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㉜ "한국인 마음 속 가장 높은 빌딩"...여의도 63빌딩

Shawn Chase 2016. 10. 16. 14:53


  • 이상빈 기자
    • 입력 : 2016.10.16 14:07 여의도는 금융기관과 증권사, 은행들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다. 한강 위에 떠 있는 하중도(河中島)인 여의도는 트윈타워, IFC 등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보는 한강 조망이 일품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여의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국회의사당에서 동쪽으로 한강 라인을 타고 가다 보면 금빛으로 우뚝 선 빌딩이 하나 있다. 옆에서 보면 사람이 기도하는 모습을 닮은 그 빌딩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바로 63빌딩이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촬영한 63빌딩 전경. /조선일보 DB
      한강시민공원에서 촬영한 63빌딩 전경. /조선일보 DB

      ◆ 20년간 가까이 지켜온 ‘한국 최고층 건물’의 자존심

      1980년 2월 첫삽을 떠 1985년 5월 완공된 63빌딩은 높이 249m, 지상 60층, 지하 3층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대표 마천루다. 건축면적은 1만592㎡, 연면적은 16만7999㎡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를 설계한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 메릴(Skidmore, Owings, Merrill, SOM)이 기본 설계를, 국회의사당과 KBS 본사 등을 설계한 박춘명 설계사무소가 건축 설계를 맡았다.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도심의 인구분산을 꾀하고자 여의도의 개발을 지시했다. 다리와 아파트, 은행과 금융회사, 국회의사당 등이 들어서면서 여의도는 부도심으로서의 자리를 잡아갔고 63빌딩의 완공은 여의도의 도시계획에 방점을 찍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인 ‘초고층 건축물’이 80동이 넘지만, 완공 당시만 하더라도 높이 249m짜리 63빌딩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1987년 싱가포르에 279m 높이의 ‘원 래플즈 플레이스(One Raffles Place)’가 지어지기 전까지 3년간 아시아의 최고층 건물, 2003년 6월 서울 목동 하이페리온이 256m 높이로 올라가기 전까지 18년간 한국 최고층 건물의 지위를 지켰다.

      완공될 당시 한국에서 마천루라 할 만한 건물은 종로 삼일빌딩, 용산 국제센터빌딩 뿐이었다. 이 건물들은 30층으로 가량으로, 당시 사람들은 기존 마천루의 두 배 층수로 지어지는 63빌딩의 높이에 신기함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개관 첫날 3만여명이 몰려와 성황을 이뤘으며, 개관한지 4년째 되는 1989년에는 누적 관광객이 2000만명에 육박했다.

       1995년 63빌딩을 찾은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초등학생들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한화63시티 제공
      1995년 63빌딩을 찾은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초등학생들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한화63시티 제공

      63빌딩에서 아쿠아플래닛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김기문 팀장은 “예전에는 63빌딩의 ‘빅3(전망대, 아쿠아리움, 아이맥스 영화관)’를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건물 밖을 한바퀴 두르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며 그 당시의 63빌딩의 인기를 증언했다.

      63빌딩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엔 ‘한강의 기적’을 보여주는 서울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다. 1995년에는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건물로 꼽혔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전직 대통령 자제들의 결혼식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거물 정치인들의 연설 장소로도 인기가 많았던 곳이었다.

      ◆ 불꽃과 금빛의 향연

      2000년대 들어서면서 63빌딩은 여의도 한강 변에 직근접한 초고층 건물이라는 특성을 살린 이벤트들을 진행하며 랜드마크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 금빛으로 빛나는 외양 덕분에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관광장소기도 하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2000년 서울시와 한화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63빌딩 앞에 있는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한강변 일대에서 진행되는 서울불꽃축제는 2016년 기준 110만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하는 서울 도심의 대규모 불꽃축제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360도 사진).

