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역 '高架 정원' 이 남자 손에서 나왔다

Shawn Chase 2016. 6. 26. 23:37

최윤아 기자  


입력 : 2016.06.24 03:00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설계…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

1970년에 지어진 고가도로의 변신
"도시가 놓쳤던 녹지·인간성 채워 사람·식물·음악 어울린 공간으로"


"10여 년 전 서울은 콘크리트 '몬스터(monster·괴물)'였습니다. 녹지는 없고 차만 달렸죠."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비니 마스(Winy Maas·57)는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2003년 첫인상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비니 마스는 세계적 건축·도시 설계 회사인 MVRDV의 창립자이자 대표다.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관을 디자인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렸다.

23일 서울 중구 만리동 스카이1004빌딩 옥상에 마련된 '서울역 7017 전망대'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23일 서울 중구 만리동 스카이1004빌딩 옥상에 마련된 '서울역 7017 전망대'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국제 현상 설계 공모 당선자로 노후한 이 공간을 각종 식물과 카페 등이 들어선 도심 속 정원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장련성 객원기자


'서울역 7017프로젝트'는 낡고 위험한 서울역 고가도로(高架道路)를 시민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중 정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 1970년대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를 2017년 공중 정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뜻에서 7017이란 숫자를 붙였다. 마스는 '서울역 7017 인포가든' 개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22일 내한했다. 23일 개관한 인포가든엔 내년 4월 완공될 서울역 공중 정원의 3D 조감도 등이 전시돼 있다. 이날 인포가든을 찾은 마스는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가 실물로 구현된 것을 마주하는 느낌"이라며 "고가도로 위가 휑해 보이지 않으려면 나무가 좀 더 풍성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고가도로 폐쇄가 부른 교통 체증, 노후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화하는 데 따른 안전성 우려 등이 제기됐다. 지난해 1월 이 프로젝트를 발표한 서울시가 2년 4개월 만인 내년 4월에 공사를 끝내겠다고 하자 사업 진행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조감도.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조감도. /서울시


마스는 이런 논란을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이 절반만 넘는다면 속도가 빠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기껏해야 80년을 사는데, 이들에게 역동적으로 변하는 도시를 경험하게 해주려면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마스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 각종 수목이 식재된 화분과 벤치, 장미·목련 광장 등을 조성해 콘크리트 구조물인 고가도로를 녹지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서울역 고가 주변에는 고가로 연결되는 접근로 17곳을 새로 만들어 시민이 걸어 다니면서 서울 곳곳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마스는 "건축가는 사람들 삶의 양식을 바꾸는 사회적인 직업"이라며 "이 공중 정원이 시발점(Starting Point)이 되어 서울 시민이 차 대신 자전거나 걷기를 즐기게 되기 바란다"고 했다.

마스는 약 20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발전을 위해 외국인에게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서울 특유의 에너지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간 동대문, 용산부터 부산, 광주까지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산과 언덕, 한강과 바다 등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특히 한강 주변을 도로가 둘러싸고 있어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마스는 서울이 놓치고 있는 '녹지'와 '인간성(humanity)'을 건축가인 자신이 채워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삭막한 도시 서울에 녹색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이후 공원을 음악과 식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키우는 것은 서울 시민의 몫입니다."



서울역 고가 위…꽃 정원·전망대·도서관 등 조성


입력 : 2016.02.01 19:03 | 수정 : 2016.02.01 20:08


서울시가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서울역 공중정원’의 조감도. 고가도로 위로 시민들이 걸어다닐 수 있게 설계됐다. /서울시 제공


서울역 고가도로에 각종 꽃으로 꾸민 광장과 카페, 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고가로 올라가는 접근로도 17곳이 신설된다.

서울시는 1일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 정원으로 바꾸기 위한 기본 설계안을 확정해 오는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공사비는 총 38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내년 4월에 공사가 완료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대문 등 고가 인근 지역 재생 사업까지 포함하면 총 1469억원이 들어간다”며 “단순히 고가를 재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모이고 주변 지역 부흥을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행길 조성에 앞서 올 연말까지 고가도로 교량(橋梁) 보수·보강 공사를 벌이기로 했다. 서울역 고가 바닥 판 29개 중 20개는 철거하고, 나머지 9개는 통행 하중을 기존 13t에서 21t 이상으로 보강해 재사용한다. 고가를 받쳐주는 장치 264개도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전면 교체한다.

보수된 교량 위에는 카페, 도서관, 야외무대 등 20여곳의 편의 시설과 화분 겸용 벤치 135개, 장미·목련 등 광장 16곳이 들어선다. 또 지상 17m 높이의 전망 발코니 4곳, 강화유리 바닥 판 설치 지점 3곳 등도 조성한다.

서울역 고가 주변에는 고가로 연결되는 접근로 17곳이 새로 만들어진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 등 6곳에는 고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퇴계로 입구 지상 교통섬에는 연결 에스컬레이터가 각각 설치된다. 대우재단빌딩과 호텔마누 건물에는 고가로 연결되는 공중 보행교를 신축한다.

서울시는 또 서울역 고가 아래 청소 차고지와 교통섬을 통합해 1만443㎡ 규모의 만리동 공원도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로 개통 46년째인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2년 정밀 안전 진단 결과 수명이 3년에 불과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이 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시민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중 정원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