품이 교체된다. 두 건물 지하 2층~지하 3층은 주차장이다. 고미술관의 작품 대부분은 삼성 그룹 일가의 소장품이다.

     기획 전시관인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10월 현재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최문혁 기자
    기획 전시관인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10월 현재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최문혁 기자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기획전시관으로 수개월마다 한 번씩 새로운 기획전이 열린다. 두 곳의 상설전시관과 달리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현재 덴마크 작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지하 2층 워크숍 공간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문혁 기자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지하 2층 워크숍 공간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문혁 기자

    블랙박스가 있는 지상 1층~지하 2층까지가 전시장이다. 지하 2층에는 전시장과 강당, 관람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공간이 있다.

    관람 도중 언제든지 ‘데크’로 불리는 정원으로 나와서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다. 이곳에는 세 건물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도 전시공간이다. 한때, ‘리움의 거미’로 유명했던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이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던 곳이다. ‘리움의 거미’도 다른 설치미술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지금은 볼 수 없다.

     리움 카페(왼쪽)와 리움샵. 리움 카페에는 리암 길릭의 ‘일련의 의도된 전개’가 전시돼 있다. /최문혁 기자
    리움 카페(왼쪽)와 리움샵. 리움 카페에는 리암 길릭의 ‘일련의 의도된 전개’가 전시돼 있다. /최문혁 기자

    로비에는 간단히 음료와 빵을 팔고 있는 리움 카페와 전시된 작품을 모티브로 한 상품이나 각종 예술품을 살 수 있는 리움샵이 있다. 카페를 비롯해 공간 곳곳에는 다양한 설치미술이 전시돼 있다.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은 예외 없이 일정 기간 후 교체된다.

    미술관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 단체 관람을 별도로 홍보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미술관 리움 관계자는 “삼성미술관 리움은 1~2시간 동안 한국 고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작지만 알찬 미술관"이라며 “다시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작품을 교체하고 전시 형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