       2016년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다채로운 불꽃들이 가을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이상빈 기자
      2016년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다채로운 불꽃들이 가을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이상빈 기자

      63빌딩이 개최하는 이색적인 이벤트 중 하나는 ‘63빌딩 계단오르기’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30초면 오를 수 있는 1층부터 60층까지의 계단은 총 1251개다. 2008년부터 연 1회 열려왔던 계단오르기 행사의 최고기록은 7분 15초며, 남자 평균은 13~14분, 여자 평균이 19분 정도라고 한다.

      중국인들에게 63빌딩은 ‘골드바’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총 1만3400여장에 달하는 금도금 유리창 때문에 63빌딩은 해가 비치면 금빛으로 빛난다. 1985년 당시에는 태양 광선의 각도에 따라 은색·적색·황금색으로 변하는 빌딩 외경으로 화제를 모았다.

       63빌딩 내 갤러리아 면세점을 찾은 관광객들. 갤러리아 면세점에 따르면 면세점 방문객의 80~90%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 한화갤러리아 제공
      63빌딩 내 갤러리아 면세점을 찾은 관광객들. 갤러리아 면세점에 따르면 면세점 방문객의 80~90%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 한화갤러리아 제공

      평일에 63빌딩을 찾으면 내국인 만큼이나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작년 12월 63빌딩에 문을 연 갤러리아 면세점 방문객의 80~90%는 중국 관광객이며, 덕분에 면세점의 하루 매출은 8억~12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 지하 1~2층 아쿠아리움·지상 59층 바(Bar) 인기

      이름만 들으면 63층까지 있어야 할 것 같은 63빌딩의 실제 층 구성은 지상 60층, 지하 3층으로 이뤄져있다. 최고층은 61층으로, 중간에 44층이 없다. 일반인들은 전망대와 스카이아트 갤러리가 있는 60층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61층 위에 있다고 알려진 방공포대는 2012년 인근 다른 건물로 이전해 자취만 남겨놓은 상태다(360도 사진).

      차가 지나다니는 지하 1층 입구를 통해 건물로 들어가면 G층(지하 1층)에 갤러리아 면세점이 들어서있다. 전에 이 자리에 있던 아이맥스(IMAX) 영화관은 사라졌다.

       63빌딩에는 한강 전망에서부터 고급 일식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워킹온더클라우드(59층), 아쿠아플래닛(지하1~2층), 라운지 레스토랑 터치더스카이(58층), 일식당 슈치쿠(58층).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이상빈 기자
      63빌딩에는 한강 전망에서부터 고급 일식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워킹온더클라우드(59층), 아쿠아플래닛(지하1~2층), 라운지 레스토랑 터치더스카이(58층), 일식당 슈치쿠(58층).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이상빈 기자

      지하 1~2층에는 아쿠아리움, 지상 2~4층에는 그랜드 볼룸 등의 컨벤션 시설들이 있다. 고층부를 향하는 엘레베이터를 타면 57~59층의 레스토랑과 바에 갈 수 있다.

      ‘밀실정치’의 산실로 알려진 54~55층 회원제 클럽 ‘거버너스 챔버’와 여의도 전역에 배달이 가능했던 ‘63 스카이 피자’는 사라졌다. 60층의 전망대와 스카이아트 갤러리는 돈을 내야 탈 수 있는 전망대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다.

      63빌딩 꼭대기에서는 장애물이 없다면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시야에 들어온다(360도 사진). 날이 좋으면 인천 앞바다와 개성의 송악산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63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한강 북쪽의 모습. /이상빈 기자
      63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한강 북쪽의 모습. /이상빈 기자

      건물의 서쪽으로는 시민아파트 등의 아파트촌과 함께 IFC 3개 동과 콘래드호텔, 트윈타워,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63빌딩의 높이와 2m 차이 나는 남산 타워가 눈길을 끈다. 동쪽을 보면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며 시계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남쪽으로 노량진 수산시장과 관악산이 있다. 밤이 되면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적색·황색 불빛들이 수를 놓는다.